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CD롬 타이틀분야-맨주먹 뛰는 "무서운 30대"

멀티미디어타이틀의 젊은 주역들.

멀티미디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이 세상을 처음 창조했던 창세기와 같이 새로운 세상이 열린 분위기다. "멀티미디어"라는 세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별세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마치 멀티미디어라는 시대의 조류에 휩싸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멀티미디어"분야에 뛰어든 업체들이 늘어나고있다. 특히 PC를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바람이 불면서 CD 롬 타이틀사업을 펼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 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유명해졌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업체들이 CD 롬 타이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현대.LG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업체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적게 잡아도 1백여개 업체를 웃돌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조용하게 CD 롬타이틀분야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한 부류의 인 물군이 있다. 70년대와 80년대의 암울한 시절,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았던 젊은이들이다. 소위 "운동권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춥고 어두웠던 시절에 청춘을 불살랐던 이들은 "멀티미디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20대와는 다른 개척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 유통분야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이 시장을 이끌어 가려고 열과 성을 다 바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멀티미디어시대를 대비한 미래의 주역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려고 하고 있다. 30대를 넘어서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멀티미디어시대의 양식이 되는 CD 롬 타이틀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들이 이끌고 있는 기업체는 하나같이 중소기업체의 모습을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별다른 자본이 없는 이들은 맨몸으로 멀티미디어라는 첨단의 분야에 뛰어들어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맨먼저 멀티미디어사업에 뛰어든 이는 INI의 표신중 사장(39). 노찾사출신으로 잘알려진 그는 고대 산업공학과 77학번. 주로 학창시절 연극활동에 전념해온 그는 누구보다 먼저 멀티미디어분야에 눈을 돌렸다.

표사장은 (주)차림에서 엑스포의 안내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을 살려 94년 1월 INI라는 개인업체를 설립하고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안내시스템과 CD 롬 타이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모건설회사의 용역을 받아 아파트모델하우스의 안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겨레정보통 신과 공동으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SBS의 "모래시계"를 CD 롬 타이틀로 제작하고 있다.

표사장은 "현재 국내 CD 롬 타이틀분야는 외국업체들과 비교해 기획력부문 에서는 부족하지만 그러나 제작력부문은 오히려 뛰어나다"고 분석하면서 "외 국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고 말한다. 표사장은 이 사업체의 몸짓을 부풀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져 앞으로 교육용타이틀분야에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을 장기적인 계획도 세워놓고있다. 표사장과 동시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김인중 사장(38). 연대 기계공학과 77학 번인 그는 후에 전산공학과로 편입하기도 했다. 김사장은 92년에 푸른하늘기 획단을 만들어 PC소프트웨어개발에 나섰다가 93년 엘렉스컴퓨터에서 주관한 소프트웨어공모전에서 "한국의 나비"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아예 CD 롬 타이 틀 개발로 전환했다.

CD 롬 타이틀의 개발에 나선 그는 오로지 유아용을 대상으로 한우물을 파면 서 좋은 학습타이틀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점.선.면 3차원의 물체를 통해 색채와 공간에 대한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나의천국"과 컴퓨터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갔네요"등 4종의 CD 롬 타이 틀을 개발해 내놓았다.

김사장은 "기초가 쌓이도록 만들어야 하는 유아용 학습타이틀이 성인용보다 도 개발하기 더 어렵기 때문에 이 분야를 먼저 손됐다"면서도 "점차 유아용 학습뿐 아니라 성인용 학습타이틀의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고 들려준다.

이들이 CD 롬 타이틀분야에 뛰어든 1세대라면 80년도에 대학교에 들어가 5공치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2세대들은 개발과 유통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디하우스를 경영하고 있는 이상성사장(33)은 연대 전기공학과 81학번. 레 이건방한 당시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88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컴퓨 터유통사인 지우시스템을 설립, 운영하다 후배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뒤늦게 미디하우스를 설립, 멀티미디어 타이틀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달부터 CD 롬게임인 "게임법칙"을 개발, 선보이는 것을 계기로 교양물 중심의 타이틀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배낭여행의 기획물을 CD 롬 타이틀로 담는 작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매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CD 롬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고 말한다.

멀티미디어타이틀의 개발분야와는 달리 유통분야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2세대들도 많다. 아리수미디어의 이건범 사장(31). 83년에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내운동에 뛰어든 후 민가협과 흥사단을 거쳐 CD 롬 타이틀 유통분야에 손됐다.

94년 8월 대학친구들과 함께 자본금 5천만원을 들여 아리수미디어를 설립한 그는 미국 브라더번드사의 게임을 수입, 판매하는 것을 계기로 사업을 확대 하고 있다. 영업력이 약한 중소개발업체들의 제품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한국스포다와 새피앙미디아트등과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이들 제품의 판매에 나서는 한편 중소개발업체들과 손잡고 타이틀의 개발에도 나서려고 하고 있다. 그는 게임업체인 트윔사와 공동으로 첫작품인 "시나위 신대철의 멀티미디어 기타교실"을 개발, 오는 5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CD 롬 타이틀의 유통분야에 먼저 뛰어든 한겨레정보통신의 이정근사장(31).

그는오산 출신으로 고대 금속공학과 81학번. KIST에서 재료공학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SKC중앙연구소에 잠시 근무하다 컴퓨터유통업에 뛰어들었다가멀티미디어분야로 눈을 돌렸다.

현재 타임워너쪽과 연결되어 이들 회사의 타이틀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이사 장은 유통부문을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최근 한겨레인터렉티브사를 설립, SBS의 "미녀와 야수", "모래시계"등의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밖에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멀티미디어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있는이들은 많다. 연대출신으로 한컴퓨터를 운영하고 있는 배태후 사장을 비롯해 최근 덕산그룹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성현 사장도 나우콤과 나우미 디어를 설립, 이 분야에 손대기도 했다.

또한 기업체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중소업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도 많이 있다. 어쩌면 운동권세대들이 출판업에 속속 뛰어든 것처럼멀티미디어 타이틀분야에의 참여를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짧지 않은 세월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맛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 분야에 몸담으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사실이다. 나름대로 멀티미디어분야에서 상식있는 일들을 벌여 나가려고 하고 있다.

아무도 손대지 않으려고 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획을 하면서 멀티미디어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원철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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