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주요 일간지 사회면에는 서울세관이 용산전자상가를 무대로 1백 20억원 상당의 CPU를 밀반입해온 혐의로 P사 대표 이모씨를 구속했다는 기사 가 일제히 실렸다.
이씨는 대만.홍콩등지로부터 컴퓨터나 테스트기기를 수입하면서 본래의 부품 을 뽑아내고 케이스에 CPU를 담아 숨겨들어오는 수법으로 약 6개월에 걸쳐3만8천개의 CPU를 밀수해온 것으로 검찰의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기사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CPU밀수의 규모와 수법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업계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상가 주변 사람들은 의외로 그리 놀란 반응을 보이지않았다. 1백억원대를 넘는 어마어마한 밀수규모는 물론 같은 상가에서 얼굴을 맞대고장사해온 사람이 밀수업자라는 사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용산상가에서는 이 모든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을 의미한다.
또 이것은 밀반입 CPU의 수요처가 바로 용산상가내 상인이었음을 암시해주는대목이기도 하다.
용산상가를 무대로 한 CPU밀수는 이번에 검거된 P사 외에도 3~4개의 대규모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세관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금괴 및 다이아몬드 등의 귀금속을 주로 취급해온 남대문시장 조직들이 이들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중의 상당수는 대만.홍콩 등지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개설해 현지 상인들로부터 CPU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물량들은 서울에 있는 조직으로부터 정확한 수요를 통보받은 다음 서울과 부산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게 보통이다. 이처럼 수요예측 오류에 따른 재고부담이 없는이들의 사업은 이미 상당한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번 P사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항및 세관내의 일부직원들과 결탁해 밀반입해 온다면 CPU밀수는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받는 "확 실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CPU전문 밀수조직이 등장하면서 운반및 처분수법도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여행객들의 손가방을 통한 고전적인 수법보다는 한번에 대형 운반이 가능한 항공.선박 우편물을 선호하는 추세다. 얼마전에는 이보다 검색이 어려운 군사우편물을 통한 밀수사례가 발각되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국내에 밀반입되고 있는 CPU는 월 2만~2만5천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용산상가에서 소요되는 전체 CPU시장(3만개)의 무려 70~ 80%를 충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반면 인텔사의 국내 공식대리점인 동백전자와 삼성전자가 용산상가에 공급하는 물량은 월 3천~4천개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수치 는 역으로 용산시장에서 밀수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케 해주는 간접적 인 자료역할을 해 준다.
현재의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용산상가에서 밀수 CPU의 수요가 줄어들기는힘들 것 같다. 오히려 펜티엄을 비롯한 고성능 제품으로 갈수록 밀수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현재 연 5백억원(25만개)에 상당하는 CPU암 시장은 컴퓨터 시장확대에 힘입어 쾌속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경묵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