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현금자동입출기(ATM)를 구입해야하는 은행들은 어느 은행이든 똑같은 고민에 빠진다. 현격히 다른 장점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는 두종류의 ATM 중 어느 기종을 선택하는냐는 문제다.
또 이런 은행들의 고민은 ATM에 대한 공급업체간 기능논쟁으로까지 발전한다 . 국내 ATM도입의 초창기인 2~3년전만 해도 ATM 기능논쟁의 중심은 지폐의 입출금 방식이 봉투식이냐, 산폐식이냐에 집중되었다. 구미의 경우 봉투식과 산폐식이 공존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국민 정서상 산폐식이 더 적합한 것으로그 논쟁은 이미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요즘 들어 ATM의 기능논쟁은 또다른 방향으로 불붙고 있다.
국내에 보급돼 있는 산폐식ATM은 다시 운전자금의 환류여부에 따라 환류식과 비환류식으로 나뉜다. 즉 입금된 지폐가 출금용으로 재사용되면 환류식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환류식이다.
최근 업체간 ATM 기능논쟁의 주제로 새롭게 떠오른 것은 바로 환류식이 국내 은행실정에 적합한지, 비환류식이 더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로 압축된다. 현재 환류식 제품은 금성사가, 비환류식은 청호컴퓨터와 효성컴퓨터가 각각 생산 공급하고있다.
ATM의 제품별 기능의 차이가 단지 환류냐 아니냐로 끝난다면 논쟁은 쉽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환류, 비환류만을 따지자면 환류식이 절대적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환류식은 비환류식에 비해 지폐사용의 효율성이 높다. 정확한 통계가 나온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환류식은 비환류식의 30%정도의 운전 자금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점 때문에 93년말 현재 9만여대의 ATM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환류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류식의 이런 일반적 이점에도 불구, ATM 기능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것은 환류식이 메커니즘적으로 가질 수 없는 기능을 비환류식 ATM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표 입출기능이 그것으로 환류식은 입금과 출금이 단일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에 수표를 인식할 수 없다. 그러나 비환류식은 입금과 출금이 별도의 메커니즘으로 돼 있어 지폐및 수표를 동시에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표 입출기능은 국내 금융환경이 일본과 달리 수표를 거의 현금과 동일한 수준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다. 특히 현금자동입출기.현금자동지급기 CD 등 금융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소액거래자 들도 수표를 이용하는 경우가 15% 정도에 달한다는 점에서 ATM의 수표처리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각 은행들은 환류식 ATM의 일반적 장점과 국내 은행의 특수 상황에 따른 비환류식의 장점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공급업체들은 이 틈을 비집고 자사제품의 기능적 우위를 선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제품자체의 기능 보다 결국 외부적요소에 의해 판가름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수표를 대체할 고액권 의 발행여부다.
현재 비환류식이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액권이 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면 조심스럽게 환류식의 승리를 점칠 수 있다. 환류식의 일반적 장점은 온존하는 반면 비환류식이 가지는 수표 입출기능은 그 효과를 잃기 때문이다.
비환류식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도 이를 감안해 암암리에 환류식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액권 발행시기가 언제냐는 것과 그 때까지 은행들이 수표 입출기능이 없는 환류식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겠느냐가 변수로 남아있다.
<이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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