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47)

에이커스는 당연히 잡스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를 궁금해 했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넥 스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졌다. 몇주후 에이커스는 넥스트 컴퓨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잡스와 빌 트리블을 IBM 본사로 초청했고 잡스 는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는 그의 태도와는 달리 상세한 내용까지 모두 들려주었다. 에이커스는 이들이 중역이기 때문에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서 프로그래밍을 직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회의는 성공적이었고 에이커 스는 넥스트와의 협상을 IBM 퍼스널 컴퓨터 프로젝트의 시조인 빌 로에게 맡겼다. 그러나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시킨 잡스는 그 열정만큼이나 깐깐한 성격때문 에 수개월 지속된 협상과정에서 종종 협상을 결렬시키겠다고 위협했고 또 실제로 결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IBM은 넥스트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대해 6천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IBM이 관심을 가지면가질수록 잡스는 IBM을 파트너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태도를 애매모호하게 취했다. 잡스는 IBM이 넥스트를 짓누를까 두려워 IBM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파트너가 되기를 바랐다. 넥스트의 판매부장인 토드 룰론 밀러는 직원 들에게 잡스가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처리회사에 대해 얼마나 겁을 집어먹었는지 말해주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잡스는 협상중에 상대방이 제시한 색이라든가 타이틀 등 남보기에는 사소한 문제들을 트집 잡아 두손을 번쩍 들어 못마땅한 시늉을 하며 회의실을 뛰쳐나오곤 했다. 다른 사람이 사소하게 여기는 문제들도 잡스를 충분히 화나게할 수 있었다. 그가 "그건 가치가 없는 일이야"라고 한마디 하게되면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었다. 댄 르윈은 협의중에 그런 말을 하고 나간 잡스를 붙잡아 복도에서 그를 진정시키고 다시 생각해 보도록 종용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IBM측 사람들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러면 잡스는 몇분 후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 "그 문제는 이제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세밀한 사항 까지 모두 합의를 본 사안에 대해서도 잡스는 계약서가 2페이지를 넘어가면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잡스는 IBM 변호사들이 초안을 잡아 그에게 보내온 긴 계약서 사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당신들은 내 뜻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소"라고 IBM을 비난했다. 이 말은 넥스트 직원들이 가장두려워하는 말이 되었다.

넥스트는 연간 6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처럼 행동했고 IBM은 마치 날짜에 맞추어 첫 제품을 출고하지 못한 회사처럼 넥스트의 요구를 불평없이 받아들여 잡스가 원하는 대로 계약서 초안을 찢어버리고 잡스를 초청하여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잡스는 비록 IBM의 에이커스회장과 로의 묵인하에 자기의 뜻을 관철시킬 수있었지만 하위실무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기 시작했다. 잡스 또한 남의 뜻을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는 IBM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고 힘 약한 넥스트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가 넥스트의 장래를 보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IBM과의 밀월관계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 쯤되면 그동안 오래 기다려 왔던 입방체 컴퓨터를 소개하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페로와 IBM의 지지, 그리고 낙관적인 미래가 기대되었기 때문에 잡스는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것이라고 생각했다. 잡스는 직원들에게 넥스트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주문한 모토롤러사도 넥스 트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혔으며 모토롤러의 고객인 애플사와의 갈등만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캐논사도 넥스트 컴퓨터의 라이선스계약을맺는 대가로 1천5백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를 제시했다. 넥스트는 이와 같이자신의 장래를 약속하는 수많은 제의들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넥스트라는힘센 왕국 앞에 경의를 표하는 수많은 속국처럼 수십억 달러의 자산 규모를 가진 기업들은 한결같이 무릎을 꿇으며 협력하겠다고 제의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잡스와 그의 참모들은 넥스트의 제일 큰 고객들의 불평을 들어주는것과 같은 당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넥스트는 또 경쟁업체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도 소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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