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오는 98년까지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키로하고 단계적 개방 계획 시안을 마련, 비밀리에 추진해오던 관련문서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되 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는 지난 1월 공로명 주일대사가 "개방필요성"을 거론했을 때 처럼 "전문기관을 통해 개방문제를 연구한 것일 뿐 정부의 최종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못박는등 조기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영화및 비디오.음반업계가 이번 파장을 보는 시각은 지난 1월과 전혀 다르다. 개방화.국제화시대에서 "개방불가론"을 고집할 수 없지만 각계 의 의견을 들어 개방시기및 범위를 결정하기로한 정부가 개방에 따른 직접적 영향을 받게되는 영상업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도 않은채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는 우리도 개방시기를 결정했든 안했든 관계없이 정부의 일 추진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허용해야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위해 단계적 준비작업을 하는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생력이 약한 국내 영상산업계에 대한 대책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개방될 경우 우리의 영상산업발전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문화의 유입을 차단할 만한 효과적인 빗장은 없다. 정부가 아무리통제한다해도 국민 각자가 이에 접근하려 마음만 먹으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없다. 비공식 집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본 위성방송 수신가구가 50만에 육박하고 시청인구도 3백만명을 상회한다는 사실과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입 돼 범람하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전파영역을 지구촌 전체로 넓혀 문화 빗장을 갈수록 무색케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 문화개방 문제를 개방화.국제화라는 적극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구하고 있는 추세다.
국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문화개방 문제에 있어 국민들의 정서와 산업적 인 측면을 빼놓지 않고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있어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은 우리 국민의 마음 밑바닥에 깔린 반대정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도 제외돼서는 안된다. 국민 감정의 문제와는 별도로 문화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냉정히 따져 봐야한다. 현재 일본은 우리의 제1 무역 역조국이다.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고려 하지 않은채 문호를 개방할 경우 자칫 이 무역역조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문제로 남게된다.
국내 산업적인 측면이 무시된 상태에서 일찌감치 수입이허용된 만화영화와 컴퓨터게임 부문을 보면 이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만화영화 시장은 80~90%를 일본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것도 대부분 일본업체에의 외주분으로 알려져있다. 비교적 경쟁력을 갖춘 TV만화영화조차 일본산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컴퓨터게임은 일본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비디오.음반업계가 일본의 대중문화 수입을 두고 신중론과 대책 선행을 제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영상산업의 핵심이 되는 영화의 경우 이미 미국이 한국시장의 70%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마당에 아무런 대비 책없이 일본에 마저 빗장을 풀어준다면 그야말로 한국영화는 회생불능 상태 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구나 일본은 막강한 자본력에다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효과 기술이 세계적 인 수준이어서 우리영화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것이다. 음반부문도 일본의 녹음기술이나 뮤직비디오 제작기술 등이 뛰어나일단 수입되면 국내 음반산업 자체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일본 대중문화의 기술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 개방불가론을 펴는 것은아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유독 일본 대중문화 수입의 문호만을 걸어 잠근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단계적이든 일시적이든 언젠가는 결국 이 문호를 열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이 문제를 비밀리에 처리하기보다 시안을 마련했다면 공론화를 해야한다고 본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영상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파급영향에 대한 대책도 분명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를 푸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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