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개혁방안 초미의 관심

대덕연구단지에 새해 벽두부터 불기 시작한 찬바람이 시간이 갈수록 한기를 더해가고 있다.

연구원들은 물론 대덕연구단지 종사자들 대부분은 정부조직 개편의 후속조치 로 단행될 것이라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개편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 때문에 갈수록 일을 손에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된 직후부터 조금씩 술렁대기 시작하던 대덕연 구단지는 밑도 끝도 없는 갖가지 소문들 속에서 연말연시를 보냈다.

그러던 것이 소문의 구체적인 모습들이 새해 접어들어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연구단지 전체가 무거운 표정에 짓눌려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주부터 각 연구소별로 만들기 시작한 연구소 자립계획 또는 개혁안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정 근모 과기처장관의 연구단지 순방이후부터는 숨소리조차 잦아들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과기노조를 중심으로 정부의 개혁바람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 를 들기 시작했다. 또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표출 되고 있다.

지난 11일 정장관의 첫 대덕연구단지 나들이는 정부의 개혁의지와 대덕연구 단지의 분위기가聖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정장관은 이날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부의 개혁에 앞서 연구원 스스로앞장서야 하며 그나마 시간도 많지 않다"고 강조, 외부적인 힘에 의한 출연 연구기관의 개편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 연구기관들의 개혁방안으로 자립기반 확충 및 군살빼기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 정장관이 지난 12대때와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는 것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원들의 일치된 이야기들이다.

이같은 정장관의 강경발언들은 연구단지 전체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경색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장관의 방문 이전까지는 적어도 연구원들의 관심사는 개혁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장관의 방문 이후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불만의 소리들이 점차 불거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정부의 출연연구기관 개혁작업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견을 가능케 했다.

일단 외형적으로 불만의 소리를 표출하기 시작한 곳은 과학기술노동조합이다. 과기노조는 최근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민영화 움직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13일에는 "과기처장관과 연구원 간담회를 지켜보고 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재차 발표하고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특히 과기노조는 지난 11일 정장관이 표준연구원에서 행한 노조비판 발언을 문제삼아 법적인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이번주중으로 과기처에 대한 항의방문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노조만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장 기적인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지향해야 할 한 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이 당국자 가 바뀔 때마다 바람의 촛불처럼 흔들리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 한 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의감이번져가고 있다"면서 "이같은 냉소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슨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벨상을 타라고 채찍질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돈은 대줄 수 없으니 알아서 연구개발비를 벌어쓰라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연구원 들의 논리이다.

지금도 연구비 및 운영비를 1백% 지원해 주지 않아 기업들로부터 연구개발 과제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보따리장수 생활을 하라는이야기냐 라는 연구원들의 항변이 현재 대다수 연구단지 종사자들에게 공감 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장관의 대덕연구단지 방문 목적이나 과기처의 출연연구기관 개혁이 연구단 지의 연구분위기를 저해하고 경색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그만큼 벌어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반발의 대부분이 그동안 출연연구기관 자체에서도 연구수행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연구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연구원들 스스로도 개혁을 위한 무엇인가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전=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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