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 2.1" 암호 체계 공개

최근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컴퓨터공학도 출신인 이모씨가 업계표준으로 평가 받고 있는 워드프로세서인 " 글2.1"의 암호체계를 해독해 PC통신에 공개함 으로써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글" 개발사가 풀 수 없다고 장담하던 암호해독체계를 풀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이를 PC통신에 공개해 불특정 다수의 PC통신 사용자들이 이를 복사해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보안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측면은 크게 세가지로 대별된다. 세계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가 극히 열악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상당히 긍정적 인 면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산 워드프로세서로서 그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 글"이 이를 계기로 제품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어 시장에서 밀려나지나 않을까하는걱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모씨가 "취미"로한 행동이 여론에 의해 영웅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또 다른 비슷한 사건이 재차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세계최대의 소프트웨어회사로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사도 회장인 빌 게이츠 의 천재성에 의해서 급속한 성장발전을 거듭해와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과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대명사인 한글과컴퓨터사도 이찬진사장이라는 컴퓨터천재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어렵다던 " 글"의 암호해 독체계를 쉽사리 풀어버린 이모씨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에 서광 을 비춰줄 인물중에 한사람임에 틀림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모씨는 자신의 말처럼 순수하게 암호를 잃어버려 고생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이를 공개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취미"로하는 행동이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는 선의적으로 행동했다고는 하지만 이로인해 보안에 더욱 어려움을 미침으로써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도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국내소프트웨어시장은 한마디로 선진외국 유명메이커가 독무대를 이루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4년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외국산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0% 가까이나 됐다고 한다.

이중국산이 외국산제품 보다 앞선 분야는 워드프로세서와 CD롬 타이틀 두분야에 불과한 실정이며 이 제품중에서도 워드프로세서는 국산이 시장의 68% 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외국메이커들에 의해 독식당하고 있는국내소프트웨어시장에서 " 글"은 국내소프트웨어산업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가 개발했거나 생각했던 것을 자유로이 PC통신에 공개한다고해서 문제될 것은 물론 없다. 오히려 자유로운 통신문화의 발전차원에서 이를 더욱 권장 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암호체계의 공개로 " 글"개발사는 새로운 업그레이드버전인 글3.0"의 시판을 앞두고 부랴부랴 이의 암호체계를 완전히 수정하는 등 곤혹을 치렀다.

더구나 이모씨는 이번 공개한 분야 이외에도 영문암호 해독프로그램등 몇가지를 더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1차로 " 글2.1"의 암호체계를 공개한데 이어 숫자로된 " 글" 암호해독프로그램을 최근 PC통신에 재차 공개 했다. 이로인해 " 글" 개발사는 이 인물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등 앞으로의사업을 전개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모씨가 앞으로 이를 사업화해나가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고 이같은 행동을 했다면 할말은 없다. 또한 이같은 행동을 법적으로 규제할만한 제도적인 장치마련도 생각처럼 쉽지않다. 그러나 자신의 천재성을 알리려고 또는 공명심에 의해 이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거나 다른 인물에 의해 반복된다면 이는 국내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대상회사를 곤경에 처하도록 하기위 한 어떤 불순한 작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사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 이다. 천재성의 선용을 모두 함께 생각해 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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