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연연구기관들을 향해 뽑았던 칼을 일단 접어두는 모양이다.
이번에야말로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같던 정부가 무슨 이유에선지 "통폐합을 검토한 일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 정부조직개편이후 3개월 가까이 출연연 종사자들을 뒤흔들어놓은 출연연 개편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개편은 당분간 없는 것인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게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인가.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개편방안에 대해 단 한번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3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검토한 적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과연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좀더 솔직한 정부를 원한다. 좀더 명쾌한 설명과 좀더 명확한 논리를 갖고 있는 정부를 원한다.
정부가 출연연의 개편을 검토한 적이 없다면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 소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즉시 정부로부터 자립하겠다고 발표했는가.
우리나라 정부관련기관중 스스로 정부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을 정부의 지시없이 정부종합청사에 가서 발표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3개월여동안 출연연에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은 한 연구소 관계자의 표현 처럼 진도 7.5의 강진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일손을 놓고 있었으며 많은 연구원들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떠나가고 있다.
3개월의 연구공백이 앞으로 얼마나 긴 후유증을 초래할 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연구원들의 출연연 탈출사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3개월여 동안 중단없이 이어져온 출연연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3개월동안 출연연의 모습을 지켜봐 온 기자가 받은 인상은 한국 의 과학기술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과학자들 이 떳떳하거나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많은 사람이 눈치꾼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과기행정의 풍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눈치가 빠르고 변신이 능해야 한다는 것은 이 땅의 과학기술자들은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대전=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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