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유난히 제품 개발자나 기업의 창의력이 중시 되는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전자산업의 한갈래인 컴퓨터분야의 경우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입지에서 가장 확실한 미래 전략산업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특히 소프트 웨어의 경우는 이같은 특성이 보다 구체화돼 있어 가장 확실한 전망을 갖게 해준다. 실제 세계적으로 빌게이츠신화가 여러번 입증됐고 그 신드롬은 아직도 젊은이와 모험기업들 사이에 지칠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그러나 이처럼 신화로 통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예외없이 기업생존과 개발제품을 위한 자금은 필요하다. 빌게이츠의 신화 역시 IBM이라는 공룡자본이 뒤를 봐줬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최근 회원사들의 패키지 업그레이드 비용 일부를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골자로 하는 업계 건의안을 수렴했던 적이 있다. 공업 발전기금이나 과학진흥기금과 같은 유형의 기금신설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계 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이유에서 였다.
총력을기울여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자금난 때문에 후속 업그레이드 과정 한번없이 도태 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까지 관련업계의 현실이다.
따라서정부가 우수한 제품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대출해줄 수 있는물적토대를 마련케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실제국내에서는 그동안 모든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서 개발한 신제품이 상업 적으로 실패할 경우 해당 기업 자체도 사라져버리는 풍토가 만연돼 왔었다.
바로이같은 배경에서 협회가 다듬은 대정부건의문 초안은 업계 의견수렴 과정에서 처음에 제법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결과는 협회 측이 대정부건의문 계획 자체를 자진 포기하는 것으로끝이났다. 정부가 받아들이지도 않을뿐더러 기금이 마련된다해도 운용상에서돌출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기금대출이 여느 기금처럼 담보력 있는 업체에게만 편중돼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중 시킬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계획의자진포기에 이르기까지는 과기처나 상공부등 정부당국자의 견해도 한몫을 했다. 관리들은 기금 조성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금대출 요건, 즉 자체 담보력을 가진 업체들이 많지않아 기금신설 자체가 별의미를 갖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기금이 조성된다해도 기업적 기반이 어려운 대다수 업체들에겐 그림 의 떡일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은 기업의 어려움을 자금에 의하지않고 풀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모든문제를 해결할수는 없겠지만 실제 자금에 의하지 않고 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 있다. 설명에 앞서 우선 창의력이 중시되는 아 이디어집약형 산업인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 추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가능한한 많은 기능을 한제품에 모두 수용 하려는쪽으로 제품 개발의 방향을 몰아가고 있다. 또 사용자들은 기업이 자신의 다양한 요구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대로 컴퓨터에 전달할 수 있는제품을 개발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대다수개발사들은 이같은 상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최근 발표하는 소프트 웨어 프로그램의 크기(용량)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이때문에 과거 3천~4천 문장(Line)이면 거뜬히 소프트웨어 하나가 완성될수 있었던 것이이제는 30만~40만문장, 심지어 1백만 문장이 넘는 제품들도 쏟아져 나오고있는 실정이다.
이같은규모는 빌게이츠와 같은 천재 몇사람이 함께 평생 작업을 해도 완성 할수 없을 만큼 방대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도 많은 조직과 자금을 동원하지 않으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기 어렵게 돼가는 추세라고 할수 있다.
그래서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몇몇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들 사이에서 대두 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의 재사용이다. 컴퓨터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발표되는 워드 프로세서의 경우 불과 2~3년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고급기능들이 기본 내장되는 추세다. 철자검색기(Speller)와 문법교정기(Gr amma-rtik), 영어 및 한자사전, 동의어반의어사전(Thesaurus)등이 그것 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한번 개발되면 그자체 용도만으로도 충분히 패키지소프 트웨어를 구성할수 있는등 재사용의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개발에는 당연히 매우 고난도의 기술과 노하우 및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실제 이들 기능이 전체 워드프로세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않다.그렇다고 이들 기능을 채택하지 않으면 상품으로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업계는 자사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사로서 자존심을 고수한다 는 입장 때문에 모든 기능들을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사고에 얽매여 왔다.
