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종이책이 사라진다

처음 볼펜이 등장했을 때는 그때까지 사용하던 연필은 모두 다 사라질줄 알았다. 그러나 연필은 썼다가 지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어린아이부터 어른 까지 아직도 많이 애용하고 있다. 특히 샤프가 나왔을 때 연필은 완전히 사라지는줄 알았지만 현재까지 보아 여전히 연필공장이 문을 닫을 것 같지는않다. 그러나 컴퓨터 워드프로세서가 나오면서 타자기는 없어져가는 추세이고 결국에는 다 없어질 것 같다. 이렇게 새로운 물건이 기존의 물건을 대체하는 것도 있지만 공존하는 것도 있다. 그럼 요즘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전 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서 전자책이란 종이책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CD-I, CD-ROM 혹은 통신망에 실리는 것으로 어쨌든 컴퓨터안에 들어가 있는 책을 말한다. 이 전자책이 여러가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거의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 으로 약 4천여종의 CD-ROM타이틀이 보급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1백여종이 넘은지 오래다. 그런데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자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아직 종이에 인쇄된 글자의 해상도를 컴퓨터 화면의 해상도가 따라갈 수 없다. 종이에 인쇄된 글자의 해상도는 컴퓨터 프린터로 인쇄했을 경우 수백dpi, 타입셋으로 인쇄된 경우는 약 2천dpi이상이지만 컴퓨터 화면의 해상도는 수십dpi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장시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아픈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종이책은 어떤 자세로도 볼 수 있다. 누워서도 보고 서서도 보고 책상에 얌전히 앉아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안의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사람의 자세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는 것이아니라 화면에 따라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셋째, 컴퓨터 전문가들은 아무리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에게는컴퓨터하면 일단 겁이 나고 잘못 건드리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조작하는법을 배워야 하니까 시간과 돈이 든다. 결국 "이 나이에 그런 것은배워서 뭣해"하거나 "역시 옛날방식이 좋아"하고 포기해버린다. 그러나 종이 책은 참으로 친숙하다. 책장넘기는 기술(?)만 있으면 쉽게 볼 수 있다. 넷째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다. 전자책으로 만들만한 것으로는 분량이 많아 내용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장시간 들여다보는 소설류보다는 잠깐씩 찾아보는 사전류, 그리고 사용자와 컴퓨터 가 서로 묻고 대답할 필요가 많은 것들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의 장점도 많이 있다. 치이타가 뛰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이승만 대통령의 육성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찾고자 하는 단어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책을 다 뒤져보지 않아도 쉽고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수십권짜리의 백과사전이 한장의 CD-ROM안에 들어가므로 들고 다니기도 쉽고 종이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나무를 덜 베어내도 돼 자연보호에도 크게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CD-ROM안에는 4백쪽짜리 책 약 6백권이 들어갈 수 있고 찾아보기 쉽게 색인을 한다면 약 3백~4백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용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게 되어 앞에서 말한 지금의 전자책의 단점을 보강할 수 있다면 전자책의 시대가 빨리 올지도 모를 일이다. 컴퓨터 모니터의 해상 도가 현재보다 훨씬 높아져서 수백dpi가 되고 재료기술이 발달하여 구길수 있는 화면이 등장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고 종이보다 컴퓨터에 더 익숙한 세대들이 지구인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연필이 아직도 책상위에 살아남아 있듯이 종이책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