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시리즈-전자산업 경쟁력을 높이자>

중대형 컴퓨터용 프린터의 인터페이스 카드등 컴퓨터주변기기를 개발 공급하고 있는 벤처 기업인 N컴퓨터의 김 아무개 사장(38)은 지난 91년 창업 이후지금까지 3년 동안이 끊임없는 자금난으로 마치 30년은 지난것 같은 악몽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김사장이회사설립 이후 3년동안 투자한 2억여원의 개발자금과 시제품 개발 이후 판매를 위한 2억5천여만원의 운용자금등 그동안 끌어댄 5억여원의 자금 은 대부분 자신의 부동산과 부모,형제,친지들로부터 차입한 것이고, 그 흔한정부나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창업및 기술지원자금은 단 한푼도 빌려쓸 수 없었다고 한다.

김사장은자신이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10여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창업 의 길로 나섰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그러한 창업관련 지원자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이들 자금을 대출받기는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 했다. "초기의 설립자본금및 기술개발자금은 물론,그동안 운용자금으로 부모와 형제 친척들로부터 빌린 돈과 사채시장에서 끌어다 댄 돈까지 거의 전부가 내 힘으로 조달해야 했다"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급하면 사채를 끌어 쓰기도 했고,그야말로 밤잠을 못이루며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추가자금을 끌어 댈 길이 없어 죽음까지도 생각한적이 있으나 남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것을 생각 하니 도저히 죽지도 못할 지경이었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용산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생산 및 컴퓨터를 조립.판매하고 있는 H 컴퓨터의 한 아무개 사장(35)은 지난해 8월 전격실시된 금융실명제로 인해 사채시장까지 동결돼 급전을 마련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한사장은 거래업체의 부도로 인해 1억여원의 자금이 급히 필요하게 돼 이를마련하기 위해 며칠간 동분서주 했지만 은행은 물론,사채시장까지 동결돼 결국 돈을 마련할 길이 없게 되자, 5천여만원의 사무실 임대계약서와 1억 여원 에 가까운 컴퓨터 및 부품을 현물로 담보잡히고 가까스로 1억원을 빌릴 수있었다. 지난해 중소기업 진흥공단이 지난 88년부터 91년까지 창업을 지원한 1백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중소기업의 경영실태와 성공요인조사" 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창업에서 본격적인 제품생산에 들어가기까지 평균 8억3천6 백80만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창업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원으로는 중진공이 37.1%, 금융기관이 28.0% 자기자금이 22.0%, 기타 8.8%등으로 나타났고, 추가소요자금은 금융기관이 가장 많아 38.9%, 개인재산등 매각이 24.5%, 사채 14.4%등의 순이었으며투자계획을 축소한 경우도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이같은 조사결과는 창업에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그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이나,창업대열에 들지 못하고 도산한 많은 중소업체들의 형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중진공이 올 상반기중 중소기업 상담실에 접수된 상담건수 1만5천5백 74건중 자금지원과 관련된 상담이 모두 1만1천4백71건으로 전체의 73.7% 에이르는등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여전히 자금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정부의 신경제 1백일 계획중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 및 기금투입에도 불구 하고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자금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당국이 갑작스럽게 통화환수를 실시한 이후 이달들어 중소 기업의 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사채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한은이 통화 고삐를 강력히 죄어오자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기업및 가계자금 대출을 완전히 중단하다시피 했고,이로 말미암아 지난 1일 서울지역의 어음 부도율은 평소의 3배 이상인 0.26%를 기록했다.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40~80개사에 그쳤던 서울 지역의 당좌거래 정지업체수도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1백여개를 상회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통화당국의 이같은 통화환수 조처가 금융기관의 자금난및 대기 업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대기업의 자금애로는 어음결제기간의 장기화등을 유발 올연말까지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돼 연쇄부도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정부가 UR협상 타결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 및기존의 정책금융 지원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가 하면, 은행권의 의무대 출비율도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져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자금을 비롯, 금융기관의 지원 자금은 사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크게는 올부터 집행 주체 가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중소기업 구조조정 자금과 금융기관의 각종 자금지원등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올상반기중 정부예산 1천5백49억원과 지자체의 자체조성분 1천4백51억원 등총3천억원을 조성,배분하고 있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은 *기술개발 *정 보화 *자동화 및 시설근대화 *소기업지원 *대기업사업의 중소기업 이양 *사업 전환 및 유휴설비 해외이전 *창업지원등 7개 부문에 걸쳐 지원 되고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자체가 이차보전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저리운전자금도 올해 7천5백억원정도 조성돼 있다.