특히개발사들은 본프로그램보다는 이같은 보조프로그램개발에 훨씬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기 일쑤여서 자금난을 가중시켜온 원인으로 지적 되기도하다. 그런데 "한글" 한제품으로 3년째 국내 패키지소프트웨어 왕좌를 고수해온 중소기업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7월 미워드퍼펙트와 워드프로세서용 보조프로그램 상호교환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결과한글과컴퓨터는 "한글"윈도즈버전에 세계 최대 워드프로세서개발그룹인 워드 퍼펙트의 영문철자검색기, 자변형기(Te.t Art), 빠른찾기(Quick Fin der), 동의어/반의어사전, 문법교정기등 최고급기능을 포함시킬 수 있었다.
대신한글과컴퓨터는 "한글"파일포맷프로그램과 한글철자검색기 및 한자변화 사전프로그램등을 워드퍼펙트 측에 제공했다.
한글과컴퓨터 박순백홍보이사는 "이계약에서 단한푼의 금전적거래도 없었지만 실제로는 "한글"윈도즈버전 총개발비에 맞먹는 자금을 워드 퍼펙트로부터지원받은 셈"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금에의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할수 있는 또다른 방법으로는제품개발 업무와 마케팅업무를 기업단위로 분리하는 일이다. 기업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닌 2개 기업이 하나의 상품을 위해 협력 관계를 모색 하는것이다. 개발전문기업은 오로지 제품기획과 개발업무에만 조직과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마케팅회사는 개발사의 신제품에 대한 시장 정보수집과 분석 , 상품화, 판촉, 사후지원업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제품에 대한 집중력 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금난 해소와 자금 활용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다.
이같은기업간 협력은 일반적인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OEM방식의 협력이 종적인 상하 납품관계에 의해 유지된다면 업무 역할분담방식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브랜드 가치는 물론 기업으로서 개성을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업무역할분담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들로는 한국데이타 베이스와 삼테크 큰사람과 온시스템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형데이타베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데이터베이스의 "자료관리"소프트 웨어는 유통회사 삼테크가 마케팅을 전담해서 성공한 대표적사례로 꼽힌다.
"자료관리"버전1.0은 처음에 상품화는 커녕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자금이 없어 사장위기에서 삼테크가 마케팅을 전담해줌으로써 빛을 보게됐다. 처음2~ 3명으로 시작한 한국데이타베이스는 현재 20여명의 개발 및 개발지원 인력을 보유하고 "자료관리"버전2.5까지 발표했다.이제품은 현재 국내시장에서 베스 트셀러로 꼽히는 몇안되는 국산소프트웨어가운데 하나이다.
큰사람과온시스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개발사 측인 큰사람은 최근 자생력 을 갖추고 홀로서기를 선언했을 만큼 온시스템과의 성공적인 협력 관계를 거쳤다. 대구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두회사가 협력해서 내놓은 제품은 이분야 시장점 유율 90%이상으로 추정되는 PC통신용 에뮬레이터 "이야기"이다.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이제품은 당초 경북대학생들이 개발, 무상 으로 공급하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난92년말 버전6.0부터 온시스템이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상업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10월부터 큰사람은 이야기 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상품화할 예정이다.
한편기술동향과 사용자(소비자)요구가 보다 다양화 될수록 기술의 맞교환과기업간 역할분담을 통한 기업자금난 극복사례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자금은 반드시 화폐나 유가증권형태로 된 것이라야 한다는 일반적인 고정관념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에게 있어 자금융통은 결국 기술개발 이나 상품화비용으로 소요되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보면 자금의 직접투자없이 기술의 맞교환 또는 기업간 역할분담 을 통해 목적하는 바를 얻었다면 기업으로 서는 더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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