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산업 경쟁력을 높이자(44)

-급성장의 대명사 일캡콤 "한발앞선 아이디어로 기업은 비약한다".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지만 급성장 을 갈구하는 기업경영진의 뇌리에서는 한시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특히자금.인력등 기업성장에 필수적인 요건들이 미약한 업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일본의대표적인 게임소프트웨어업체 캡콤은 이 상식을 착실히 제품속에 구현시키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기업중 하나다. 이 회사의 성공 정도는 한 주간지가 밝힌 지난 5년간의 경이적인 수익증가율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지가 최근 조사한 89~93년 5년간 일본업체 들의 수익증가율순위를 보면, 캡콤은 3천2백6.6%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하수도제품관련업체 에바타사의 1천5백50.4%를 단연 앞선다. 9위에 오른 게임기업체 세가 엔터프라이제스사의 6백20.8%와는 비교도 안된다.

한마디로 캡콤은 최근 5년동안 일본에서는 가장 잘나가고 있는 기업체인 것이다. 이러한 캡콤의 비약적인 성장은 사실상 한개의 게임기소프트웨어를 가지고이룩되었다.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은 일반에 잘 알려진 격투기게임소프트웨어 스트리트 파이터Ⅱ".

이 제품은 발매된 지 2년만에 가정용과 게임센터(업소)용의 시리즈포함, 일본내.외에서 1천2백만개나 팔리는 경이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에닉스의 최대작 "드래곤퀘스트"시리즈의 누계 매출 1천4백64만개에 육박하는 대히트다. 게임기업계에서 한발 앞서 있던 코나미사나 남코사를 제치고 캡콤이 닌텐도, 세가에 이어 업계 3위의 자리에 뛰어오른 것도 이 "스트리트 파이터Ⅱ 를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히트작품도 그 근원에는 쓰지모토 겐조사장의 쓰라린 경험이 깔려있다. 80년대 초, 타이트사가 개발한 인베이더게임이 붐을 일으키고 있을 무렵의일이다. 각종 게임기의 제조.판매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쓰지모토씨는 인베이더 용으로 양산체제를 갖추기가 무섭게 붐이 수그러들어 산더미같이 쌓인 재고를 안아야 하는 고배를 맛보았다. 판권을 가진 타이트사에게 로열티를 지불 하며 게임기의 양산만으로 사업을 전개하려 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남의 아이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당시 얻은 교훈이었다.

재고처리로 무일푼이 된 쓰지모토씨는 재기에 나섰다. 83년 주변에서 끌어모은 자금을 발판으로 캡콤 사업을 개시, 게임센터용 게임기의 개발.판매를 주무기로 재출발했다.

동연 7월 일본의 게임기시장에서는 닌텐도가 패미컴을 발매하면서 패미컴붐 이 일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에게는 "닌텐도용으로 내놓으면 무엇이던지 팔리는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게임센터는 침체양상을 보였다. 업소용 소프트웨어업체들중에서는 닌텐도용으로 방향전환하려는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캡콤도 그런 업계의 영향을 받았으며 85년 7월, 마침내 닌텐도와 패미컴용소 프트웨어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업소용 게임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패미컴용으로 이식, 매출을 늘려 나갔다.

그러나 벌어들인 이익은 패미컴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아니고 오로지 업소 용 차세대 게임기의 개발에 쏟아 부었다.

당시 업소용 게임기의 주류는 패미컴과 같은 8비트기였다. 기억용량이 5MB에 불과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게임내용이 극히 제한되었다.

쓰지모토씨가 평소 갈구하고 있는 "보다 선명하고 동작이 보다 자연스러운영 화와 같은 게임"을 만들어 내기에는 기존 하드웨어의 능력이 턱없이 모자란 셈이었다. 패미컴의 붐으로 게임인구는 급증했다. 그렇지만 10년이상 게임업계를 지켜보아온 쓰지모토씨는 "게임이 발전되지 않으면 고객은 따라 오지 않는다. 메 모리용량이 작고, 처리속도가 늦다. 지금과 같은 하드웨어에서는 머지않아젊은 세대가 싫증을 느끼게 된다"며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캡콤은 이상적인 게임소프트웨어를 추구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현 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우선 개발인원을 그 이전의 2배인 1백명체제로 강화하고 85년에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각 개발요원들의 게임아이디어를 모아 그에 필요한 용량, 처리속도를 갖춘 게임기판의 시작품을 만들고 이어서 그것을 양산할 수 있는 형태 로 까지 소형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약 3년간의 기간이 지나는 동안 3억5천만엔이 개발비 로 소진됐다. 경상이익이 1억엔에도 못미치는 당시의 캡콤에는 엄청난 투자 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88년 7월, 리코사의 협력속에서 독자적인 IC를 내장한 하드웨어 "CP시스템"이 완성됐다.

