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국어에 대한 자랑은 대단하다. 어느 외국의 한국 소개서에는 한국사람과 대화할 때 한국인은 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니까 이를 건드리지않도록 조심하라는 구절이 있다고한다. 현명한 충고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어자랑은 조금은 맹목적이다. 우리의 자부심의 근원을 살펴보면 독자적인 언어를 가졌다는 점, 이를 표기하는 체계인 한글이 세종대왕에 의해 만들어졌고 또 굉장히 과학적이라는 데 있다.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왜 과학적이고 다른 나라의 언어에 비해 무엇이 나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있지 않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시기는 활자가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와 비슷하다. 표현 미디어의 발전이 체계적인 문자표기 체계의 출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 표현방식의 출현은 문자표기 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어디 문자표기 뿐이랴. 말로써 컴퓨터와 대화하는 연구는 음성언어에 대한 과학적 재조명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우리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적기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말을 컴퓨터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 우리말에 대해 갖고 있던 안일한 생각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즉 우리말은 과학적이기 때문에 컴퓨터화하기에가장 좋은 용어일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사실로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예를 몇가지 들어보자.
먼저한글 문자의 코드표기부터가 그렇다. 자모의 갯수가 24개로 영어의 알파벳이나 일본 가나보다 적으니 컴퓨터 표기가 용이하리라는 생각으로 누구나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아마추어식 발상에 불과하며 막상 최적 코드방식 을 선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현재도 어떤 코드방식이 제일 좋은지는 상당한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고 아직도 학자들 간에 의견이 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문자를 자동 인식하는 연구도 그렇다. 한글이 영어 알파벳이나 일본의 가나보다는 어려울지 몰라도 한자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가정한다.
그러나막상 연구에 착수해보면 한자보다도 한글이 인식하기 더 어렵다. 자동인식은 보통글자(한글의 경우 음절)단위로 인식하는데 한글이 한자보다 글자간의 유사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명령어를 만드는 일도 어렵기 짝이 없다. 컴퓨터를 국민학생,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말로 컴퓨터 명령어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Directory"를 무슨 말로 바꾸어야 하는지, "Ch ange Directory"는 무어라고 해야 하는지, 이를 줄여서 쓰는 "cd"는 또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 어려운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 경우에 나타난 것처럼우리말은 영어나 일본어에 비해 조어(조어)가 쉽지 않고 축약 또는 단축명령 어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 상당한 체계적인 노력히 요구하는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반대로 우리말 처리가 쉬운 예 중의 하나를 들어보자. 문자를 인식할 때 한글이 띄어쓰기를 한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 구문을 컴퓨터로 자동 분석할 경우에도 그러하다. 띄어쓰기는 근세에 이르러 한글에 도입된 것이다. 표기체계를 더욱 과학화시킨 좋은 본보기이다.
정보화가본격적으로 진척되면서 파생되는 우리말에 대한 여러 현상과 경험 들은 우리에게 한글사랑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정보화시 대에도 우리말이 우수하고 편리한 언어로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훈민정음 창제시점의 우리말 모습을 고착시켜서는 안된다. 우리말은 단순히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갈고 닦아야 할, 우리가 계속 발전시켜야 할 민족의 유산 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자랑보다는 깊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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