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간 중복투자 피해야

삼성과 럭키금성, 현대등 그룹들이 최근들어 산업전자부문 계열사의 통.폐합 작업에 나섰다.

삼성그룹이 삼성항공을 삼성중공업에 합병하기로 한 데 이어 럭키금성그룹이금성기전과 금성계전을 금성산전에 흡수,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 그룹도 현대로보트산업을 현대중공업에 흡수시켰으며 대우그룹도 대우중공업 을 중심으로 한국산전, 대우전자 등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

대규모 조직에 메스를 가해 수술을 단행하고 나선 것이다. 메스는 시대에 뒤지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분야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크게 보면 그것은 산업전자부문 조직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굴지의 그룹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산전부문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메커트로닉스산업으로 대표되는 산전분야가유망하다는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메커트로닉스 산업의 장래성은 그 성장률을 보면 쉽게 알수있다. 이 산업은 지난 85년부터 93년까지 연평균 25.2%가 증가했다. 오는 2000년에는 3조6천 억원, 2005년에는 무려 9조2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기존 공작기계나 PLC(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로봇 등의 성장률도 적지 않지만 CAD/CAM이나 CIM(컴퓨터 통합생산)등 분야가 더 유망한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메커트로닉스 산업은 유망한 장래성 못지않게 핵심산업으로서 중요도도 높다. 기계와 전자가 결합한 메커트로닉스 산업은 오는 2000년대의 "기간산업" 이라 할수 있다. 그 기술은 공장자동화나 빌딩자동화등 산업자동화 뿐만 아니라 각종 기간산업의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공항, 고속전철, 항만 등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는 핵심기술이 메커트로닉스이고 보면 그 중요성은 더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 분야는 그동안 대부분 선진 외국에 의존해왔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외국업체들이 거의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이 우수한 선진 업체들을 대항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산전분야에 대기업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는 것은 때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그룹들이 이 사업 에 참여함으로써 이 분야의 기술을 높여 자립할 수 있게 돼 적지않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들의 움직임은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기업체들이 유망한 분야로 몰리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체들을 무턱대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경제로 볼때는 치명적인 허점이다.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점이 그룹의 경쟁적 참여로 인한 중복투자이다.

또한대기업체들이 산전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나섬으로써 중소 전문업체들 의 입지가 문제된다. 조금만 유망하다 싶으면 중소기업 규모에 적합한 사업 에도 대기체들이 참여했다. 중소업체들은 벼랑으로 내몰렸으며 참여한 대기 업도 별 재미를 보지못한 사례를 적지않게 봐왔다.

자본.인력.조직 등이 넉넉해 거칠 것이 없는 대기업이 산전가운데 유망한 분야를 앞뒤 가리지 않고 참여할 때 이를 조정할 길이 없다.

정부도 이제 기업의 사업참여에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미 삼성의 승용 차사업참여에서 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확연히 드러났다. 따라서 앞으로 대기 업들이 유망한 산전분야에 집중적으로 참여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리라 기대 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제 업체 스스로 중복을 피해야 한다.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유망하다고 팔을 걷고 달려들면 시장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산전은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서로 중복을 피하면서 전문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

중복을 피하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로 기업체를 살리는 길이며 국내 자원 을 절약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기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바로 이러한 방향 에서 추진돼야 함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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