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시연자가 자사의 멀티미디어 기술에 대해 영상을 곁들여 가며 정성을 쏟은설명을 30분만에 끝낸다.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기대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박수가 아니라 냉랭한 긴장감뿐." 이는 지난달에 있었던 네덜란드의 종합가전업체 필립스사 주총장면이다.
"주주들은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다퉈 질문에 나선다.신제품의 판매가 왜 그렇게 신통치 않은거요?" 필립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다.
그러나61세의 용장 잰 티머 회장을 앞세운 필립스는 과감 하면서도 빠른 사업전략으로 주위의 여러가지 우려를 일축하려 하고 있다. 그는 일소니.마쓰시타에 이어 종합가전 세계 3위라는 현재의 필립스사를 일궈낸 사람이다.
"허리케인"티머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90년 23억달러의 적자를 낸 필핍스를지난해 흑자기조로 돌려놓았다. 7만명의 종업원을 해고 하고 돈이 되지 않는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경기의 답보 상태에서도 필립스는 92년 4억8천6백만달러 적자에서 93년 10억6천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티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기 위한 체계있는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일련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키로 했다. 이는 바로 멀티미디어시대를 대비하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서비스. 티머는 현재 매출 액 대비 20%에 지나지 않는 멀티미디어 사업에 초점을 맞춰 이 부문의 비중 을 오는 2000년까지 40%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필립스의 임원들은 그의 대담한 계획에 대해 "회사 구조 개편에 지속적으로 매달려 있기보다는 새로운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지하면서 나아가 미국에 대화형(Interactive) 소프트웨어하우스를 설립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필립스가7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폴리그램 레코드사가 바로 티머가 멀 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해 준비한 토대. 3억2천5백만달러로 모타운 레코 드사를인수하고 지난해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MGM/UA의 인수 기회마저 엿보고 있는 폴리그램은 이제 음반업체만이 아닌 미디어 종합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티머는통신망을 통한 멀티미디어서비스SW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그는우선 미제너럴 매직사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이를 프랑스 텔레 콤 등 유럽의 전화업체에 제공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이러한 작업이 2000년안에 수익을 올릴 수 있겠는가 하는 보장성이다. 티머는 현재 총 매출의 36%를 차지하는 가전부문은 물론 여타 부문에서도많은 어려움과 씨름하고 있다. 지난해의 다소의 손실액은 올 1.4분기 이익분 으로 충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티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이익률 4% 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티머회장이 내세운 원대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주주나 업계 전문가들은 좀처럼 지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필립스가 멀티미디어사업을추진했지만 실패만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한 것은 티머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CD-I부 문. 계획이 수립된지 6년만인 지난 91년에야 출시된 CD-I는 문자나 영상. 음성이 CD-롬을 거쳐 TV에서 선명하게 재생되기 때문에 교육과 오락용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필립스가 CD-I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문은 닫혀버렸다.
이제는서로의 장점만을 따서 게임기에 CD-롬장치가 부가된 제품이 출시되고있지만 CD-롬 장치를 채용한 PC와 가격이 싸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수 있는 게임기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던 당시의 소비자들 이 후자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올해 70만대의 CD-I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는CD-I는 아직 효용성을 잃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도 PC용 CD-롬소프 트웨어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디지틀컴팩트 카세트(DCC)기술이다.관계자들은 필립스가 DCC 사업을 위해 수십만달러를 쏟아부었으나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DCC는 디지틀 카세트를 사용, CD에 비해 더 좋은 음질을 제공한다. 그 이름 과는 달리 DCC는 크기가 작지 않아 보통 카세트와 비슷하며 보통테이프도 사용된다. 특이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소비자들은 DCC의 구매를 회피하고 있다. 게다가 가격도 5백달러나 돼 현재 10만개정도가 판매됐을 뿐이다.
세번째문제는 필립스가 아직 투자하지 않은 액티브 매트릭스방식 평판 디스플레이분야. 랩톱컴퓨터나 TV모니터등으로 쓰이는 이 시장의 95%는 일본이 장악 하고 있는데 필립스는 이 시장의 진출을 위해 기술이 뒷받침되는 대로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제품을 출시하려 하고 있다.
필립스의사업전환에 가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티머는 계열 상위 기업들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그는 우선 실무경험에서 앞선 비 네덜란드계 임원들을 다수 임명했다. 유니레버사의 말저즈 전임 회장이 감사로 취임했다. 휴렛 팩커드 HP 사 연구소 책임자인 프랭크 카룰바에게도 추파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정작 어려움은 다른 쪽에 있었다.
통신사업참여를준비하면서 티머는 자신감을 가지고 23만6천명의 종업원들에 게 자신이 구상한 필립스의 재생계획인 "오퍼레이선 센추리온" 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 모임에서 티머는 부하직원으로부터 "필립스는 지금 어디로가고 있으며 또 왜 그리로 가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그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필립스의 직원들만큼은 자신이 주입해놓은 사상으로 중무 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티머는 "창업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모든 부문을 다그칠 것 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필립스가 현재 해야할 일이다.
CD-I와DCC등이 판매면에서 고전하고 있고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신제품 개발 도 부진하며 회사개편도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티머는 일단 거함 필립스호의 항해 방향을 어렵게 바꿨다. 이제 가속을 가하는 작업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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