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융관련 여건이 국내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 는 통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름대로 자금압박을 받지않고 빠르게 성장 해가는업체들이 적지않다.
연간매출1천5백억원규모의 중견전자업체인 태광산업은 전자부품업체 사장들 에게는 "마음놓고 물건먼저 공급하고 싶은" 가장 인기있는 업체.
요즘처럼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금지급이 정확히 지켜지고있는데다 올 가을들어서는 어음지급일이 10일이상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추석을 앞두고 정부의 추석자금 대량방출 방침에도 불구하고 은행 에서문전박대를 당했던 일부 소기업들에 부품납품직후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 협 력업체들사이에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회사가 이렇게 할수 있었던 것은 창립부터 맺어 온 빅 바이어들과의 안정 적인 거래관계를 형성,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자금 운영이 원활한데다 "은행돈"안쓰기로 이름난 그룹의 총체적인 자금관리로 금융 비용부담이 경쟁 사에 비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월간 1천만달러에 이르는 이회사의 수출액은 출고후 대금 회수까지 1백20~1백50일이 걸리는 내수판매와는 달리 선적후 즉각 현금화가 가능해 자금여유가 있는데 기인한다. 따라서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급을 기피할 이유 가 없는데다 일반비용외에 영업외 비용도 최고 매출액의 10%선에 이르고 있는 경쟁사에 비해 1%내외로 거의 없다시피한 것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회사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물품대금지급을 타사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결제해주다 보니 구매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 원가절감을 통한 제품가격 경쟁력을 갖게됨으로써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상장회사인 이회사는 주식시장에서도 최근 2~3년사이 주가가 급상승 하는 호조를 보이며 증시를 통한 자급동원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이를테면 부익부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과내수비중이 6대4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 이 회사의 자금운영방식은 철저하게 수입.지출이라는 단순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입에 따라 지출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금융비용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자금운영에 부담을 주는 돌출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특히현금대금지급에 따른 비용은 반드시 확보한다는 원칙아래 부품구매대금 등의 경우 현금결제에 있어서는 부품단가를 낮춰 구매하고 어음의 경우 협력 업체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 평균 1백20일에 이르고 있는 대리점들의 어음 회수에 따른 비용을 상쇄시켜 나가고 있다.
이같은자금운영방침에 영향을 받아 이 회사는 국내 전자업체들 중에서도 손 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내실있는 경영을 하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자금여유가많다보니 올해 70억원 이상으로 계획했던 연구개발투자비 지출도 90억원대 이상으로 늘릴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회사는 또 대부분의 업체가 관행처럼 시행하고 있는 어음지급회수에 기간의 차이에서 오는 금융비용부담을 거래선에 떠넘기지 않고 있다. 계속 되고있는 대기업들의 대금지급 횡포관행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이다. 국내기업들, 특히 경쟁력약화로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전자 업체 들에게는 남의 일같이 들릴지 몰라도 이회사는 이를 기필코 관철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대량방출된 추석자금중 3조원이상을 다시 환수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회사 자금담당자들은 느긋한 표정들이다.
올해매출액 2백50억원을 바라보는 컴퓨터 관련 보드생산업체 옥소리사와 60 억원규모의 반도체장비 생산업체 K사는 중견업체인 태광산업과 같은 규모의 틀을 갖추지 못한데다 지원부대도 전혀없지만 해당업계에서 나름대로 튼튼하다고 소문난 업체들이다.
K사는어음을 돌리는 일이 없을 정도로 중소제조업체 치고는 자금이 넉넉하다고 소문이 나있으며 옥소리사는 한술 더떠서 "현금거래가 아니면 상대를 하지 않는" 배짱을 보이는 업체로 정평이 나있다.
이같은소문들이 그럴싸하게 나도는 이유중의 하나는 이들 두업체가 모두 자금과 관련해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년 1백%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외부에 자금을 얻기위해 아쉬운 소리를 하지않고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수 있는 것은 물론 자금이 정말로 여유가 있어서만은 아니고 나름대로 독특한 스타일이나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에 관한한 별로 곤란을 받지 않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는 이들업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경영 층의 헌신적인 뒷받침이나 제품경쟁력에서 시장을 압도하는등의 필연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컴퓨터용음악카드를 비롯한 각종 관련 보드를 생산하고 있는 옥소리는 관련업계에 "현금장사" "배짱판매"로 소문이 나있다.
