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세계 PC시장에 불어닥친 가격인하바람은 대만 컴퓨터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는 가격인하 경쟁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면서 매출은 늘어나지만 도산하는 중견기업들이 속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대만 컴퓨터 산업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던 주기판의 이윤감소는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 대만업계는 무언가 변신을 서둘러야 할 때라는 위기의식마저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대만최대의 주기판 생산업체인 FIC의 마키팅 담당자는 "21세기가 오기 전에대만의 주기판업체는 불과 5개사내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는다.
93년의대만 주기판생산실적은 수량기준으로는 전년대비 53%나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금액기준으로는 오히려 13%감소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 가격하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92년의주기판 평균가격은 1백76달러였으나 93년에는 이보다 44%떨어진 1백 1달러대를 형성했으며 올해에는 95달러대에서 평균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처럼치열한 가격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만업계의 변신 노력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세를이루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해외생산의 확대다.
비좁은땅, 매년 상승하는 임금 수준, 인력난등이 대만기업들의 해외 생산을 부추기는 일반적인 요인들이다. 따라서 진출지역은 태국이나 중국이 주를 이룬다. 이미 키보드의 경우 대만내 생산보다는 해외생산량이 더 많아졌으며 파워서플라이도 해외에서 생산되는 양이 국내 생산량과 거의 맞먹고 있다.
모니터도93년 전체 생산량의 31%가 해외에서 생산됐다.주로 14인치 제품이 해외생산되고 있으며 대만에서는 15, 17인치등 고급기종으로 생산 품목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대만컴퓨터기업들의 해외생산거점 으로는 단지 임금이 싼 지역에 국한될 것 같지 않다. 특히 PC의 경우 많은업체들이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지역에 조립거점을 설립하고자 하는 추세다 대만업계로서는 임금은 다소 높더라도 운송비절감과 납기단축에 따른 장점을 더욱 높이 사고 있는 것이다.
요는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느냐, 무한경쟁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것이다.
경쟁력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으로 중견기업들간의 합병.인수및 제휴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주기판 업체인 아쿠아리우스사와 CAF사가 제휴한 것이나 스캐너 업체인 유맥스사가 엘리트그룹과 프로랩을 인수한 것등은 M&A를 통해 시너지효과를창출한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된다.
지난해11월 결성된 TNPC(대만 뉴 PC 컨소시엄)의 활약도 경쟁력강화를 위한 대만기업들의 연합전선이라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CCL(컴퓨터및 통신연구소)과 TEAMA(대만전기용품제조업협회)에 의해 주도된 TNPC의 결성목적은 "파워PC" CPU를 채택한 주기판, PC, 주변기기, SW등을 공동개발하는 데 있다.
TNPC에는타퉁, 미탁, DTK, FIC, 유맥스를 비롯해 IC제조업체인 UMC, 솔루션 업체인 대만 오토디자인등 모두 30개기업이 참여, 플랫폼.애드온카드.주변기 기.SW등 4개 분과로 나뉘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지난 6월초 열린 대만 컴퓨텍스쇼에서 파워PC601을 채택한 PC를 발표 했으며 올 가을 미국에서 열릴 추계 컴덱스쇼에서 파워PC603PC 를 선보일 계획이다. 파워 PC뿐만 아니라 비인텔 CPU에 대만기업들이 세계 어느 지역 보다도 강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파시즘"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는 인텔의 독주를 막아 CPU전쟁을 부추김으로써 숨막히는 가격경쟁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이같은 대만 기업들의 자구 노력들이 대만 전자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다.
세계최대의 모니터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면서도 여전히 핵심부품인 CRT를 일본이나 한국에서 수입해야 하고 전세계 주기판의 80%이상을 공급 하면서도CPU나 메모리반도체를 자급하지 못하는 것등 저조한 부품자급률은 이제 대만 컴퓨터업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PC완제품보다는 주기판, HDD, 모니터, ASIC, LCD, D램, CPU등 부품으로 갈수록 오히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컴퓨터산업의 현실을 생각할 때 완제품조립에 의존하는 산업의 장래는 그리 밝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최근 대만 정부가 TI에이서사가 새로 추진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공장건설에3천8백만 달러(10억NT달러)를 출자키로 결정한 것도 부품산업의 육성에 대한 대만정부의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최대의 컴퓨터 기업인 에이서그룹과 미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가 합작한 TI에이서사는 이같은 정부출자를 포함, 4억달러를 들여 올해 말까지 이 공장 을 완공하고 월2백만개규모로 16M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만필립스와 타퉁사가 15인치이상의 CRT를 올해부터 생산할 계획이 며 NanYa, PICVUE, 중화픽처튜브, UMC등이 LCD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대만기업들의 부품에 대한 투자열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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