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해외 과당경쟁 실상

가전3사가 해외에서 타사 거래선을 가격을 낮추어 가로채는 이른바 이전투구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볼썽사납게 비쳐지고 있다. 이같은 제살깎기 식의 과당경쟁은 불공정거래는 아니라하더라도 업계의 건전한 경쟁구도를 파행으로 몰고간다는 점에서 근절돼야 할 해악으로 꼽히고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가전업체들이 수출을 강화하면서 이같은 해외 과당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해외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헐값에라도 수출규모 를 불려야 한다는 판매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당경쟁의 유형은 수출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 거래선을 가로채는게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자유경쟁체제하에서 가전업체들의 가격인하경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산제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제고와 국내 전자산업의 성장기틀 마련을 주도해야 할 가전3사가 해외시장에서 무모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국산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할 뿐아니라 수출채산성 악화를 초래한다 는 점에서 자제가 요청된다.

"가전3사의 비정상적인 판매와 거래선 빼앗기가 근절되지 않으면 업체별 채산성악화는 물론 산업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 입니다" LG전자의 김병삼 TV수 출과장은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가전3사의 무모한 과당경쟁이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업체에게 돌아올 이익이 깎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김과장은그하나의 예로 최근 있은 미국 시어즈 백화점의 13인치 컬러TV공급 사례를 들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시어즈 백화점에 13인치 컬러 TV를 대당 1백30달러에 공급 하고 있었는데 최근 국내 한업체가 같은 제품을 대당 1백20달러에 공급해주 겠다고 제의하자 거래선인 시어즈백화점이 LG전자에게 수출가격인하를 요구 해 결국 4달러 깎아 줬다.

물론 가전업체들의 덤핑과당경쟁은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가전업체의 해외과당경쟁사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전자제품의 수출이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국내 가전3사의 해외시장에 서 수출가격 인하 등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사례는 늘고 있는 듯하다.

실례로 미 유통전문업체인 서킷시티사의 14인치 TVCR 2만대와 전자레인지 발 주건은 국내 가전3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여 한 업체가 다른 업체보다 제품당 10달러 싼 가격을 제시、 공급권을 따냈으며 월마트사가 발주한 10만대 규모 의 13인치와 19인치 TV의 경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이 모델별로 10달러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LG전자가 공급해온 미국 제니시스사의 13인치 TVCR의 경우 재계약을앞두고 한 업체가 2백40달러에 공급권을 따냈는데 이는 그동안 LG전자가 공급해온 2백65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미톰슨사에 RCA브랜드로 납품해온 VCR의 경우도 한업체가 20%정 도 싼 가격을 제시、 공급권을 획득했으며 일본의 유통업체인 코지마사의 1백50리터급의 냉장고 공급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한 업체가 국내 다른 경쟁업체보다 1천5백엔 싼 1만1천5백엔에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우전자의 냉장고 최대거래선인 알 스왈렘사를 가로채기 위해 대우전자와 거래를 끊을 경우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고 해 대우전자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외국에서 우리 전자업체들의 경쟁자는 일본업체들이다.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경쟁을 위해서는 국내업체간의 무모한 과당경쟁은 불식 돼야 한다. 경쟁을 위한 국내업체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지 주재원들의 본업은 시장개척과 판촉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을거래선단속 ? 에 뺏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한관계자의 말이다. 뿐만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외국바이어와 협상 수출길을 터놓으면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10~20%싸게 공급 바이어를 빼앗아 갈때에는 억울하다못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하소연한다. 가전3사들이 자사제품의 시장노출을 꺼리고 거래선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전3사의 부당한 경쟁을 막기 위해선 경쟁업체와 분명히 차별화된 제품개발 도 중요하지만 공정거래 질서확립을 위한 기업의 자율적인 의식전환이 필요 하다는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업체들끼리 자체 규약을 만들어 이를 어기면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조치해 놓고 있다.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외에도 정부차원의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가전업체들은 신규 거래선개발을 게을리 할수밖에 없다. 만약의 경우 남이 애써 개발해 놓은 거래선에게 싼 가격을 제시 제품공급권을 뺏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 가격경쟁과 같은우물안개구리식의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이제 해외시장에서 미국、 일본등 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때인 만큼 임시방편식의 덤핑이나 비윤리 적인 판매방식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가전3사가 모두 망하는 과당경쟁를 할 게 아니라 함께 흥할 수 있는 떳떳한 공정거래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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