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에 읽은 소설에서 작가 한수산씨는 어린이들이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을 한탄했다. 그때로 봐서 옛날 어린이들은 쓸만한 장난감이 없어 자기 몸이 장난감이 되어 놀곤 하였다. 한 아이가 용변 을 보면 모두 따라서 한줄로 서서 용변을 보는 것이 큰 놀이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 소설에서는 그 당시 아이들이 하교길에서 산 병아리를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려 누구의 병아리가 살고 누구의 병아리가 죽는가 내기를 하는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그러한 세태를 한탄하며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걱정하였다.
그러면 십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아이들의 놀이문화는 어떠한가. 갖가지 과외에 시달려 놀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놀이라고 하는 것이 전자오락게임이다. 이것은 병아리 떨어뜨리기 놀이보다 더 걱정스럽고 위험하다. 전자 오락게임은 같이 노는 동료가 없고 공동체가 없이 혼자서 노는 것이어서 아이들을 더욱 이기적이고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스릴과 도박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 잔인함과 도박성이 지나쳐 아이들의 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들에게서 그 전투성과 잔혹성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롤 플레이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많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도둑질하는 능력도 있는 암살자, 돈만 주면 무슨 임무라도 맡아서 하는 살인 청부업 자, 떠돌아다니는 타락한 방랑자인 낭인, 자기의 기술에 따라 특별한 무기를 가지며 전투에 자신감이 있는 무사 등 하나같이 사람을 죽이는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살펴보면 유령퇴치, 괴물부름, 복제인간, 불바람, 피 이끼, 유황재 등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것이 많다.
특히 아이들은 화면속에서 가상의 상대와 싸우다 보니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못한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게임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 현재 3차원 그래픽으로 되어있는 화면이 가상 현실을 이용한 인터페이스로 바뀔 것이고 아이들은 그것에 심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산업에 종사 하는 사람들은 게임을 아주 잘 만들 것이다. 실제상황과 거의 비슷하게 현실 인지 상상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 잘 만들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 게임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내가 정말 현실에서 상대를 죽이는지 상상속에서 상대를 죽이는지 혼동되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전자오락실이나 가정에서 게임기를 사다가 하는 게임은 어느 정도 프로 그램의 선택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앞으로 통신망을 통한 온라인 게임이 대중 화되면 부모에 의한 프로그램의 통제는 전혀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미국 의 온라인 게임서비스 사용자는 1991년말 2천6백만명이던 것이 1992년말에는 46% 증가하여 3천8백만명이 되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창조될 때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먼저 시장을 형성하고 또 가장 큰 시장중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이 게임과 성인용 오락물이 다. 프랑스에서 미니텔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이용률의 80%가 섹스사업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위험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언젠가 정부의 어느 국장님께 게임시장이 큰 데 우리도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농담삼아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 대답처럼 "시장이 큰 줄은 알지만 정부가 게임산업을 주도할 수는 없지 않는가."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심경을 대변해 주는 것도 같다.
내가 작가라면 게임을 하기 위해 자꾸만 컴퓨터 앞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걱정하면서 그래도 병아리 떨어뜨리기 놀이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그런 소설이라도 한편 썼을 것이다. 분명히 컴퓨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욕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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