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가 급진전되면서 고객위주의 경영사조가 기업들에게 있어 중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소비자에게 만족을 주지않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만족은 물론 품질과 가격과 서비스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90년대들어서부터 소비자 중시 경영으로 탈바꿈해왔다.
지금은고객의 감동까지 고려할 정도로 모든 판단과 기준을 소비자에게 맞춰가는 추세다. 이는 완전히 개방된 시장에서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LG.삼성.대우등 가전3사는 지난해부터 마치 "누가 더 소비자보호를 잘하나" 식의 내기에 나선듯 각종 소비자보호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고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전업체들의 소비자 보호책이 대부분 실효성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 돼 있다는 지적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보호를 역설하면서도 고객불만처리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가전업체들이 수리용부품 보유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게 그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가전업체들은 부품이 없어 수리를 해주지 못하자 미봉책으로 현금으로 보상해주면서 이것마저 1년마다 25%내외씩 불어나는 불리한 감가 상각률을 적용하는등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를 위해 부품을 제대로 구해보지도 않고새제품으로의 교환을 권유하고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혹시 소비자들 의 애프터서비스 의뢰를 가전업체들이 판매의 호기로 이용하고자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소비자 고발창구의 하나인 한국소비자연맹에 지난 한햇동안 부품보유기간과 관련해 들어온 고발은 87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지난 93년 19건에 비해4.5배 많아진 것이다.뿐만아니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도 지난 93년 1월부터 지난해말까지 같은 이유로 고발한 사례가 1백여건에 달한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고발센터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결코 적지않은 수치이다.
한마디로가전업체들이 부르짖고 있는 소비자보호책이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공업진흥청은 공산품 품질기준을 통해 가전제품 수리용부품 보유기간을 품질보증서에 기재하도록 가전업체들에게 행정지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품별로 수리용 부품을 몇년간 보유하라는 의무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가전업체들은 제품별 부품 보유기간을 가전용이 아닌 사업용에 맞춰 임의로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업체들이 정한 제품별 수리용 부품보유기간을 보면 회사별로 다르지만컬러TV 5년、세탁기5~7년、 냉장고 7~8년등이다. 법인세법상 제품별 내용연수인 3~8년과 거의 일치하고 또 이들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들의 절반 정도가5년정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일본 가전업체들이 부품보유기간을 TV 8년、 세탁기 6년、 냉장고 9년등으로 정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처럼 제품의 내용연수에 따라 부품보유 기간을 정해 놓고 있으면서도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의 지키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업체들이 수리용 부품보유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이유는 최근 신제품의 개발주기가 짧아지고 부품 보관에 드는 물류비용이증가 가전업체들이 수리용 부품을 예방 발주하는 추세여서 일찍 떨어질 수있다는 점때문이다. 그러나 이로인해 기업들은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으나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가전 신제품 개발기간이 3~5개월로 단축、 이같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가전업체들은 "눈가리고 아옹"식의 홍보 에 열 올리기보다 실질적인 소비자보호를 위해 적어도 중요 부품만이라도 보유기간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보유기간중 수리용 부품이 없어수리하지 못할 경우 품질보증기간이 경과 됐을때 적용하는 정률감가상각금액에 10%를 가산해 환불"하는 현행 소비자피해 보상규정도 정액법으로 변경 해 소비자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가전제품은 기술향상으로 고장률이 낮아진 만큼 내구연한도 더 연장돼야 한다.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쓸수 있는 가전제품을 부품이 없어 폐기하는 것은국가 경제차원에서도 큰 낭비라는 점을 다시한번 생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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