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한국인 부정적 묘사 "씁쓸"

"긴박감 넘치게 진행되는 영화가 점점 절정을 향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영화"아웃브레이크"에서 군소속 의사로 분장한 더스틴 호프먼이 바이러스를 옮긴 병원체를 추적하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대형화물선으로 뛰어내려 갑판을 수색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장면 하나, 대사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신경을 곤두세우고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귀에 익은 한국말이 튀어나온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반가운 우리말이지만 일순간 오히려 당혹스러운데다 영화 분위기와도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씁쓰레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저건 뭐냐" 먹어 봐" "미쳤나봐"하는 우리말이 계속 나오고 선원들의 작업복에 붙은 선 박명 "태극"이 선명하게 나타나는가 하면 태극기까지 등장함에 따라 관객들 의 허망한 웃음이 계속된다." 이는 의학 스릴러물 "아웃 브레이크"가 지난 1일 개봉됐던 서울극장에서 일어났던 일.

외국영화에서 한국사람과 한국말이 등장하는 사례는 꽤 많다. 한국인 비하영화로 물의를 일으켰던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에서는 가게 주인인 한국인이 흑인 종업원과 여러차례 한국말로 대사를 나누고, 마이클 더글 라스가 주연한 "폴링다운"에서도 한국인 가게주인이 주인공과 말다툼을 하는장면에서도 한국말이 원음 그대로 등장한다.

최근의 예로는 앤드류 버그만 감독의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 한국인 식당이 강도에게 털리는 장면에서 "여보" "죽으면 안돼"라는 외침이 들린다. 이 영화는 또 한국인 식당주인이 공짜커피를 제공하거나 그 부인이 아파서 하루를 쉬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할만큼 악착같은 일벌레로 묘사 된다. 홍콩영화에서도 한국인과 한국말은 예사로 등장한다. 도박영화 "도신"에서 한국인 도박사가 "포커 안해"등을 외치는가 하면 심지어 "영웅본색"에서 구 창모의 노래가 영화음악으로 사용돼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곳곳에서 한국인들이 활약하고 있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돼 외국인들에 게 한국이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기 때문에 외국영화에서 한국인과 한국말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인과 한국어가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국위를 선양할 만큼 중요하게 묘사되거나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는점이다. 매쉬 야전병원 "똑바로 살아라" "폴링다운"과 같이 한국인을 가난하고 이기적이며 다른 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사람들로 묘사해 물의를 일으켰던 영화 는 물론이고 "아웃 브레이크"나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도 한국인 등장 부분은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않다.

한국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극의 흐름상 부정적인 부분에 연관돼 있거나무시해도 좋을만큼 미미한 역할만을 맡고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지적들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김혜준연구원은 "최근에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해도외국 영화에 반영된 한국의 이미지는 대체로 좋지 않다"며 영화는 사람들의 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한국이 어떻게묘사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외국 영화속에 나쁘게 그려지고 있는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 가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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