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현금환불제 (하)

3년전에 미국으로 이주한 김진씨(37)는 LA근교에 거처를 마련하고 얼마후 옷을 사기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그러나 집으로 돌아와보니 겨드 랑이쪽에 실밥 이 튀어나와 불편한 심기로 산 옷을 들고 다시 백화점으로 향했다.

고국에서도백화점에서 구입한 옷은 별로 흠집이 없었는데 이곳에 온후 처음으로 구입한 제품이 불량이라는게 그를 씁쓸하게 했다.

그러나매장에 도착했을때 그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다.판매원이 옷을 보자 말자 "교환해 드릴까요,아니면 환불해드릴까요"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말로만 듣던 "소비자 천국"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날이후 미국이라는 사회환경에 적응하면서 모든 거래가 소비자 중심 으로 움직이는 사실에 가장 놀랐다고 말한다.거의 모든 상품이 소비자가 원하면 새상품으로 바꿀수 있고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으면 현금으로 환불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이같은 서비스를 악용해 상습적으로 상품을 바꾸려는 소비자들에게도 한결같이 친절한 서비스로 교환해주거나 환불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대한 현금환불제가 논란이되고 있는 우리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하는 대목이다.

정부가현금 환불제를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도입,시행키로한 것도 선진국과 의 이같은 거리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시장이 더이상 국내업체들의 전유물이될 수 없고 국제화에 따른 소비자 의식은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도 소비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선진국 기업들이 자국에서의 서비스 경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잇따라 국내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가전3사를비롯한 가전업체들도 현재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놓고 현금 환불 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이나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등에서 정해놓은 환불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 즉 현금 환불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소비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현금환불제의 확대시행은 기업들 스스로 서비스강화 차원에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기정사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소비자 권리보호와 제품 의 질적향상이라는 명분에 기업들은 더이상 반기를 들고 나올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금환불제를 어떻게 시행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경제기획원, 상공부 등 관련당국과 업계가 현금환불의 기준등을 놓고 한창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

가장이슈가 되고 있는 현금환불의 조건을 보면 경제기획원과 업계가 중요한 하자발생의 기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구입후 1개월이내 중요한 수리를 요할때"와 "구입후 1개월이내 중요한 수리를 2회이상 요할때" ,"구입 후 7일이내 중요한 수리를 요할때","구입후 7일이내 중요한 수리를 2회 이상요할때 등으로 압축돼있다.

소비자가정상적으로 현금환불제를 활용한다면 가전제품의 특성상 중요한 하자발생이 소비자가 사용후 얼마되지 않아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때 환불 기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즉구입후 일주일내에 "중요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한달 이내에도 이같은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구입후 7일 이내 중요한 수리를 2회이상 요할때"는 소비자 권리보호라는 현금환불제의 시행취지가 큰 의미를 잃게된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보다는 현금 환불제의 취지를 살리고 낭비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배가시킬수 있는 방안이 도입돼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 이다. 현금환불제가 시행된다 해도 수리후 정상적인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환불을 통한 낭비를 발생시킬 필요가 없다.그러나 수리후 또다시 하자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낭비등을 의식해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 자를 속이는 사례발생은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요컨대이 제도를 소비자가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위해 환불판정의 주체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메이커에 주어야하나 정해놓은 환불기간과는 별도의 기간을 설정해 수리후 동일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등은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토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환불이 제품의 불량을 전제로해 제조과정에서의 책임을 묻는다는 점을 감안할때 소비자들이 구입처를 통해 환불 받는다해도 이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메이커가 안아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단지 판매점에서의 제품보관 소홀에 따른 불량이나 배달과정에서의 사고 등에 대한 책임은 판매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분명한 한계를 설정해야할 것이다.

이같은규정은 현금 환불제가 시행된후 메이커와 대리점간 책임 회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현금환불제는 올바르게 활용된다면 소비자의 권익 보호는 물론이고 메이커의 경영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를 악용한다면 메이커의 경영활동 악화를 초래해 국내 가전 산업의 기반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예상되는 변수를 모두상정해 메이커나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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