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PC고장에 "버그"용어 부적합

"PC에 생긴 고장을 이제 버그(bug)라고 부르지 말자"자동차가 굴러가지않으면 사람들은 "고장났다"라고 말한다. 텔레비전 화면이 겹칠 때도 "고장 났다"고 말한다.그러나 PC나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는 보통 버그 가 생겼다고 말한다.

벌레를 뜻하는 버그와 고장은 단순히 낱말의 차이는 아니다. 이 두 어휘는 제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그러나 같은 이상이라도벌레라고 부르는 것과 고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정도의 심각성에서 많은차이를 보인다.

버그는 원래 대형컴퓨터에 있는 실제 벌레를 지칭했다. 이 벌레가 대형컴퓨터의 작동을 방해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컴퓨터가 고장나면 "버그가 생겼다" 고 해온 것이다.

버그는 흔히 벌레에 의한 단순한 고장으로 인식되어 있다. 다른 제품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다른 제품과 교환하거나 보상을 해주는 것이 관행이지만 PC의고장은 단순히 "버그"로만 간주되고 만다. 그러나 이같은 특별취급은 머지않아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 PC는 하나의 가정용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PC는 이제 더이상 제조업체 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다. PC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오디오기기、 세탁 기와 다를 것이 없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벌레가 생긴 것이 아니라 고장 이 난 것이다.

또 PC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더이상 특별대우를 받는 가게가 아니다. 잘못을 실수로만 돌리기에는 이들 업체가 지나치게 크게 성장한 것이다. 즉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시절에는 컴퓨터의 탁월한 성능과 그들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고장이 단순한 실수로 가볍게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가령 애플 컴퓨터사는 이제 더이상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차고에 있지 않다. 애플은 휘황찬란한 유리로 덮여진 거대한 빌딩에 자리잡은 대기업이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도 이제 조그만 아파트에 자리잡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10명 남짓한 규모의 아마추어 소프트업체도 아니다. MS는 전세계에 1만5천명의 종업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미국에서 최고 갑부가 되었다.

이들 업체는 수천명의 고급 엔지니어와 유능한 영업사원、 그리고 과학자들 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가전제품 제조 회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소비자들도 초기 컴퓨터 사용자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 컴퓨터 사용자와는 달리 지금 소비자들은 PC의 성능에 대해 감탄하지 않는다. 그들은 PC가 가전제품처럼 작동되길 바란다. 그들은 컴퓨터의 "버그"에 대해 관용을 베풀었던 과거의 프로그래머들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PC공급자와 사용자간의 관계 변화로 인해 미국 사용자들은 버그에 대해 점차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말 인텔의 펜티엄 칩 사태시 소비자들은 그것을 "버그"가 아닌 고장으로 간주했다. 고장난 가전제품처럼 완전교체와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물론 펜티엄결함은 워낙 중요한 "버그"였던 만큼 막강한 인텔도 소비자에게 굴복 했다. 펜티엄사태는 그대로 눈감아줄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최근 디즈니사의 CD롬 타이틀인 "라이온킹"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자 소비 자들은 즉각 항의했다. 최근에 세금관리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해당 회사에 곧바로 항의、 결국 이들 회사로 하여금 중요한 고장 을 시인하게 했으며 무료보상을 하도록 했다.

PC사용자들의 이같은 대응자세는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PC와 소프트웨어가 더욱 발달함에 따라 고장도 그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소비자들은 PC나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않을 때、 과거처럼 자신의 컴퓨터 사용능력만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PC사용자들은 이제 PC를다른 가전제품과 똑같이 취급해 이제 "버그"가 생기면 이의 수리와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자세는 컴퓨터업체들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각종 컴퓨터 고장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 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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