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 예치금제, 환경부와 가전업계 상반된 의견

폐가전 제품의 회수처리및 재활용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가전업계가 크게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현행 폐기물 예치금 요율이 낮아 폐가전의 회수처리 실적이 미진하다고 보는 반면 가전업계는 가전제품에 대한 예치금제도 자체가 무리한 발상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예치금 납부및 환불실적을 보면 이같은 입장 차이가 구체적으로드러난다. 지난 92년과 93년, 2년간 가전업체들에게 부과된 예치금은 70억8천9백만원.

이중6백만원 정도가 실제로 납부되지 않았다. 문제는 환불액이 1백만원밖에 되지않는다는데서 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는 폐기물 예치금 대상품목중에서 가장 낮은 0.014%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따라 환경당국은 현재 16%에 불과한 실제 회수처리비 대비 인상률을 오는 2000년까지 1백% 수준으로 끌어올려 폐가전제품의 회수처리비를 가전업계에게 물리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예치금을 회수처리비 수준으로 높이면 가전업체들이 폐가전품 처리에 적극성 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즉 가전업계의 폐기물 예치금 부과가 적어 환불 해가지 않음으로써 폐가전 처리와 관련한 정부의 시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게 환경당국의 시각이다.

환경부는 이번에 예치금 요율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예치금반환요율을 회수 와 회수.처리하는 경우로 차등화하고 *회수자보상제를 강화해 소비자에 의한 재활용품 회수를 촉진시키는 한편 *수입업자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예치금 부과제도를 적용시킬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 예치금납부후 일정기간 이 경과하면 미반환예치금을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가전업계는그러나 폐기물 예치금제도에 폐가전품을 포함시키고 있는 근본적 인 문제점부터 지적하고 있다. 가구.피아노등과 마찬가지로 대형 생활쓰레기 에 속하는 폐가전품을 예치금 대상품목으로 묶어두는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 하다는 것이다.

또 폐가전품은 수거.운반.처리비용이 과다해 폐기물관리법과 지방자치단체별 조례에 의해 수거 수수료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치금까지 부과 하는 것은 환경문제를 기업에게만 떠넘기려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보다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가전제품을 폐기물 예치금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정부당국이 면밀히 분석,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게 가전업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환경당국이 예치금 요율인상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기업쪽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행정편의에 안주하는 무책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가전업계는 폐가전품의 회수.처리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파쇄기, 매립장, 소각로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사회간접시설이 구축되지 않은데다*미 반환 예치금조차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이나 재활용산업의 육성등에 이용되지 못하고 마냥 예치만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경부의 개선안대로 예치금 요율이 인상될 경우 산업측면에서의 부담도 그대로 작용해 가전업체들의 환경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장애 요소로 대두될뿐아니라 예치금 자체가 원가에 산정돼 결국은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모순 을 낳게될 가능성도 높다.

가전업체들은 또 폐기물의 감량화및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리사이클링 사전평 가제를 도입,시행하고 재활용 전문업체를 통해 폐가전품의 회수.처리에 앞장 서는 등 업계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정부가 예치금 요율을 올리기 보다는 현재 가전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폐 가전품의 회수.처리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재활용 전문업체등에 대한 규제완화와 재활용 산업육성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가전업계가 내세우고 있는 역할분담론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폐가전품의 회수.처리및 재활용에 대한 책임은 생산자인 기업과 이를 최종적으로 배출하는 소비자, 그리고 환경당국에 있으므로 회수.집하.재활용등 단계별로 역할을 떠안아야한다는 것이다.

가전제조업체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재활용을 촉진시킬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강화하면서 회수쪽을 맡고, 집하와 재활용은 국영기업인 한국자원재생 공사 또는 정부가 재활용 전담 민간기업의 육성을 통해 소화함으로써 그 역할과 책임한계를 분명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제품의 특성상 폐가전품을 수거,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는 곳이 조립생산업체인 가전업체가 아니라 원부자재업체라는 점에 비추어봐도 집하, 재활 용을 가전업계에서 떠맡는 것은 그 의미가 없으며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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