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연구소와 효율적 개편방향

정부 기구의 대개편에 이어 정부출연 연구소에도 이에 따른 개편작업이 예견 되는 가운데 최근 대덕지역의 연구소들은 사태발전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모두들 일손을 거의 놓다시피 하고 이다. 어느 경우이거나 조직의 개편이나 축소 작업에는 아픔과 어려움이 따르고 새로운 체계가 잡힐 때까지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나 문제는 정확한 상황인식과 공감할 수 있는 원칙에 의해 개편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장기간 통용될 수 있는 발전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60년대 우리나라가 공업입국을 외치면서, 기술기반이 전무한 상태로부터 국가가 주도하여 현재의 중진공업국이 되기까지는 국책연구소들의 노력과 업적 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 및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정착시키는 데서부터, 선진제국에서 교육받은 경험있는 해외 과학자들을 유치하여 각종 선진 기술의 국내 소개, 산.연공동및 협력연구 를 통한 기술전수, 그리고 대형 국가연구개발 사업들을 주관하면서 우리의기술개발 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체의 기술수준이 향상되고 또한 국제적 시각을 가진 대형 산업체 들이 조직적이고도 효율적인 산업체 연구소들을 속속 설립하면서 정부출연 연구소들은 상대적으로 점점 왜소화 되어가고 있다. 분야에 따라서는 연구개 발장비 수준, 컴퓨터성능, 연구인력의 수준 등에 있어서 열세에 놓이게 되고때로는 산업체로부터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경우도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대개편 작업에서는 국내 대형기업들이 자체적인 필요성에 의해 연구개발에 기꺼이 투자하는 성숙한 산업과 관련된 연구소들은 과감히 정리 하여 국제적 경쟁이 가능한 상품개발은 기업들의 창의적 경영능력에 맡기고, 대형의 국가주도 사업들을 주관하는 연구소들은 오히려 확대 지원하는 방향 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따라 기술기반 확보가 필수적인 원자력, 항공우주 등과 같은 분야의 연구소들은 효율적으로 확충하여 큰 금액의 국민 세금을 투자하여 추진하는 기존의 국가 주도 대형과제들이 흔들림 없이 지속 적으로 추진되어 원하는 결실이 맺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산업체의 속성상 설치 유지 운영이 어려운 고가의 기반 연구장비 및 대규모 시험 평가 시설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설치하여 공동 활용토록하는 연구소들 을 발전시키고 안정화시켜야 할 때이다.

한편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존 연구소들의 통폐합일 것이다. 통폐합에는 그 기준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을 수 있고 또한 현재의 특수상황들도 고려되 어야 하겠지만 2000년대에 우리가 지향하는 수준의 선진국들(G7등)의 연구 소 설치현황을 참조하여 결정해 나가는 것도 해당분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 유의할 것은 지난 몇 번의 출연연구소 개편때처럼 무리한 일률적 인원 감축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타의에 의한 내부 인원삭감은 자칫 있어야 할 우수한 사람은 자원 퇴직하고 연구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남아 적체되는 경우로 몰고 갈 수 있다.

끝으로 이번 개편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연구원들의 사기앙양이라 고 생각된다. 특히 요즈음 들어 대학 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각급 대학들이 동시에 수많은 교수를 채용하여 일부 연구소에서는 박사급 연구원이 모두다 신분보장이 확실하고, 업무부담이 크지 않은 각종 학교로 가버려 몇몇 연구소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특히 심한 경우는 연구소에 자기 분야의국제수준 연구 장비가 갖추어져 있는데도 초보적 수준의 강의 밖에는 할 일이 없는 전문대학으로 옮겨 갈 정도로 연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는것이다. 따라서 신분보장 및 급여수준을 향상시켜, 우수한 대학에서 교수초빙 권유가 오더라도 최소한 한번쯤은 대학으로 갈 것인가 연구소에 남을 것인가를 검토 할 수준까지는 해주어야 한다. 현재처럼 아무런 미련없이 연구소를 떠나게해서는 안된다. 아무쪼록 이번의 출연연구소 대개편이 21세기 과학기술 한국의 도약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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