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용산PC상가" 시리즈1

"국내 PC시장의 메카"인 용산PC상가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말 부터 본격화된 대기업들과 외산 PC업체들의 저가공세로 조립업체들의 위축세가 두드러지면서 "개미군단"이 주도해온 기존 시장구도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개미군단"의 와해는 그동안 대기업의 견제세력으로 PC산업의 균형발전에 기여해온 용산상가의 존재의미를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 새로운 활로모색을 위해 벌이고있는 조립업체들의 변신노력들은 유통시장 완전개방과 맞물려 국내 PC시장의 향배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PC유통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이같은 움직임들의 원인.실태.문제점등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해11월 다국적 공룡기업인 IBM은 486SX급 PC를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대인 1백12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쳐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곧이어삼성휴렛팩커드(HP)가 자사 "벡트라 PC"를 99만원에 판매한다고 발표 했다. 그러자 IBM이 또다시 세일을 빌미로 HP보다 1만원이 싼 98만원에 자사 제품을 팔아 본격적인 가격경쟁의 불을 당겼다.

"가격대비 성능"을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삼아온 용산 조립업체들의 목을 죄는 "메이커PC" 저가경쟁의 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용산상가의한 상인은 이와관련 "해외 유명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가격 경쟁에는 일가견이 있는 용산상가를 상대로 저가공세를 폈다는 것 자체 가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가격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용산 PC상가 조립업체들의 주요 판매전략이 빛을 잃기 시작한 것은 사실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정확히말하면 인텔이 "펜티엄 칩"을 발표하면서 부터. 이때부터 삼성, 삼보 등 국내 대기업들의 486제품 출시가 활발해졌고 판매가격인하 수준도 과감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인텔이586급의 펜티엄 칩을 내놓으면서 시장주도를 위해 486칩의 공급 가격 을 대폭인하, 국내 생산업체들에게 PC제조원가를 크게 낮출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

이는곧바로 삼성, 삼보등 국내 대기업들의 486PC 대량생산으로 연결됐고 종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1백10만원대의 판매가 형성을 가능케 해주었다.

이를바탕으로 삼성.삼보 등 국내 대기업들은 대리점 위주의 소비자판매에서 탈피,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용산PC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발빠른 시장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온 상가 조립 업체들 이 486시장에 묶여 무딘 발걸음을 보이고 있는 사이에 터져나온 국내 대기업 과 외산 PC업체들의 기습작전은 이미 성공을 담보하고 있었다.

신무기가 없는 개미군단으로서는 자신들의 최대 무기인 "저가" 로 무장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돌진해오는 메이커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이커PC들의저가공세는 결국 이들 개미군단들에게 자사제품의 대리점 내지 취급점으로의 변신을 강요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고 조립업체의 아성처럼 보이던 용산상가의 울타리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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