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9일 기흥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우리나라도 TFT LCD 양산시대에 돌입했다. 9월에는 LG전자가 가세하고 내년에는 현대전자와 삼성전관이 제품을 쏟아 낸다. 산업차원에서만 보면 이것은 일대사건이다. 반도체에 이은 또하 나의 "한국기업형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승부수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품목 자체가 유망하다고 해서 여기에 뛰어든 기업들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기업의 TFT LCD승부수에는 강점과 약점의 양면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강점요인으로는 기업총수들의 강력한 의지가 꼽힌다.
삼성.LG.현대.삼성전관등은 모두 최고경영자들이 2000년대 기업 비전으로이분야의 확고한 육성을 선택했다. 투자 및 연구개발의 맨앞줄에 TFT LCD가올 라있다. 드라이브의 토대는 일단 확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분야가 장치산업이라는 점과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도 유리하다. 국내기업 들의 장치산업에 대한 승부수는 거의 성공했다. 자동차.반도체.브라운관에서 이미 경험했고 충분한 노하우도 쌓여 있다. 더구나 생산 공정과 개발기술이 비슷한 반도체에서의 성공은 TFT LCD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초기시장이라는 점도 아직은 일본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는 위안이 될만하다. 하지만 걸림돌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수율, 지적 재산권, 가격경쟁력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점이 일본업체들의 강력한 견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반도체와 브라운관의 전철은 결코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율은 사업성패의 열쇠다. 월산 8만개라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율이 70%이상돼야 한다. 일본은 이미 70%를 넘어서 80%에 이르고 내년에는 90%까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의 초기 수율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7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한다.
가격경쟁력도 주목된다. 삼성의 경우 현재 노트북PC에 채용되는 10.4인치제 품을 개당 1천달러에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업체들은 한국기업의 양산시점에 맞춰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수율이 쫓아가지 못하면 가격은 올라가야 하지만 일본이 역으로 공세를 펼친다면 해외시장공략은 어려워 질 것이다.
지재권도 최대현안이다. 주요특허를 보유한 일본은 로열티도 필요 없으니 한국기업은 아예 TFT LCD를 만들지 말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에서 축적한 응용특허가 많기 때문에 소위 크로스라이선스형 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 지는의문이다. 어차피 "지재권홍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FT LCD양산은 획기적인 사건이지만 국내기업들은 반도체이상으로 험로를 개척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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