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 컴 관련업체들, 제품 결함으로 곤욕

"94년의 12월은 미국 컴퓨터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치욕의 달이 될 것인가"미 국 정보통신산업의 자존심이자 전 세계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 컴팩 컴퓨터 및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우연히도 같은 시기에 주력제품의결 함으로 커다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세계의 PC에 장착된 마이크로프로세서(MPU)중 80%이상을 공급하고있는 인텔 "MS-DOS"와 "윈도즈"로 운용체계(OS)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제왕 MS,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PC판매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컴팩에먹칠하는 사건들이 지난달부터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처럼 발생하고 있다.

먼저 지난 92년부터 세계 반도체산업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지난달 23일 "펜티엄 칩"의 결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펜티엄칩이 화려한 팡파르 를 받으며 지난해 3월 세상에 등장한이후 만 2년이 채 못 돼 나온 불운한 소식이었다. 인텔은 펜티엄 칩의 부동소수점 계산기능에 90억분의 1정도의 오류발생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것을 시간상으로 계산하면 2만7천년만에 한반꼴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일반사용자들이 펜티엄칩을 사용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컴퓨터업체들은 만약 결함이 확인되면 교환해주겠다고 연이어 발표해 인 텔의 펜티엄 파장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IBM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험 결과 펜티엄칩의 결함은 24 일에 한번 발생할 수 있다며 펜티엄PC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해 인텔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의 일부 회계법인들이 인텔은 결함이 있는 펜티엄칩을 즉각 교환 또는 환불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인텔을 제소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권위있는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펜티엄칩이 장착된 PC의구매를 당분간 중지할 것을 각 기업들에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텔에 치명적인 일은 칩 교환문제와 관련하여 소비자요 구를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인텔은 당초 문제가 발생한 칩만을 교환해준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치자 여기서 철회, 소비자가 교환을 원할 경우 결함이 없는 펜티 엄칩도 전면 교환해주기로 했다.

결국 인텔은 즉각적인 대고객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고 기존의 독점적인 지위 를 이용, 자사에 유리하게 사건을 유도하려하다가 소비자의 반발에 부닥쳐 굴복하게 된 것이다.

인텔의 주가는 58달러까지 떨어졌다. 연중 최저치인 56달러에까지 접근한 것이다. 올해 인텔의 최고 주가인 3월의 73달러와 비교해 볼 때 거의 폭락에 가까운 수치라 할 수 있다.

인텔의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황에서 컴퓨터업계의 또다른 제왕인 MS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MS는 전세계가 인텔의 펜티엄칩 파문에 휩싸여 있을 때 "윈도즈 3.1"에 포함 돼 있는 계산기 프로그램중 뺄셈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미국과 일본의 일부언론보도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윈도즈 3.1로 계산을 할 때 결함은 소수점아래 1로 끝나는 숫자의 뺄셈계산 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윈도즈3.1의 오류는 인텔 펜티엄칩의 파문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윈 도즈의 뺄셈기능 오류는 시스템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속 프로그램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윈도즈 3.1이 지난 91년에 출시된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6천만개 이상이 팔린 현실을 감안할 때 이같은 오류는 그동안 윈도즈3.1을 사용하여 계산 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더구나 MS는 이미 오래전에 윈도즈의 계산기능 오류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년에 출시되는 "윈도즈95"에서 결함을 수정하기 위해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다가 뒤늦게 언론의 보도가 있자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회사의 이미지 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MS는 이에대해 내년초에 윈도즈3.1의 결함부분인 뺄셈기능을 수정한 소프트웨어를 "컴퓨서브"같은 온라인 서비스업체를 통해 공급하고 내년에 출시 될 윈도즈95에 결함을 제거한 계산프로그램을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MS는 자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냈다. MS는 내년 초로 예정된 차세대 운용체계인 "윈도즈95"의 출시를 내년 8월이후로 연기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연기 발표로는 벌써 세번째며 비공식 적인 연기발표를 합치면 6번째나 되는 셈이다.

컴퓨터업계의 관계자들은 "윈도즈95의 핵심기능인 인터네트 접속기술과 플러그 앤드 플레이"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세 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가 고객과의 약속을 빈번히 저버린 행위는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1의 PC업체인 컴팩에도 최근 불운한 소식이 전해졌다. 컴팩은 신제품 "LTE 엘리트"노트북 PC의 전원장치를 유럽의 전압기준에 맞지않게 제조하는 실수를 범해 유럽에서 이를 긴급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팩의 "엘리트"는 이미 제품이 출시되기 직전부터 부품결함으로 인해 미연 방통신위원회(FCC)의 기준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엘리트"는 출시된후에도 메모리에 고장이 나거나 통신포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몇번이나출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컴팩의 한 관계자는 "불량 전원장치에 대해 전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 기 때문에 매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팩의 이번 사태는 올해 미국 PC시장점유율 1위, 유럽 PC시장점유율 1위, 93년도 전세계 휴대형 PC시장점유율 1위라는 화려한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것이다.

컴팩의 이같은 사태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컴팩의 주요전략은 가격인하와 재빠른 제품출시였다"며 "그러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를 줄여야하는데 컴팩은 지나치게 인건비를 줄여 제품을 무리하게 생산한 것같다 고 말했다.

또 컴팩은 원래 96년도에나 PC시장을 석권할 것을 예상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었으나 올해에 목표를 달성하는 등 기존 생산라인에 비해 초과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바람에 결함제품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인텔, MS, 컴팩의 연이은 이번 사태가 세계 컴퓨터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소비자에게 항상 최고이고 완벽하게만 비춰졌던 업체들 의 제품도 다른 회사의 제품과 마찬가지로 결함이 있을 수 있으며 브랜드의 명성만 가지고 제품을 구입하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소비자의 인식의 변화다. 또 반도체를 비롯,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고 첨단화됨에 따라 이들 제품의 결함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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