금융기관도각종 정책자금을 취급하고 있는데,특히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특별자금, 기술창업자금, 경영안정기금, 소기업자금 , 기술개발지원자금 등과 산업은행의 기계설비금융, 자동화설비, 첨단산업육성 신규개발기계구입자금, 정보산업자금 등이 있다. 금융기관의 이들 지원 자금은 대부분 6%~12.5%의 금리로 거치기간을 포함해 짧게는 5년 이상 길게는 10년까지 소요자금의 70~1백%를 장기 저리.융자해주고 있다.

이처럼많은 각종 정책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왜 항상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자금지원을 바라는 중소업체는 부지 기수인 데 자금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수만개인데 7천억~8천억원을 풀어봐야 한 업체당 1억원씩 지원해 도 고작 7천~8천개 업체밖에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천억 원의 구조조정 자금으로 지자체들은 연중내내 중소기업들로부터 자금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다.그러나 자금지원을 바라는 중소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서둘러 신청을 마감할수밖에 없었으며 자금배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을 통해 이러한 정책자금을 지원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은행을 통해 각종 정책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진흥회, 기타 관련기관 단체의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돈줄을 쥐고 있는 각 은행으로부터 재무제표. 대차대조표.연간매출상황등을 제출, 별도의 승인을 받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신용보증 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별도로 제출 해야하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정책 및 자금지원의 애로에 대해 일부 중 소기업협동조합은 기협중앙회를 통해 각종 대처방안을 수차례 건의하기도 했다. 양창식 한국컴퓨터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5월 9일부터 13일까지 계속된 "제6회 중소기업주간"에 정부관계자와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소기업의 애로타개를 위한 합동회의"에서 중소 기업의 자금난 해소방안을 건의했다.

양이사장은이 건의에서 "개인 대금업" 제도를 즉각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애로가 자금의 원활한 유통을 막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기때문이다. "현재 자금을 대출해주는 곳이 은행밖에 없으므로 은행이 관행을 앞세워 꺾기등 불합리한 조처를 시행해도 이용자가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이사장은 "따라서 일본에서처럼 집앞 슈퍼마켓이나 약국등 아무곳 에서나손쉽게 돈을 대출할 수 있다면, 굳이 문턱높은 은행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고 전제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자신이 자금을 이용하고 있는 약국등에 서 꾸준히 개인적 신용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사회를 정착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1억이나 2억원의 급전을 구하기 위해 현재처럼 복잡한 절차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 가며 은행을 드나들지 않아도 짧은 기간 운전자금을 빌려쓸 수있기 때문에 원활한 자금회전이 가능해지므로 중소기업이 큰 도움을 받게될것 이라고 양이사장은 말했다.

이같은 의견은 당시 재무부장관을 비롯,정부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명, 결국 묵살되고 말았으나 참석자들로부터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재무부가지난 17일 제일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조세연구원에 파견된 정건용 전재무부 국장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한 우리나라의 신용대출 확대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신용대출 확대는 금융기관의 심사기법의 확충이나 관행개선, 정부의 정책적 인 제도의 도입등으로 단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금융관행이 나 의식 구조의 변화와 함께 그동안의 성장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구조 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씨는이를 위해 첫째,금융기관이 경쟁제고를 통해 스스로 신용대출을 확대 하도록 금융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등 여건을 개선해야하며 둘째 금융기관 자체적으로도 신용대출 취급기준의 표준화.객관화, 대출심사기능 의 확충, 신용평가 방식의 개선등 고객편의 위주로 대출업무를 운영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하며 셋째, 신용대출 취급자에 대한 면책기준설정 업무상배임죄 의 선별적용,부실거래자에 대한 제재강화,기업의 재무구조개선, 부동산 투기억제,기업회계자료의 신뢰성 확보와 기업정보공시제도의 확충,신용 평가 전문기관의 육성등 신용사회 정착을 위한 꾸준한 정책추진이 요구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각기 차이점은 있지만 중소기업의 당면과제인 자금난 해소가 당장 중소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뿐 아니라 앞으로 2천년대에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느냐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 획기적인 조처가 마련돼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