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음반 결산 올 한해동안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3천7백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음반제작및 유통업계가 다수의 빅히트 음반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3년보다 한층 더 심한 불황과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특히 가요의 경우 이같은 불황이 두드러졌는데 올 가요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비해 30%정도 축소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여개의 영세 음반사들이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으며 유통면에서도 소매 음반판매점들의 도산이 잇따르는 등 어려움이 계속됐다.
이같은 현상은 LP에서 CD음반으로의 대체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20, 30년간의 LP재고들이 한꺼번에 반품됨으로써 음반제작사들의 자금압박이 가중된 점도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기존의 제작과 유통구조가 재편되는 과도기의 현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요계 전반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몇몇 음반들은 판매면에서 큰 성공을 거둬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는 음반기획력이 성패를 좌우했다.
김건모의 "핑계"가 레게선풍을 일으키며 2백만장이상 판매됐고 신승훈의 "그 후로 오랫동안"이 1백만장이상,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가 70만 장이 판매되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투투, 룰라, 임종환과 같은 신인들의 음반도 흥행에 성공했고 MBC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테마음악은 44만장이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반면에 그외의 다수 음반들은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묻혀 버리는 낭패 를 맛보았다. 트로트로 대표되는 성인취향의 음반들의 경우 이같은 낭패는 더욱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김수희의 "애모"가 1백만장 이상 판매되는 빅히트 를 기록한 반면 올해는 대부분 2, 3만장이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성인소비자 시장의 침체는 방송을 비롯한 매체들이 지나치게 청소년 취향의 분위기를 띠었던 점과 아울러 성인층을 겨냥한 참신한 기획이 부족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가요계의 이같은 침체와 달리 팝과 클래식의 경우는 빅히트곡들이 다수 배출 됨으로써 시장이 오히려 확대돼 7대 3이었던 가요와 팝의 점유율이 6대 4로재편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이스 오브 베이스를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 케니G, 보이즈 투 멘등의 음반 들이 모두 50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월드컵 폐막식 공연 앨범은 판매 3개월여만에 10만장 이상이판매됐고 조수미의 "새야새야", 장영주의 데뷔앨범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에 50만장 이상 판매되는 음반이 증가한 것을 두고 음반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반의 수가 한정됐기 때문"으로 분석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반기획과 판매방식에 대한 고민 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음반유통의 경우 "타워", "버진" 등 외국 대형유통사들의 국내 진출채비가 활발한 가운데 이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신나라레코드를 비롯해 대일레코드사 미도파 등 대형소매점의 개설도 잇따랐다. 이같은 음반매장의 대형 화 추세는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우전자의 "세음미디어"를 비롯해 제일기획, 오리컴 등이 음반사업 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롯데그룹의 대홍기획과 새한미디어의 "디지털 미디어 등 대기업들이 음반제작 사업에 뛰어든 점도 올해 음반업계의 특징이 라 할 수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중소음반제작사들의 판매전략에 밀려 올해에는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으나 LD, CDG, 비디오CD 등 멀티미디어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음반제작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CD의 수입도 지난해 4백40만장에 달했던 물량이 올해는 약 80만장이 감소한 3백60만장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CD마스터링 장비를 갖춘 국내 음반제작사들이 증가함으로써 국내 제작음반이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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