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전문가에게 듣는다;세계화와캐드캠 기술의 역활

<최병 ;KAIST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KAIST 산업공학과석사 *83년~현 KAIST산업공학과 교수 *93년 현대중공업의 "박용 프로펠러 전용 CAM개발"로 장영실상 수상*논문:" Unified CAM systemArchitecture for Die and Mold Manufacturing" *현 영 "CAD"지, "International Journal of CIM"및 미 IIE지 편집위원 "세계화"와 CAD/CAM 기술의 역할 최근 "국제화"라는 용어가 우리사회 전반에 하나의 합목적성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세계화"라는 새로운 정치적 캐치프레이즈가 등장, 그 개념정립에 상당한 혼선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전문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국제화"가 국제사회에서의 대등한 멤버십을 목표로 한다면 "세계화"는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년에 들어와 캐드캠(CAD/CAM)이라는 용어 가 국내 산업체에서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공과대학의 산업공학 과 및 기계계열학과들에서 "캐드캠"이 정식 학과목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캐드캠 기술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다소 피상 적이지 않나 하는 노파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본 난을 빌려 우리나라의 "세계화"에 캐드캠 기술이 어떤 기여를 할수 있는가, 국내 캐드캠 기술의 현황과 함께 세계화는 가능한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캐드캠 기술은 "제품 또는 시스템의 구상, 설계, 분석, 제작 및검사에 활용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개발기술 및 이의 응용기술"로 정의될 수 있는데 한마디로 캐드캠은 제품개발 및 제작기술을 축적하고 저장하는 그릇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캐드캠이 활용되고 있는 산업분야를 살펴보면 기계 전자(반도체), 토목건축, 화공플랜트, 의류, 지형자원관리(GIS)등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캐드캠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지난해 국내시장은 1천6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약 3천4백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전체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금액으로 캐드캠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기계분야"에 적용되는 "M-CAD(Mechanical CAD)"는 국내의 자동차.항공.조선 업체는 물론 가전업체에서도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스타일링(산업디자인)에서부터 제반 외형부품(자 동차 패널, 가전제품 사출품등)의 설계 및 구조해석, 이들 부품을 성형하기 위한 프레스 금형 및 몰드 금형의 설계 및 제작, 나아가서는 제품조립(자동 차 패널의 로봇 용접등)에까지 캐드캠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크라이슬러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는 2천여대의 캐드캠 시스템으로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에서도 5백대이상의 캐드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캐드캠시스템(즉 캐드캠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주종을 이루는 M-CAD분야를 보면 실제 적용업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캐드캠 시스템들이 있다. 이는 한 공장에서 공정에 따라 여러 종류의 가공설비가 필요한 것과 유사하다. 보통 캐드캠 시스템은 도면작성용 2차원 캐드 시스템, 제품 의 외관설계(산업디자인)용 스타일링 캐드 시스템, 제품 및 부품의 형상설계 (공학설계)용 3차원 캐드 시스템, 제품및 부품의 구조해석용 CAE시스템, 부품의 사출성형해석용 CAE시스템, 단순형상 절삭가공(NC가공)용 2차원 캠 시스템, 자유곡면형상 가공용 3차원 캠 시스템 등의 일곱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국내에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캐드캠 시스템들을 예시하면 오토캐드 2차원 캐드), 알리아스(스타일링용 캐드), 카티아(3차원 캐드), 몰드플로 사출성형용 CAE), 캡트(2차원 캠), 오메가(3차원 캠), Z-마스터(통합형 3차원 캠) 등이 있다.