CP시스템은 16비트의 전자기판으로 게임기의 심장부다. 용량.처리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 이에 탑재되는 게임소프트웨어의 개발은 훨씬 자유롭게 됐다. "종래의 하드웨어와 비교, 프로펠러기를 모는 파일럿이 제트기로 바꿔탄것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고 쓰지모토사장은 당시를 회상한다.

사실상 이후의 대히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터전이 이 CP시스템의개 발로 만들어 진 셈이다.

게임업계를 놀라게 한 것은 이 CP시스템의 성능만이 아니다. 89년 5월, 캡콤 은 11억엔이 넘는 자금을 투입, CP시스템의 양산공장을 오사카부 마쓰바라시 에 건설했다. 이것은 사실 게임소프트웨어업체에게는 모험적인 행동이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회사는 자체의 양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고 거의 외주를 준다. 히트상품의 유.무에 따라서 생산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게임기의계획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캡콤도 종전에는 외주에 의존했다.

캡콤이 양산공장을 구축한 것에 대해 세가의 한 관계자도 "매우 과감한 행동 이었다고 생각했다. 히트상품을 연속적으로 내지 못하면 고정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자명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캡콤에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쓰지모토사장은 내제화하면 게임이 완성됐을 때, 신속히 제품을 내보내 복제품들이 나돌기 전에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게다가 양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양산의 이점을 강조한다.

특히 당시 게임시장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때인 만큼 해적판에 수요를뺏기지 않겠다는 캡콤의 의도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것이 엿보인다.

CP시스팀의 개발과 양산설비의 구축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사실 도박과도 같았지만 게임시장의 추이로 보아 쓰지모토사장에게는 승산이 있었다.

당시 게임시장은 대체로 순조로운 확대추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동시에 게임 센터에 모이는 고객들이 보다 고도의 게임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상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16비트기라는 차세대의 하드웨어까지 개발했기 때문에 캡콤이 지지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가정용 게임기는 8비트에서 16비트로의 이행시기에 있었고 16비트 하드웨어의 성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당시 없었다. 따라서1 6비트의 업소용에서 히트한 소프트웨어를 가정용으로 이식하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캡콤이 승부를 걸만한 시장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CP시스템내장의 게임기는 캡콤의 예상을 웃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격투기 게임 "파이널 파이터"는 업소용으로 4만대가 팔렸다. 일반적으로 업소용의 히트기준은 3천~4천대인데 이의 10배이상이나 된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91년3 월 스트리트 파이터Ⅱ가 등장한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Ⅱ의 개발에서 캡콤은 개발팀을 20명에서 30명으로 강화했다. 개발기간도 1년이상이나 소요됐다.

이 결과로 탄생한 스트리트 파이터Ⅱ는 입체감이 있고 선명하며 캐릭터의 움직임도 정교해 "격투게임의 완성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것은 우선 업소용으로 판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리즈 전체로 94년 3월현재에 29만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격투게임"이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확립했다.

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92년 6월 캡콤은 스트리트 파이터Ⅱ를 슈퍼패미컴용으 로 이식, 16비트 게임소프트웨어의 선봉에 섰다. 10만개만 팔리면 히트작으 로 통용되는 가정용 게임소프트웨어의 세계에서 1천2백만개라는 대히트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업소용과 가정용 양쪽의 16비트게임기에서 앞서나간다는 이점을 최대한 누리며 이후 캡콤은 상승기류를 탔다. 93년 3월 마감회계연도의 매출은 7백2억엔 으로 전년도의 2배로 늘었다. 이중 약 3백억엔은 국내.외에서 6백만개나 팔린 스트리트 파이터Ⅱ에 의한 것으로 업소용까지 합치면 총 매출의 60%정도 를 스트리트파이터Ⅱ가 벌어 들였다.

94년 3월마감회계연도에는 매출이 8백44억엔으로 더욱 증가했다. 경상이익도 1백44억엔에 이른다. 이 결과, 지난 5년간 매출은 33배, 경상이익은 60배나 뛰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다른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격투게임기를 출시함으로써스트리트파이터 의 명성도 퇴색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캡콤에서는 스트리트파이터 를 대신할 만한 히트작이 나오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95년 3월마감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비 40% 감소한 5백10억엔, 경상이익은 70%나 준 45억엔을 기록, 수익이 급감할 전망이다.

또 스트리트파이터Ⅱ로 급상승할 때, 개발센터와 본사빌딩을 매입하거나 개발인원을 중심으로 직원을 대폭 늘린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쓰지모토사장은 "내년도까지는 재고처리에 전념한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무리하게 매출을 신장시켜 나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캡콤은 눈앞의 매출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다음 승부제품으로 CD롬등 차세대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고 있다.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시장에는 소니.마쓰시타전기.세가등이 참여, 혼돈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곳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쓰지모토사장은 "앞으로 해외시장은 현지의 개발요원에 맡겨 시장별 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싶다. 일본 본사는 소프트웨어의 로열티를 수익원으로 한다 며 캡콤의 전략방향을 밝힌다.

이같은 시장과 장래의 변화된 개발체제속에서도 캡콤이 제2의 스트리트파이터 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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