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에 이어 부산.대구, 인천.광주 등 대도시에 지하철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하철에 도입되는 역무자동화설비(AFC)의 대부분을 외국산제품이 장악, 어렵게 개발된 국산제품이 설 땅을 잃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업기술기반자금등을 지원, 제품개발을 독려하고서도 적극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어 국내기술확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애써 확보한 기술마저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역무자동화설비는 발매기, 발권기, 정산기, 자동개.집표기(게이트), 역단위컴퓨터 관리역컴퓨터, 중앙컴퓨터등이 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설비 당 3백억원에 이르는 비교적 큰 규모로 서울 지하철 1.2.3.4호선, 부산 지하 철 1호선, 철도청 AFC등 국내 역무자동화설비의 대부분을 프랑스CGA사가 독점하는 등 외국산 기기가 전체의 93% 이상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중인 지하철에 도입될 역무자동화설 비는 대구 지하철 1호선의 경우 발매기 2백11대, 발권기 43대, 정산기 2대, 자동개.집표기 3백9대, 역단위컴퓨터 29대, 관리역컴퓨터 8대, 중앙컴퓨터 1대이며 부산지하철 2호선은 발매기 3백89대, 발권기 47대, 정산기 41대, 자동개.집표기 6백22대, 역단위컴퓨터 37대, 운영 및 유지보수컴퓨터 9대, 중앙전산기 1대등으로 시스템발주규모가 각각 2백40억원 이상인 대형이다.
이와 함께 오는 3월에 있을 서울지하철 6호선의 경우 발매기 3백90대, 발권 기 59대, 정산기 4대, 자동개.집표기 3백52대, 역단위컴퓨터 38대, 관리역컴 퓨터 11대, 중앙컴퓨터 1대 등이며 인천지하철 1호선의 물량도 비슷한 규모 이다. 이중 대구지하철의 경우 지난해 영국Thorn EMI사에 낙찰됐으며 부산지하 철 2호선, 서울 지하철6호선, 인천지하철등도 영국Thorn EMI사, 프랑스C GA사등 외국업체들이 국내업체를 내세워 노리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국내 업체들의 판로가 이들 외국 업체에 막혀 있다는 데 있다.
주무부처인 조달청은 대구지하철 역무자동화설비 구매입찰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 10년간 한번도 요구하지 않은 전체시스템 공급실적 증명서를 요구 하는 등 입찰사양서상에 자격요건을 명시함으로써 국내업체들의 입찰참가를 앞장서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
실적이 없는 국내업체들의 입찰참가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산업 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역무자동화설비의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 업체는 합동 정밀과 경덕전자등 2곳.
이들 두개 업체가 역무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공급한 실적은 합동정밀 이 자동개.집표기 3백31대, 보통권발매기 1백28대, 역단위컴퓨터 28대, 경덕 전자가 보통권 발매기 3백72개 등으로 과거 10년간 국내업체의 실적은 60억 원이 채 못되는 처참한 현실을 보이고 있다.
외국산 업체들이 그동안 시스템공급을 사실상 독점해 온 것에 비교하면 국산 제품을 냉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흉내내기식의 구매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자동발매기, 자동개.집표기 등 국산장비의 경우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대당6 백만원과 1천1백만원으로 외국산 동일제품의 25~50% 수준으로 공급이 가능하며 제품기술이나 성능면에서도 외국산제품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 국내업체 들의 주장이다.
지난 90년부터 총 80억원을 투입해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역무자동화설비국산화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합동정밀측은 현재 서울지하철에 운영중인 제품의 신뢰도가 고장횟수대비 장비가동횟수가 자동개.
집표기의핵심부품인 승차권이송기의 경우 10만회, 승자기헤드의 경우 1백만 회로 외국산 제품을 능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AFC의 단말 장비인 발권기와 자동정산기를 개발중이며 프랑스CGA사가 공급한 서울지하철 1기 역무자동화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컴퓨터와 공동으로 운용체계를 포함해 완전한 역무자동화국산화를 위한 협력체제를구축하고 있다.
역무자동화시장을 놓고 보면 국내의 경우 외국업체가 수요의 대부분을 장악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수요가 한정된 국내시장이외에 중국 및 동남아의 지하 철 시장에 국내업체가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육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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