캐드캠 시스템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였으나 80년대에 들어와서야본격적인 캐드캠 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급성장하여 전세계적으로 약 4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매년 25% 정도의 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세계의 캐드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이지만 여타 선진국에서도 자국의 상업용 캐드캠 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주요 자동차 및 가전업체에서는 자사의 캐 드캠 시스템을 개발하여 함께 사용해오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다쏘 시스템이라는 회사는 카티아라는 캐드캠 시스템 하나만을 개발 보급하는 업체로 서 종업원 수가 1천명이 넘으며,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에서는자체 개발한 캐드캠 시스템을 자사에서 활용함은 물론 타회사에 판매도 하고있다. 이는 국내의 자동차 및 가전업체에서 캐드캠 시스템 자체개발 노력이 거의 전무하며(LG전자 대우전자 산성전자 등에서 부분적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노력이 있기는 하였지만) 1천6백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의 국산 캐드캠 시스템의 점유율이 1% 미만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1백여종이 넘는 다양한 캐드캠 시스템들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스라엘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으며대기업의 정보시스템 계열사(삼성데이타시스템, 금성소프트웨어, 대우정보시스템 현대전자, 쌍용컴퓨터, 포스데이타 등)들이 거의 모두 외국 캐드캠 시스템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주)큐빅테크 등지에서 개발된 몇몇 국산 캠 소프트웨어 가 국내시장에서 외국 제품과 그런대로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에서는 외국 캐드캠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사다가 국산화(한국화)를 시도하거나 외국의 소규모 캐드캠 개발회사를 인수하려는 노력및 자체개발 노력 등이 병행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고도 희망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캐드캠시장이 연 3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기업연구소등에서도 캐드캠분야의 연구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최근에 "캐드캠연구회"가 준 학회형식으로 설립되어 제2회 "국내 CAD/CAM산업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을 93년에 이어 지난해 7월에 성황리에 개최한 바도 있다.

캐드캠분야의 연구결과는 "솔리드 모델링 컨퍼런스" 등의 국제학술대회와 컴퓨터 에이디드 디자인"등의 국제적인 학술지에 발표되는데 이들 학술대회 에 한국 학자들이 조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상기 학술지의 편집위원에도 한국학자가 소속되어 있다. 특히 캐드캠에서 캠분야에는 한국 학자들의 활동 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필자가 편집을 담당하였던 "컴퓨터 에이디드 디자인" 학술지의 캠분야 특별호(94년 3월호 및 11월 호)에는 모두 15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이중 여러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결과에 따라 4편의 한국 학자들의 논문이 실려 국내수준을 과시했다.

앞서 언급된 "캐드캠연구회"는 주로 산업공학 및 기계공학분야를 전공한 전문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격월로 자체 논문발표대회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초부터 큐빅테크가 주관기관이 되어 KAIST.서울대.포항공대.중앙대 등의 대학과 KIST.생산기술연구원등의 연구소가 참여하는 "CAD/CAM/CAE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 G7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또 KAIST의 "CIM연구센터"에서 는 국내의 자동차업계(현대자동차.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삼성중공업)와 가전업계 LG전자.대우전자.삼성전자 가 주축이 된 "캐드캠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업계와 학계간의 정보교류와 업체들간 사용기술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캐드캠분야의 기본기술도 그러하지만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업계의 응용기술 은 일본 못지않게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캐드캠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기본기술에는 솔리드 모델링 기술, 자유곡면 모델링 기술, 곡면간의 교선을 구하는 기술, 형상 필레팅기술, FEM격자 형성 기술, NC 데이터 생성기술, 공구간섭 제거 기술, 특징형상 인식 및 추출기술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들 기본 기술을 바탕으로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캐드 캠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제품설계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공정설계기술, 소프트웨어 생산기술, 제작(프로그래밍)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기술, 소프트웨어 영업기술의 6가지 기술요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상품화를 위해서는 국산 캐드캠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주체(개발업체)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일정기간 동안 캐드캠 개발업체에 정부(혹은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국산 캐드캠 시스템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타당성이 있는가.

