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고속망 기획단" 활성화

지난달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주제로 한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워크숍 등이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개최돼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5월이후 본격화되 기 시작한 이른바 초고속정보통신망에 대한 논의가 각계에 확산되면서 이제 그 모습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국민 일반의 관심도 고조되어가는 양상 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고속도로는 미국의 "국가정보기반", 일본의 신사회간접자본 보다는 물리적 측면만이 부각되기 쉬운 "초고속정보통신망"이라는 표현때문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느낌이 적지않으나 그나마 반년남짓만에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 표현이나 내용이야 어떻든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른바 초고속정보통신망 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면에서건 나쁜 면에서건 파괴적 영향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인류문명의 한 전환점을 이루리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이는 문명은 문화의 잔재라고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산업문명에서 정보 문명으로 옮아가는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전환점 을 맞아 우리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이라는 단순한 물리적 기반구축은 물론 새로운 문화적기반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의 장을 통해 접근해 나가야 한다. 본 보 10월 29일자 사설에서도 구체적인 과제들을 적시한 바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물리적 기반에 대한 기술적 과제들이 아직은 타개되지 않은 단계에서문화적 기반에 대한 논의는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관련기술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그 결과여야 할 문화 적 현상이 도처에서 선행해 오히려 기술개발방향까지 규정하고 있음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낱 정책적 과제에 지나지 않는 정보고속 도로가 이처럼 단시일안에 "세계정보기반"이라는 이름아래 세계적 과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은 그 실체에 앞서 다음 시대의 세계를 규정하는 가장 설득 력있는 "비전"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세계사 곳곳에서 흔히 산견되듯이 전쟁 또는 대결뒤에는 상실의 시대가 있게마련이고 그것을 채우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우리도 냉전체제에서 그 와해 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존 경제체제대신에 WTO 등 모든 문제의 지구화와 함께 기존질서의 개편압력을 받아오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모든 문제의 세 계화와 함께그 타개도 가능케하는 새로운 수단이라는 2중적 기능을 지니고있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다가오고 있는 정보문화 내지 정보사회의 여러 과제들은 그 물리적 환경이나 기술적 환경에 훨씬 앞서서 우리앞을 가로막고있다. 이러한 과제들이 타개되지 않고서는 정보문화 내지 정보사회가 이루어지기 전에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으로 불리는 불가시적 재화의 가시화를 비롯 익명성.복면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보"의 특성에 따른 정보사회 윤리규범의 정립, 그리고 현행 법제도 환경하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여러 초고속 정보서비스 등 정보고속 도로는 논의가 심화되면 될수록 이른바 "과거의 문명"이 통하지 않는 측면이더욱더 부각되게 마련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마음놓고 활용하면서, 그리고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보사회, 그것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라는 물리적 기반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통신기반구축이 아니다. 국가 사회의 개조를 통해 다음시대를 살아남기 위한생존전략이다. 산업사회 진입에 뒤처져 겪어온 구한말 이래의 고난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의 활성화를 촉구하며 초고속통신망구축기획단 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지나간 역사처럼 우리는 기회에서조차 뒤처진것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도전의 기반과 기회가 주어진 나라라는 점이다. 무너진 다리에 가려 내일의 비전이 소홀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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