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 AST사 인수 의미

삼성전자의 미AST사 인수는 90년대 한국 컴퓨터산업의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된다. 인수규모 자체도 막대한데다 국제시장에서 퇴보일로를 겪고있는 국내 컴퓨터 산업이 다시 재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AST사 인수금액은 모두 3억7천8백만달러로 국내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사상 최대규모이다. 그동안은 이달초 한국은행의 승인을 얻은 현대 전자의 AT&T GIS사의 비메모리부문 인수(3억4천만달러)가 기록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AST 인수에 나선 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고려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말할 수 있는 것이 PC사업의 국제화 실현이다.

삼성전자의 PC사업은 최근 내수시장에서의 급신장세에도 불구, 세계시장에서 는 여전히 맥을 못치는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글로벌 판매망도 전혀 확보하지 못한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경쟁사에 뒤져있는 열악한 상태였다.

김광호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말부터 PC의 자가브랜드 수출확대를 정책적 으로 표방하고 나섰으나 아직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AST사 인수는 바로 AST가 갖고있는 안정적인 판매망과 우수한 마케팅력을 활용함에 따라 바로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요인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각종 컴퓨터관련 부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21세기 핵심 전략사업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총8천억원을 투자, 구미공단 내에 OA전용단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멕시코, 영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으로 모니터의 해외생산기지도 계속 확대해 왔다.

생산제품만해도 HDD를 비롯해 CD롬 드라이브, 프린터, TFT-LCD 등 거의 모든 멀티미디어관련 부품을 망라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같은 부품산업이 사업성을 갖기위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전과 통신, 반도체에서 강점을 갖고있다고 자부하는 삼성전자로서는A ST사 인수를 통해 컴퓨터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게 돼 멀티미디어 제품의 개발과 상품화에 한층 날개를 단 셈이 됐다.

AST는 세계최초로 PC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워크쉘"을 개발하고 IBM 애플, 컴팩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1백90건의 PC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관련 앞으로 AST사와 제품의 공동개발은 물론 특허권의 상호 이용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AST사 인수는 지난해말 경영압박에 시달리던 AST측이 자본 참여 제의를 해오면서 은밀히 추진됐다.

AST는 그동안 오버헤드 비용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구조가 타 컴퓨터 회사보다 탄탄했으나 미국의 컴퓨터회사인 탠디사를 인수하면서 급격히 자금 난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ST사는 이 때문에 지난해 컴퓨터산업의 초호황 국면에서도 세계 10대업체중 유일하게 3.4, 4.4분기에 연속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AST사가 제안한 자본참여 규모는 약 20% 정도였으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단순 지분참여는 하지않는다는 삼성측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40%로 대폭 높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삼성이 AST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데는 지난번 현대전자와 각축을 벌이다 현대에게 돌아간 AT&T GIS의 경우가 큰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김광호회장은 AT&T의 인수를 현대전자에 빼앗긴데 크게 노했던 것으로알려졌다. 아무튼 이번 삼성전자의 AST 인수는 국제시장에서의 기반이 취약한 한국 컴퓨터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의가 없다.

국제 컴퓨터시장 공략이라는 과제가 OEM공급선 확보 등 소극적인 전략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한 점을 감안, 외국기업의 인수는 가장 효과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인수이후의 향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의견이다.

리딩에지를 인수하고 이 때문에 오히려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대우통신의 경우는 다시 한번 음미해 봐야할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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