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적으로 전자산업을 살찌울 수 있는 길은 그 "뿌리"에 해당하는 전자재료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길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의 기술이전이 인색해지고 정보통신 등 기술집약적 산업이 부상하면서 전자재료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산업의 "최하부구조(인프라스트럭처)"로서 재료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유수의 전자업체들도 재료산업을 통한 구조재편을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전자산업의 "무게 중심"이 세트 및 부품위주에서 이제 "재료"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국내재료산업은 메마른 땅에 씨를 뿌리는 수준에 불과하다. 80 년대초반부터 산.학.연이 중심이 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둔 예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도 빛도 보지 못한채 개발 실 뒤켠으로 사장되기 일쑤다.
다행히 최근들어 재료를 보는 정부관계자들의 눈이 변하고 있고 기업들도 원 천기술확보차원에서 전자재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굵직굵직한 대기 업들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개발열기도 어느 때 보다 뜨겁다. 하지만 우리 재료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TV.VCR.세탁기.냉장고 등 일부 백색가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이 핵심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재료기술의 축적에 성패가 좌우되는 정보통신산업의 상황은 더욱 어둡기만하다.
휴대폰.무선호출기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단말기류의핵심고주파부품들은 거의 대부분 "현해탄"을 넘어온 것들이다. SMD(표면실장 부품)형 일반부품 및 고주파부품생산과 직결되는 재료기술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좁게는 각종 핵심전자부품의 국산대체를 위해、 넓게는 선진국과의 기술전쟁을 통해 다가오는 정보통신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전자재료산업의 근본적인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료산업의 육성책은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세트-부품-재료"의 연결고리는 결국 원재료로 이어진다. 즉 세트 를 "나무"에、 부품을 "줄기"에、 재료를 산업의 "뿌리"라 비유한다면 원재료는 "씨앗(seed)"에 해당된다.
따라서 좋은 씨에 대한 연구개발이 없이 좋은 뿌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열이다. 전문가들은 "원재료기술을 확보하지 않은채 당장 필요한 재료들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한다면 결국 머지않아 또 다른 형태의 산업종속을 양산 하게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자성체.절연체.압전체.유전체등 파인세라믹스재료와 단결정체、 비정 질체 등 대부분의 전자재료는 원재료 자급율이 제로(0)에 가깝다. 때문에 용도에 맞게 개발하고 쓸 수 있도록 적절히 조성된 합성파우더를 수입、 단순 생산하는 형편이다.
원재료기술개발과 함께 공정기술 등 양산화 기술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도 절실히 요구된다. 그동안 많은 전자재료들과 첨단부품들이 개발실에서 사장 됐으며 많은 기업들이 재료시장을 노크했다가 도중하차했다. MLP(다층패키 지)사업에 뛰어들었던 L사와 알루미나기판사업을 추진하다 도중에 포기한 D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산실로 꼽히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세라믹연구부김현재박사는 "기능성 전자재료를 채용하는 부품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형으 로 초기시장 확보에 대한 리스크가 커 세트및 부품업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산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중소전문재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수요처인 부품업체나 세트업체가 초기시장을 적정수 준까지 확보해 주는 "공조체제"구축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전문가들 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