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은 때때로 용기를 준다. 특히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통념이나 문화에 비추어 껄끄러운 일을 할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외국에 관광을 나가서 전혀 뜻밖의 "사고"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하는 것도 일상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함께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 유명백화점이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홈쇼핑 이용 순위를 매겨보니 피임용 콘돔이 가장 각광받는 상품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백화점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데이콤 천리안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홈쇼핑 베스트셀러 조사에 따르면 콘돔세트의 판매량이 1위 를 기록했고 힙패드나 갑자기 살이 쪄서 갈라진 피부에 바르는 크림 등 일반소매점에서 구입하기에 계면쩍은 제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들 상품의 컴퓨터 홈쇼핑 이용이 인기를 끄는 것은얼굴을 알리지 않고 구매할 수 있고 대금결제도 홈뱅킹 서비스를 통해 처리가 가능한 점 등 익명성 보장이란 장점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의 대부분이 컴퓨터를 쉽게 다룰 수 있는 20~30대에 한정돼 있다는 점은 담배 자판기가 십대들의 손쉬운 담배 구입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부작용 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컴퓨터통신과 온라인 홈쇼핑이 자칫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을 그릇된 길로 이끄는 어두운 통로가 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컴퓨터는 새로운 유해환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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