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자동화차원 넘어선 "디지털공장"개념 등장

"디지털 공장"이 탄생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단순한 자동화의 차원을 넘어서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 공장"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할수 있는 작업을 기계나 로봇으로 대신하는 것에서 출발한 "공장 자동화 의 개념이 컴퓨터 기술과 인간의 자원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생산성의 증대를 꾀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생산라인과 사람의 손으로 하기 어려운 작업들을 해주는 로봇, 그리고 부품들을 생산라인으로 운송해주는 자동 운송기계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공장 자동화"는 통제.관리 인력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노동 력이 필요없는 공장, 그리고 24시간 가동할수 있는 공장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제조업 부문을 혁신시킬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해서 완전히 자동화된 설비를 갖추는 것도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자동화의 개념 자체가 현실과 괴리를 빚는 일도많았다. 거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산시스템은 고장이나 장애를 일으켰을 때는고철 덩어리에 불과했고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로봇은 정교한 조립분야에서는 결코 인간을 따라오기 힘들었다.

이같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미국내에서는 단순한 자동화의 개념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척됐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바로 "디지털 공장"의 모습.

엔지니어들은 과거 공장 자동화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생산설비들을 관리가 간편한 "단위"들로 나누었다. 다양한 용도를 가지며 고장 장애에 강한 시스템 개발에 주력했다.

또한 공장 자동화의 상징인 로봇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연구했다. 예를 들어 별다른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한 일이지만 인간이 하기 힘든 용접과 같은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보다 정교한 솜씨와 판단력이 필요한 일은 사람이 맡는 "역할 분담"을 고안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하는 일을 돕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공장 전체에 컴퓨터를 배치하고 이를네트워크로 연결했다.

IBM의 생산부문 이사인 L 레이 메이즈씨는 "80년대초처럼 자동화를 무조건 신봉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어떠한 작업이 자동화에 적합하며 또 어떤 부문이 자동화할수 없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정 작업에서는 로봇과 기계적인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생산은 제품을 "빠른 시간에 많이 만들어 내는" 고전적 인 의미의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유형의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서 생산과 유통.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도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키고 있다. 생산의 과정을 공급이나 고객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시켜 주고 있는 것.

일례로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모토롤러사의 무선호출기 공장의 경우는 이같은생산방식이 "제조"나 "생산"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줄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이곳에서는 모토롤러 영업망이나 판매사원, 혹은 800 전화나 전자 우편 등으로 접수된 제품 주문서가 직접 생산라인으로 연결된다. "딩동댕하는 차임 벨 소리가 나는 노란색 1대, 삐삐 소리가 나는 파란색 5대, 멜로디 신호음을 내는 분홍색 10대"와 같은 식의 주문 정보가 생산 라인으로 접수된다.

생산 공장에서는 로봇이 주문 내용에 맞는 부품을 골라 생산 라인으로 운반 해주면 사람이 직접 조립을 맡게 된다. 이 경우 보통 주문이 접수된 시점으로부터 80분 정도면 생산이 완료되며 고객들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일이나 혹은 다음날에는 원하는 제품을 공급받을수 있다.

모토롤러는 이 과정을 "제조"라는 개념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품으로 신속하게 바꾸어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 궁극적으로는 고객들이 주문을 하는 즉시 제품이 만들어지는 "동시 생산"을 꿈꾸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있는 IBM 공장도 컴퓨터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서는 40명의 종업원들이 동시에 27개 종류의 서로 다른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바코드 스캐너에서부터 휴대형 의료 기기.광섬유 커넥터등이 모두 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

종업원 한 사람마다 그 앞에는 전체 공장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화면을 통해 자신이 수행해야할 작업을 확인할수 있다. 작업이 모두끝났을 경우 단추 하나만 누르면 컴퓨터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다음단계로 옮겨준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에 의해 등장하는 생산라인이 공장 자동화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디지털 공장"의 확산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있다. 또한 다양한 업체들이 만들어낸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생산 설비를 완성하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 서로 호환성 있는 개방형 시스템들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학계와 기업들에서는 새로운 생산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컴퓨터 기술을 생산 단계별로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공장"의 생산 기법은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수 있는 기대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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