차세대 영상기기인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표준규격을 둘러싸고 일본 도 시바진영과 소니진영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도시바진영 참여를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시바.마쓰시타 등 7개사의 연합체로 구성된 도시바진영의 SD(S uper Density)표준규격에 맞춰 상품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0일 발표한 것이다. 삼성측은 도시바진영의 SD표준규격과 소니진영의 HD(High De-nsity 표준규격을 놓고 화질.음질 및 경제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도시 바진영의 규격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진영의 경쟁에서 도시바측이 참여회사수로나 장래 시장성등에 서 우세하게 판단되기 때문에 삼성의 결정은 대세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의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삼성을 포함한 LG전자、 대우전자 및 현대전자등 가전 4사는 그동안 이점에 있어서 공동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아오던 차에 삼성이 서둘러 "돌출행동"을 취함으로써 나머지 3사를 매우 당혹스러운 처지로 몰아 넣은 것이다. 물론소니진영은 소니와 네덜란드의 필립스 양사만이 제휴하고 있는 반면 도시바진영은 일본의 마쓰시타.도시바.히타치를 비롯해 프랑스의 톰슨、 미국 영화 회사인 타임워너와 MCA등 7개사의 연합체로 구성돼 있고 일본빅터 JVC .미쓰비시와 미국의 제니스사등이 SD방식을 지지하고 있어 무엇보다도 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는 소니의 HD방식이 용량 15GB에 기록시간 2백70분의 2층 단면식 인 반면、 도시바진영의 SD방식은 10GB의 용량에 기록시간 2백70분 양면을 사용하는 등 각자 특장점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표준화성패의 관건은 어느 진영이 더 많은 소프트웨어업 체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일례로 과거 VCR규격경쟁에서 소니.
도시바등이 개발한 베타방식이 기술과 제품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일본빅터.
마쓰시타의VHS방식에 패한 원인은 바로 소프트웨어업체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3사가 긴급회동을 갖고 양진영에 대한 지지 입장표명 시기를 늦추기로 하는등 공동대응의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 하게 얽혀 있는 데다 삼성의 공동보조파기로 합의점을 쉽게 도출해 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록 도시바와 소니 양진영이 표준화경쟁의 주도권을 목표로 상품화시기를 앞당겨 각각 내년봄과 후반에 DVD를 상품화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본격적인 보급확대는 몇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표준규격경쟁 추이를 더 지켜보면서 공동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잃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초 가전4사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주요 배경이 기술로열티의 부담경감 이었는데 이번에 삼성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더 이상의 효력이 상실 되고 만 것이다. 앞으로 가전3사들이 도시바진영에 가담할 경우 국내업체들 은 어쩔 수 없이 도시바에 끌려가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도시바진영 참여를 선언한 데는 도시바측으로부터 광픽업장치등 핵심 부품의 구입을 내락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자체의 이득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공동대응하는 것이 공동이익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삼성을제외한 업계는 이제부터라도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당부하며 그리하여 과거 외국의 특정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부당하게 높은 로열티를 지불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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