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형 컨버터 관심을 갖자

세계화의 원년인 95년초부터 1조원에 가까운 국내전자시장을 허술하게 외국 에 내놓을지도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금년 1월5일부터 시험방송에 돌입한 케이블TV의 가정용 수신장치인 컨버터 시장이 정부의 정책소홀과 방송사업자들의 외제선호때문에 외국제품에 안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13개 전자업체들이 공동개발한 한국형 컨버터가 외제에 밀려고 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 정부의 국산기기 사용유도정책이 부처간관 심소홀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케이블 TV방송의 국내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방송기기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했었다. 우선 케이블TV방송국 허가요건중 하나로 국산기기 사용을 유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국내 전자업체의 국산화개발을 장려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만약 방송국이 허가시 제시한 국산화율을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내부규정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시책에 힘입어 국내 13개 전자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 양방향 통신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이에 맞는 컨버터와 가입자관리 소프트웨어 의 국산화에 성공, 양산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이에 추가하여 유료 방송프로그램 공급에 대비한 스크램블 기법도 표준화하고 이를 구현할 주문 형반도체도 독자설계하는 등 순수 국내기술진에 의한 한국형개발을 완료했다 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컨버터와 가입자관리 소프트웨어가 방송사업자에게 외면을 당하는 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는 지적 이다. 첫째 국산 컨버터의 성능과 신뢰성 보장이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자 업체가 짧은 기간에 부족한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몇차례의 시행착오 와 함께 일부 성능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 공동개발업계에 따르면 개발과정에서 시연된 컨버터는 약간의 성능미흡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지금은 완벽한 수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뢰성을 시험할 수 있는시간이 없어 고군분투중이라고 한다.

국내방송기기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정책이 마련된 이상 비록 개발이 약간 지연되었지만 국산기기의 신뢰성을 시험하고 입증할 수 있는 일정시간과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다음은 무리한 케이블TV방송 개국일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케이블TV 방송개국 일정을 95년 1월5일 시험방송, 3월1일 본격적인 방송개시라는 일정을 설정하여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욕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맞추는 데에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시에 개국해야 하는 50개 방송국이 가입자에까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 전송망과 인입선 공사가 엄청나게 지연 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 방송의 요체인 케이블이 완벽하게 포설되려면 아직도 몇 개월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포설한 가입자수는 약 5만 가구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한 방송국에 평균 1천가구에 불과하며 방송사업자들이 원하는 한 방송국당 1만가구 이상, 즉 전국적으로 50만가구에 케이블을 포설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소홀한 정책추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국산 기기 사용유도 시책이 국산화 개발의 시발점이었던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국산기기가 사용상 미흡할 경우 개선시킬 수 있는 기준을 시급히 마련하는 등 국산기기 성능판단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방송국 준공검사가 면밀히 이뤄져야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케이블TV시스템의 호환성을 보장하고 후속 서비스와 기술개선이 필요할 때 적응성을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책임이라 여겨진다. 방송 국 준공검사와 관련하여 보다 면밀하고 체계적인 기준과 방안이 강구되기를 촉구한다. 케이블TV시스템은 국가 정보화 사회의 첫걸음이자 근간이 되는 중요성을 인식하여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국가 표준을 설정하여 체계화하거나 적어도표준화를 유도하는 시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노력이야 말로 고사 위기에 처한 케이블TV 기기제조업체를 육성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케이블TV 시스템을 갖추는 길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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