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컴퓨터경기 5년만에 회복국면

5년여 만에 러시아의 컴퓨터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시기인 지난 88년에서 90년께 정부주도로 한차례 정보화 바람을 겪은뒤 그동안 주춤했던 러시아의 컴퓨터 경기가 286기종을 486으로 바꾸는 전반적인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올 봄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낡은 기종을 보다 현대적이고 생산력이 높은 고급 기종으로 바꾸려는 경향은 러시아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제2의 붐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이전의 원체스터 마그네틱 디스크로는 2~3년을 더 버틸 수가 없어 486 컴퓨터에 대한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윈도의 등장이 다. 지난해 러시아에 널리 퍼진 윈도가 IBM호환기종 소유자들을 그래픽을 쓰지 않겠느냐고 유혹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애플이용자는 2%가량에 지나지않고 있고 98%가 IBM을 선호하고 있다. 거기다가 서구의 주요 컴퓨터 회사 들이 저마다 윈도용 러시아어판 프로그램을 만들어 러시아 시장에 파고들면서 시장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사실PC XT는 말할 것도 없고 4~5년 전에 널리 보급된 PC AT-286 또한 기억 용량이 1메가바이트 안팎이어서 윈도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점이 있다.

또윈도를 쓰지 않는 사람도 1메가바이트로는 고단위의 업무를 처리할수없어서 486을 올들어 많이 찾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와함께 전반적으로 286생산이 중단되면서 모스크바에서도 286수리를 받는것이 쉽지 않게 됐다. 그밖에 새 기종들의 값이 갈수록 내려 같은 값이면 최신 컴퓨터를 사자는 심리가 486붐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의 컴퓨터 가격 변동을 보면 지난 88년의 경우 AT-286이 당시 가격 으로 4만루블했으나 지난 연말에는 386 SX-33이 1백50만 루블에 거래되어 인플레를 감안하면 386가격이 286보다 20배나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92 ~93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업체들간의 경쟁적인 가격 인하가 약 2년의 간격을두고 그 영향을 러시아에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별 재미를 못본 동남아시아산 컴퓨터들이 새로 열린 러시아 시장에 값싼 제품을 들고 밀려오고 있는 것도 달라진 시장 환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남아산중에는 대만산이 가장 많다.

물론이같은 제2의 컴퓨터 붐에 찬물을 끼얹는 일도 없지는 않다. 먼저 지난1월부터 모든 컴퓨터 판매가격의 10%를 정부가 세금으로 걷어가고 있고 이것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컴퓨터에 대한 수입관세가 올라 거래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판매 업자들은 이런 요인들은 컴퓨터 판매량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뿐 영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충격기간이 지나고 나면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편6월 현재 몇대의 컴퓨터가 러시아에 보급되어 있는지 업자들이 컴퓨터 판매 대수를 상업비밀의 하나로 여겨 분명한 판매대수를 숨기기 때문에 정확 하게는 알기가 어렵다. 다만 모스크바 과학연구센터의 정보화 담당 위원회는 현재 전국에 1백50만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어 있으며 특히 지난 3년동 안 해마다 30만~40만대가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전 생긴 모스크바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는 관세서류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입현황 등으로 미뤄 전국의 컴퓨터를 2백50여만대로 집계했다. 이 기관은 이 가운데 50만~60 만대가 지난해 보급됐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관공서를 중심으로 고르바초프 정부가 추진한 전산화에 힘입어 보급 된 286계열의 컴퓨터들은 이미 노후해 교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론 조사기관인 "컴퓨터 인포"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59%가 자신의 컴퓨터를 바꾸고 싶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이를 말해준다.

지난1차 컴퓨터 붐때 정부기관 등에 보급된 컴퓨터는 대부분이 대만에서 들여온 이름 없는 하급제품 등이어서 전문가들은 이번 2차 컴퓨터 붐때는 486 SX-25/33 구조의 IBM PS/1과 델사의 디멘션, 나코시 등이 인기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은 1천4백~1천7백달러 선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하나의 새로운 경향은 노트북 컴퓨터의 인기다. "컴퓨터 인포"는 신규 컴퓨터 수요가운데 노트북이 차지할 비율을 전체의 28% 남짓으로 보고 있으며러시아산과 수입제품의 시장점유율은 1대 3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컴퓨터 시장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이 등장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는 소식이다. 다름아닌 고철 신세로 전락한 286컴퓨터를 3백달러를 주고 사모아 약간 손을 본 다음 이를 5백달러 이상을 받고 다시 팔아 넘기는 중고 수리상들이다. 새로 손을 본 제품들은 학교나 가정에 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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