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이 저임을 기반으로 한 경공업분야가 우선 순위라고 전제한다면 컴퓨터는 협력 가능순위에서 가장 밀리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고도 기술산업이어서 임금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남북한간의 기술격차가 너무 커 쉽게 융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과학기술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컴퓨터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있어 향후 협력분야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응용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북한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컴퓨터산업 역사는 컴퓨터의 조립생산을 시작한 것이 지난 83년경으 로 매우 짧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82년 8비트급 시제품인 봉화 4-1을 제작한 후 8비트급과 16비트급을 조립 생산해 오는 등 컴퓨터 생산기술면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현재 주요 연구기관의 하나인 평양정보센터(PIC)를 예로 들어 볼때 이 연구 소가 보유한 PC는 대부분 IBM 호환기종으로 절반이상이 IBM 제품을 들여와PIC라벨을 부착한 것이다.
북한의 컴퓨터산업 수준은 전반적으로 남한에 비해 크게 뒤져 있지만 이중 소프트웨어 부문은 비교적 하드웨어에 비해 격차가 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이 비교적 투자가 많지 않고 적은 우수인력으로도 어느정도 성과를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연구기관도 많고 실제 연구실적도 상당히 드러나고 있다.
컴퓨터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조선콤퓨터센터의 경우 산업.경제 등 각분야에서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이밖에 사무자동화시스템.
문자인식시스템.음성인식및합성시스템, 화상처리시스템, 일어및 영어번역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있다.
이 조선콤퓨터센터는 PC를 이용한 지문인식시스템.실내장식용 분수대제어 소프트웨어.광석의 선별처리에 관한 제어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 수출도 추진 하고 있어 이미 상당한 기술수준에 올라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전문기관인 평양프로그람센터는 데이터베이스와 북한에 대규모 전산망 구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유명한 "창덕"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컴퓨터 부문에서 경협이 추진되기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컴퓨터산업부문에서 북한과의 경협이 어려운 이유는 우선 PC의 가격경쟁력 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경협효과가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내 조립생산공장을 세울 경우 저임금이라는 측면이 가장 유리한 점으로 꼽히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 PC의 원가절감이 대부 분 고도의 설계기술, 부품수절감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져 인건비가 차지하는비중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함께 컴퓨터의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데 반해 북한의 기술수준이 너무 낮다는 측면도 저해요인의 하나다.
특히 대공산권 전략물자수출 통제제도(COCOM)의 규제는 컴퓨터부문의 남북경 협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코콤은 지난 89년 286PC까지를 규제대상에서 해제했지만 386이상은 여전히 규제대상에 묶어놓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남한이 완성형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비해 북한이 조합형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등 한글처리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컴퓨터부문에서 직접적인 경협은 비교적 투자위험이 적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출발해 하드웨어로 확산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대만산 저가제품의 공세에 시달리는 주기판을 비롯해 멀티미디어용 스피커 등 비교적 기술집약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이 과학기술 분야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 정보인프라 구축사업 등 북한이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북한은 현재 낙후된 첨단기술 분야를 단시일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아래 88년이후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직접적인 경협 이외에 북한의 컴퓨터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도 검토해 볼만 하다.
앞으로 남한의 정보산업 분야에서 전문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 분명한만큼 비교적 풍부한 북한의 컴퓨터부문 전문인력을 활요하는 것도 좋은 대안 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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