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세계화와 외래어 표기

정보통신 분야에서 자주 쓰고 있는 영어 digital과 system을 한글로 표기하면 디지탈, 디지털 혹은 디지틀, 시스템 혹은 시스팀 가운데 어떤 것이 정확 한 것일까. 필자가 소속된 연구소에서 80년대 중반 경에 작성된 대부분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디지틀과 시스팀으로 표기되었다. 그때 당시 학회지에 발표 될 논문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디지틀과 시스팀이 인쇄소에서 잘못 식자한 것으로 보고 편집자가 디지탈과 시스템으로 교정하려 하니까 논문을 제출한 저자는 디지틀과 시스팀의 표기가 맞다고 우기며 설왕설래한 일까지도 벌어진일이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다시 디지털과 시스템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아직까지도 어떤 표현이 정확히 맞는지 아리송한 부분이 남아있다.

외래어 표기에 대한 문교부의 지침은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다는 것이 원칙이 다. 아마도 한글이 말 위주의 언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정한 것 같다.

그러나문제는 이러한 원칙 때문에 한가지 단어를 가지고 두 가지 세 가지의표기법이 가능하고 어느 표기가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필자가 언어분야에 문외한이지만 언어 가운데 표기하는 것과 말하는 것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어의 경우 표기와 발음 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는 단어마다 반드시 발음기호를 별도로 두고있다. 표기법과 말을 일치시키자고 했다면 발음기호대로 쓰도록 했으면 되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불어의 경우 표기와 발음 사이의 차이가 영어 보다 더 심한 것같다. 비교적 표기된 대로 발음하는 독일어의 경우도 표기법 과 발음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지명이나 사람이름 등 고유명사를 외래어로 표기하는 방법은 어떤가. 오래 전에 있었던 얘기 하나 해야겠다. 국제논문 발표회에 필자가 속한 연구소에서 제출된 10여편의 논문에 표기된 저자 주소를 봤더니 10인 각양각색이었다. 대전을 표기하는데 Daejeon, Da-ejon, Taejeon Tacjo n등이고, 유성을 표기하는데 Yousung, yusong, yo-useong등등. 이렇게 되고 보니 두 단어의 조합으로만 보아도 짐작이 가지만 10여명의 주소는 완전히 다르게 표기되어 있었다. 그후 연구소에서 영문 주소 표기를 통일하여요 즘엔 거의 문제가 없어졌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보면 아직까지도 동일한지 명을 가지고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는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 성명을 알파벳으로 표현하는 것도 원칙이 없다. 김씨의 경우비교적 Kim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종종 Gim이나 Khim등도 보이고 이씨의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이름과 성의 위치도 앞뒤 혼용하고 있다. 이름도 두단어 로 띄어 쓰는 사람, 한 단어로 묶어 두자로 구성된 이름의 외자로 보이게 되는 경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사항은 각종 정보통신 관련데이터 베이스 구축에도 상당한 애로사항 으로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시에는 물론이고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키워드로 사용해서 검색하는 등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애로사항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지금 국제화를 외치고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총론적이고 원론적인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항으로 작지만 구체적인 것을 살펴보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래어 표기법의 통일은 작은 일이지만 세계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본다.

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학교교과 과정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어시간에 순수 우리 국어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외래어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하는지에 대해 가르치고 시험도 보면 금방 해결될 것같다. 또한 영어시간에 순수 영어단어만 외우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고유명사를 영어로 표기하는 것에 조금만 신경쓰도록 하고 시험내 용에 포함시키면 배우는 젊은 세대들은 쉽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교육을 받아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외래어 표기에 대한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하나 개발하여 퍼스널 컴퓨터에 장착해 놓으면 문장 작성할 때 자동적으로 철자법 등의 오류를 교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세상은 분명 정보화와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뭔가 걸림돌이 될만한 것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말과 외래어 사이의 표기법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시급히 해결해야할 작지만 중요한 과제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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