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플 "맥" 호환전략 선회 배경과 전망

"애플의 영광"은 재현될 것인가.

그동안 독자 시장전략을 구사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온 애플 컴퓨터사가 호환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컴퓨터 업계의 관심이 애플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호환전략으로의 선회는 컴퓨터 업계의 "독불장군"으로 비쳐온 애플이 성장의 장애물에 부딪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임과 동시에 세계 컴퓨터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호환전략으로의 선회를 가시화한 것은 94년이 저물어 가던 지난달 29 일. 이 날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애플이 파워 컴퓨팅사에 매킨토시(맥) 운용체계 OS 의 라이선스를 처음으로 제공키로 했다는 소식을 급히 타전했다.

파워 컴퓨팅사가 비록 컴퓨터 업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신생 업체이긴 하지만 이 회사에 맥 OS 라이선스를 제공키로 한 것은 애플의 근본적인 노선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파워 컴퓨팅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발표한지 1주일만에 애플은 호환전략으로의 선회를 알리는 제2탄을 발표했다.

"애플, 래디어스사와 맥 OS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란 헤드라인을 단 외신이 신년 연휴가 끝나자마자 속속 도착했다.

이는 애플의 호환전략이 본격적인 궤도 진입을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앞으로 제3, 제4의 호환업체가 잇따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발표될 업체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세계 컴퓨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애플의 정책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다음 차례 호환 업체 대상 1순위는 일본의 도시바와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다.

이들 업체는 이미 애플과 상당한 정도의 "교감"을 나누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업체외에 애플과 맥 호환기종 생산을 협의하고 있는 업체중엔 한국의 LG전자 금성사 를 비롯, 모토롤러, 히타치, 파이오니어, 제니스 일렉트로닉, 보비스 마이크로컴퓨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여러나라의 쟁쟁한 업체들이 앞다퉈 애플의 "맥 진영" 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변화의 배경은 무엇이고, PC 산업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일까. 기본적인 배경은 애플의 세계 PC시장에서의 영향력 감소다.

한때 미국 PC시장에서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애플은 최근들어 성장이 둔화되면서 컴팩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특히 애플 매킨 토시의 세계 PC시장 점유율은 7% 정도로 IBM 호환PC와는 비교가 안된다.

IBM이 일찌감치 호환전략을 펴면서 IBM 호환기종이 PC산업의 주류를 형성한 데 비해 매킨토시는 애플의 독자 노선으로 인해 그 나름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변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판세다.

이는 시장 판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응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지원이 매킨 토시보다 IBM 호환기종에 몰리는 결과이자 그 원인이기도 하다. 애플은 이와관련 93년 3.4분기에 2억달러 가량의 적자를 낸 후 다시 흑자로돌아서고 있긴 하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애플이 호환전략으로 선회, "맥진영"을 형성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올해 중순부터 출시될 매킨토시 호환기종이 오는 97년까지 1백만대 이상 팔려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따른 응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지원확대 등에 힘입어 향후 5년 내 "맥진영"의 시장 점유율이 20%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PC산업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물론 레이저 프린터 를 비롯한 고부가의 주변기기 판매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거두면서 경영 호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애플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 "애플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강력 한 수단일지언정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가 희생될 수 있듯이, 애플의 호환전략은 애플의 영향력 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기 보다 호환업체의 영향력을 키워주는쪽으로 흐르는 상황을 연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호환 업체들이 가격파괴 전술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할 개연성이 높기때문이다. 실제 호환전략을 펼쳐온 IBM도 이같은 상황을 80년대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애플은 호환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 및 체질개선 노력을 지금부터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하나 애플의 호환전략이 세계 PC업계의 강자들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차피 호환전략이 "맥 진영"의 시장확대를 꾀하는 것이라면 이들 PC 업계의 "거인"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PC산업에서 애플과 숙명적인 라이벌로 인식돼 온 IBM의 경우, 인텔의 펜티엄 칩에 대항키 위해 최근 "파워 PC" 칩 개발에서 애플과 공동전선을 펴는 등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맥 진영" 합류가 불가능 한 것만은 아니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IBM이 "맥 진영"에 합류한다면 PC 산업에 일대 변화의 태풍이 몰아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IBM이 쉽게 맥 진영에 가세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호환전략이 올해 PC업계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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