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흔들리는 주기판산업(4)

지난 11일 상공자원부 무역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8차 무역위원회 회의에 국내 주기판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 회의에서는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인 대만산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 부과기간 연장및 조정관세율 조정여부가 논의됐기 때문이다.

대만산 주기판이 국내 주기판산업에 끼친 피해에 대해서는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견해의 일치를 보였으나 조정관세 부과기간 연장 및 세율 조정을 놓고는 참석자간에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 참석자는 밝혔다.

3시간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무역위원회는 대만산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를 오는 96년말까지 2년연장해 부과하고 세율도 현행 15~20%로 품목에 따라 차등 적용하던 것을 20%로 일원화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역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은 대만산 주기판으로부터 국내 주기판산업을 보호 하기 위해 조정관세의 부과기간 연장이 긴요하고 조정관세율상의 허점을 이용한 수입상의 발호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관세율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제 대만산 주기판과 관련된 조정관세 문제는 재무부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와관련, 국내 주기판업계는 무역위원회의 결정이 당초 건의한 부과율 30%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나름대로 수입억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고 크게 반기는 한편 자구책 마련에 눈을 돌릴 때라고 입을 모으고있다. 정부가 국내 주기판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본 환경을 제공했으니 이제는 업계가 남은 2년 동안 대만과 경쟁, 이길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과제만 남은 셈이다.

국내 최대 주기판 생산업체인 석정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무역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해 국산과 대만산의 가격경쟁력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고 분석하면서 "남은 것은 현재 약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품질경쟁력 간격을 줄이는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품질문제는 현재 국내 주기판업체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공장자동화및 기술개발투자 등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어 조만간 극복될 전망"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결국 국내 주기판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관련, 남은 과제는 핵심부품개발 *부품구매의 공동화 *수출확대 *생산 품목의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세트, 키보드바이오스IC, S램 등 주요 핵심부품의 국산 화는 자금과 연구인력이 부족한 주기판업체의 몫이라기 보다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담당해야할 분야다.

이들 핵심부품중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국산이 전무한 관계로 어쩔수 없이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지만 칩세트와 S램은 기능상의 보완과 가격조건만 맞는다면 국산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는게 주기판업체의 설명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귀기울여 들어야할 대목이다.

부품의공동구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반도체등 부품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온 경험을 살려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게 주기판업계의 복안인 듯 싶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 현재 국제가격이 인하되고 있어 공동구매 실적은 저조하나 가격인상 기미가 보이면 공동구매를 적극 추진하고 D램, S램 등은 공동구매를 위해 국내 반도체업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현재 수출주문 폭주에 따라 적기공급에 약간의 차질을 빚고 있는 PCB도 조만간 공동구매를 통해 해소한다는 게 주기판업계의 입장이다.

국내 주기판업계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수출의 경우 미국.유럽.남미 등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D램 공급난과 국산 주기판에 호의적 인 이미지가 맞물려 꾸준히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국에서 는 국산 주기판의 품질력을 인정,수출용 PC에 국산 주기판의 탑재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 PC업체 관계자는 귀띔한다.

이밖에 국내 주기판업체들은 그동안 PC용 주기판 생산에만 전념해 온 전략을 변경해 공장자동화기기, 의료.화상회의시스템, 은행단말기용 주기판 등 고부 가가치의 주문용 주기판분야에도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일정기간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않는데다 주기판업체들의 꾸준한 경쟁력 제고노력이 병행되고 관련부품업체들의 협조분위기까지 가세한다면 국내 주기판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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