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산업의 발자취 (163);저항기

우여곡절의 사연을 담고 있던 이 L타입 자기관식 카본증착저항기는 신기술로 대표됐던 P타입 자기봉식 저항기의 출현으로 그 짧은 역사를 마감한다.

이 L타입 자기관식 카본증착저항기 단종은 소형화를 실현한 P타입의 자기봉 식 저항기가 일본에서 본격생산이 이뤄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라디오산업의 역사가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형으로 본격 전환됐다는 것이 주원인이 다. 국내 P타입 자기봉식 저항기의 역사는 아세아 백화점(현 청계천 전자상가)시 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계천 전자제품제조업자들에 있어 68년무렵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어 팔면서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춘삼월 호시절"이었다.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외에 군소업체들이 외제모방이나 독자디자인으로 휴 대형 및 탁상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판매해왔는데 이에 소요되는 부품은 대부분이 일산이었다.

그중에서도 P타입 탄소피막 고정저항기는 수요증대에 따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김용철씨 현라라전자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당시 청계천제조업자들에 있어 P타입저항기의 확보는 사업을 위한 관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세아전자상가내에 미전사(대표 이양순)라는 전자부품상이 대부분 공급했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만들어지지도 않으니 일본에서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요. 당시 P타입저항기의 국내 반입은 미전사 대표 이양순씨의 형인 이영순씨덕이었습니다. 그가 주로 했던일은 일본업체들이 생산하다 불량으로 폐기처분했던 것을 가마니에 꾹꾹 눌러 담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이었죠" 김용철씨는 당시 이영순씨자 가마니에 담아 반입한 P타입 저항기를 받아다다시 저항값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수선해 양품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황도 잠시일뿐 얼마되지않아 불량품반입이 중단됐습니다.

청계천부품상들이아우성을 칠 것은 뻔한 것이었고 그들은 저에게 어떻게든P 타입저항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김용철씨는 사업성이 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68년 5월경 현재의 중앙대학교입구 근처에 로열전자를 설립한다.

김용철씨는 당시 P타입 탄소피막고정저항기 생산의 관건인 자기봉은 삼성요업 심상욱사장에게 요청、 일단조잡하기는 하지만 원부자재문제는 해결한다.

그러나자기봉에 피막을 증착시키는 착탄로는 난관이었다. 처음에는 석영관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 32종을 사용했고 발열체는 철크롬 5V를 사용해 착탄로 를 만들었다.

그러나 철크롬의 융점이 낮아 착탄로의 내부온도를 1000℃ 이상 올릴 수 없어 저저항착탄에는 실패했다.

자기봉에 캡을 씌우는 공정(캡핑공정)은 수동 프레스에 금형을 부착해서 두께 0.3mm의 주석 도금철판을 구입、 하나하나 찍어서 해결했다.

캡에 리드선을 붙이는 공정은 당시 IE단자(현 대아리드선)로부터 리드선을 구입해 30mm씩 잘라서 역시 한개씩 손으로 용접을 해나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목적저항치를 얻기 위한 헤리컬 커팅작업으로 김사장은 성요사와는 다소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성요사는 초창기 저항기 양단에 테스터를 대고 테스터를 보면서 목적저항치 를 새겼는데 김용철씨는 커팅앰프를 사용했다.

휘스턴브리지회로를 이용하고 3구진공관증폭기를 제작하여 지금의 커팅앰프 와 유사한 기기를 만들어 공정을 혁신(?)했다.

커팅디스크는 서울역 근처의 치과재료용 디스크(직경 20mm、 두께 0.3mm)를 다량구입해 해결했고 컬러코드작업은 지금의 에폭시 도료가 아닌 일반 래커 도료를 사용했다. 물론 일반 래커(La-cquer)도료는 오늘날의 에폭시도료와는달리 품질이 저급해 볼품도 없고 절연성.내습성도 좋지않았다.

70년경 그럭저럭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P타입 저항기는 10옴 에서 1M옴、 4분의 1W、 1/2W형 제품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저항기가 품귀상태여서 청계천상가에서는 선금을 제시하며 서로 달라고 아우성쳤다고 김용철씨는 회상한다.

70년경부터 로열전자는 커팅기 5대로 월50만개의 P타입저항기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생산에 나선다.

그러나 로열전자도 성요사가 고아덴키와、 한륙전자가 일후쿠리쿠와 기술제휴로 대량생산의 길을 트면서 급격한 몰락의 운명을 맞이한다.<조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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