첫째,현재 국내의 기본기술 수준은 이미 선진국과 겨룰 만한 단계에 이르렀으며 적절한 동기부여 및 지원이 있다면 경쟁력 있는 캐드캠 시스템 개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가능성에 따른 국산 캐드캠 시스템의 개발 은 국가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많은 유형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 일례로서 일본에서 개발한 캠 시스템인 "클릭스"의 경우 유사한 기능의 국산 캠 시스템에 없을 당시에는 도입가격이 약 1억5천만원 이었지만 Z-마스터라는 국산 캠 시스템의 개발이후 도입 가격이 1/3수준인 5천만원 정도로 떨어진 것만보더라도 국산 캐드캠 시스템의 개발은 곧바로 외화절감이라고 하는 효과를 거둔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는 무형적인 이득으로서 한국에서 개발한 캐드 캠 시스템이 선진외국 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다는(나아가서는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국가적인 프라이드를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여타 국산제품의 기술력에 대한 외국에서의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산 캐드캠 시스템의 개발과정에서 개발기술의 축적이 이루어질것이며 이는 곧 캐드캠 시스템의 사용기술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유형.무형의 이익은 곧 국가나 기업의 이득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함은 기존의 충분한 기본기술을 활용한 캐드캠 시스템의 상품화에 있어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캐드캠 시스템을 크게 일곱가지로 나눈 바 있는데 필자로서는 이들 모두를 동시에 지원하여 상품화한다는 것은 수적으로 제한된 기술인력 등의 자원측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후발주자로서 이미많은 보급이 이루어진 선진국 캐드캠 시스템과 유사한 기능을 지닌 시스템을 우선 개발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제고해야 할 것이며 일단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분야부터 상품화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함께 캠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사용자의 설계취양을 잘 반영한 2차원 캐드시스템 분야에 대한 개발을 통하여 외국 시스템과의 경쟁력을 키우고 CAE 분야등의 국내 기본기술을 바탕으로 상품화기술을 개발하면서 나아가 종합 적인 캐드캠시스템의 상품화로 개발방향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캐드캠 시스템 개발의 세계화를 위해서 몇가지 마인드는 버릴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국내에서는 국제 경쟁력이 있는 캐드캠 시스템을 개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국산 시스템이니까 사용해야 한다거나 혹은 국산 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마인드를 개발자나 사용자가 가지고있다면 진정한 세계화는 요원할 뿐이다. 우선은 국내에서 개발된 캐드캠 시스템에 대해 정당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외국 시스템과 비교한 후 객관적인 실예평가를 내리고, 충분한 능력이 인정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례로 일본의 경우 자국에서 개발된 디자인베이스 라는솔리드모델링 커널은 현재 일본내 상당수 업체가 사용하고 매년 사용자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디자인 베이스를 직접 개발한 치요쿠라 교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현 시점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ACIS라는 솔리드모델링 커널에 비해 객관적으로 다소 뒤지지만 디자인 베이스의 잠재 능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가능하면 자국 제품이 갖는 이점을 살리자는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일본인의 세계화 마인드 측면에서 일본 기업체 스스로 디자인베이스를 선택한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의 기본기술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이 있는 캐드캠 시스템을 개발, 상품화하는 일은 기본기술을 보유한 대학 및 연구소, 개발 주체, 사용자 모두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스스로 "inventive하지는 않으나 innovative하다"는 말을 하곤한다. 이는 "최초로 발명하지는 않았으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잘 모아서 상품화에 성공하였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 캐드캠 시스템의 세계화를 향한 과정을 정리한다면 우선 경쟁 력이 충분한 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캠 시스템을 개발하고, 둘째로는국내 실정에 맞는 전용 캐드캠 시스템이나 각 업체의 특성에 맞는 캐드정보 교환등의 응용기술(예:IGES 호환) 개발을 통하여 생산기술이나 제품화기술을축적하고 셋째로는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만 등의 동남아시장을 기반으로 세계화의 기초를 다지게 되면 선진국과의 경쟁 내지는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세계화 플랜의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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