어음을들고가면 아예 상대조차 하지않으며 심지어 모업체는 3억원을 현금으로 싸들고 가서도 물건을 받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럴듯하게 포장돼 들릴 정도다.
그러나이회사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L상무는 "소문이란 늘 과장되게 마련 이라고 일축한다. 이회사의 매출중 현금비율은 40%정도에 불과하며 이처럼 현금 거래비율이 높은것도 제품 특성상 대기업과의 거래가 별로없고 영세한 중소기업들과 주로 거래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현금으로 대금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문과는달리 이회사도 판매대금의 60% 가량을 4~5개월짜리 어음으로 받는경우가 많으며 자사가 필요한 자금의 30~40%가량만을 현금으로 조달할수 있을뿐 나머지는 은행융자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회사가 관련업계의 관행을 무시한채 현금거래중심의 파행 을 달리면서도 매년 1백%의 급성장을 거듭, 올해 2백50억원 가량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제품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회사가 창사 6년만에 컴퓨터 소리카드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것은 전혀 기적이 아니다. 이회사는 연구인력이 전체직원의 30%에 달할 정도로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자사에는 한개의 태스크포스 생산라인만을 운영하고 외주생산비중을 전체생산량의 70%에 달할 정도로 외부업체들을 활용, 설비투자 비용부담을 최소화한것도 자금압박을 줄이는 큰 요인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 중소 기업으로 고객들에게 "배짱" 운운 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이회사가 이같은 성장을 거듭할수 있는 것은 자사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회사의 형태와 사정에 맞도록 투자력을 배분하는등 운용의 묘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비업체인 K사는 납품대금은 통상 2개월, 길게는 3~4개월짜리 어음으로 받고 거꾸로 물품대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회사의 고 모사장은 자사가 비록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는 있지만특별히 자금에 여유가 있다거나 경영의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며 남다르게자금관리를 잘해서도 아니라고 외부의 소문에 고개를 젓는다.
특히이회사가 거래하고 있는 반도체업체들이 대체로 납품대금 결제에 관한 한 A급으로 "신사적"인데다 모두가 부도위험이 없는 우량 대기업들이어서 물 품대 주기위해 이들 어음을 할인하는것도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사가 구입한 물품대금을 통장으로 현금입금해주고 있는데 대해서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어음을 끊어주는 것보다 훨씬 싼값에 물품을 구입할수 있기 때문 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실상은 이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무역업을하다가 제조업에 가세한 K사장은 지금도 무역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제조부문에 붓고 있으며 아직까지 오너로써 자신에게 배당되는 이익잉여금도 한번도 받아가 본적도 없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경영이 있기 때문에 이회 사가 나름대로 아쉬운 소리를 하지않고 성장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K사장은회사일 때문에 일요일도 거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며 가끔은 "내가 왜 제조업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결론은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오곤 한다고 말한다.
K사장은"중소기업들이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창업초기부터 자금력 이 부족해 무리하게 담보를 설정하거나 형편을 넘어서는 무리한 자금투자 등을 함으로써 빈곤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영자 들이 자기실속을 지나치게 차림으로 인해 기업이 부실화되는 경우도 적지않게 보아왔다 "고 말하고 기업인 스스로도 기업이라는 조직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또한 자신은 자금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지만 국내기업들에비해 외국업체들은 재무구조가 월등히 좋으며 특히 일본업체들의 경우는 상장을 위해 자본금을 억지로라도 일정규모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국내업체들과 달리 대부분 자본금이 적으면서도 부채가 거의없어 엔고에도 견뎌 나가는 것같다 며 지나치게 모양갖추기에 연연해 내실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계한다.
결국은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지 않아야하며 투자효과 극대화를 위한 재원의 효과적인 배분등 회사 차원의 총체 적인 노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자 스스로도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려운환경속에서도 튼튼한 것으로 소문난 업체들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 는 있지만 경영자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 하고 있으며 치밀한 관리체제가 구축돼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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