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산업계, M&A 바람

미국의 방위.우주산업계에 재편바람이 불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를 계기로 미정부의 국방.우주관련 예산이 축소되면서 방위사업에 의존해온 주요 방위 .우주산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모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최근에는 매수에 주력, 방위분야를 강화하려는 업체들과 반대로 매각을 서두르는 업체들로 진영이 양분된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방위.우주관련업계판도는 오는 2000년안에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우선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이름을 떨치며 그후에도 F14캣 등의 전투기를 생산해온 방위업체 그라만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방위.우주업계의 재편바람 속에서도 관계자들은 떠도는 소문으로 받아들이고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증식을 꾀하고 있는 마틴 마리에타(MM) 와 노드롭사가 지난 3월 그라만의 매수를 둘러싸고 대결을 벌여, 결국 노드롭이 21억달러를 투자해 산하에 두게됐다. 흡수후 노드롭은 그라만의 이름을 노드롭그라만으 로 변경, 60년이상 이어온 그라만의 모습이 사라지게 됐다.

월가의한 증권분석가는 "기업의 매수.합병(M&A)은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나미국의 방산업체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어 각분야마다 1~2개사로 압축될 것 으로 내다보고 있다.

냉전구조가무너지고 2년여 지나는 동안 1억달러를 넘는 대형투자는 10여건 정도 있었으나 매수측의 목적은 모두 방위부문을 강화해 그분야에서 점유율 을 확대함으로써 위치를 강화하는데 두고 있다.

냉전종식후미국정부는 국방예산과 우주관련부문의 예산삭감에 나섰다. 클린 턴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속도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적의 레이다 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폭격기와 우주정거장등의 주요사업은 중지하거나 대폭적인 계획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군수산업의설비과잉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각업체들이 염가 판매에 나서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되고 체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탈락업체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할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경쟁업체들을 매수 자기손으로 설비를 폐기시켜 공급 균형을 개선해야할 것인지 주요업체들 은 전략의 기로에 서있다. 매수에 의한 통합으로 규모가 커지면 비용면에서 의 경쟁력이 강화돼 그 분야에서 굳건한 위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이같은적극적인 작전을 최전방에서 전개하고 있는 업체는 마틴 마리에타.

동사는지난해말에 합의한 제너럴 다이내믹스(GD) 사의 로킷부문매수로 미국 에서는 최강의 로킷발사회사로 떠올랐다.

마틴마리에타와 나란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업체로 로럴을 꼽을 수 있는데 동사는 지난 92년 LTV의 미사일부문을 5억달러에 매수한데 이어 작년에는IBM의 국방용 정보서비스 부문을 15억달러에 매수했다. 이 두가지 매수는 마 틴 마리에타등 경쟁업체와의 경합끝에 얻은 것이다. 미방위산업관련의 매수 건에 항상 입에 오르는 로럴과 마틴마리에타는 아메바처럼 증식하고 있는 방위.우주업계의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휴즈에어크래프트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미사일 부문을 매수함으로써 미사 일분야에서는 레이세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대의 업체로 부상했다. 록히 드사도 GD사의 전투기분야를 산하에 두게돼 전투기분야에서는 미국최대의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이들 업체들은 모두 미국 정부가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확대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방위.우주산업계 재편에서 매수측 대표를 꼽으라면 바로 마틴 마리에타와 로럴을 들 수 있다. 반면 자사의 사업분야를 상대측에 팔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GD이다. 맥도널더글러스(MD)나 그라만과 함께 미국의 방위.우주 분야 업체로 이름을 날렸었던 업체였으나 최근 2년사이 에 소형비행기, 미사일, 전투기, 로킷등 주요 4개부문을 매각, 현재 전차와 원자력잠수함사업만을 가지고 있는 중소 방위업체로 전락한 상태다.

GD가사업의 축소에 착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 윌리엄 앤더스씨가 제 너럴 일렉트릭(GE)에서 옮겨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GE 존 웰치 회장의 지도를 받은 윌리엄 앤더스회장은 GD의 회장에 취임한후 곧바로 웰치의 전략 을 그대로 답습, "각분야에서 첫번째나 그에 준하는 사업이외는 모두 매각한 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따라GD는 소형비행기부문(텍스트론에 6억달러), 미사일부문 휴즈에어크래프트에 4억5천만달러), 전투기부문(록히드에 15억달러), 로킷부문(마틴 마리에타에 2억달러) 을 줄줄이 매각했다. 이같은 각 부문의 매각으로 인해 매출액은 절정에 달했던 90년도에 비해 3분의 1정도로 축소되었으나 취득 자산 은 28억달러에 달해 재무구조가 대폭 강화됐다.

감축되는국방예산에 대처하기위해 매수에 의한 점유율확대와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사업 부문을 매각, 철수하는 움직임도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이루고있다. 특히 방위.우주부문이외에 역점을 둔 사업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은 탈 방위를 서두르고 있다.

파산보호신청을낸 LTV가 재건을 위해 미사일부문을 매각해 방위부문에서 완전철수하고 철강전문업체로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GE는 우주부문을 마틴 마리에타에 매각해 우주사업에서 손을 뗐다. IBM도 방위용 정 보서비스사업을 로럴에 매각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방위.우주시장에서 손을 씻는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LTV는 재기책의 일환으로 미사일부문을 매각해 철강 전문업체로서 재출발을 꾀했는데 마침 미국 철강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수용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텍스트론의 경우는 소형비행기부문등의 매수로 군수의존도를 20~40%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러나방위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어느 분야를 강화해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 도 쉬운일은 아니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이익이 보장 되어온 방위분야만큼 매력적인 사업분야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사업을 축소하는데 끝나버릴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GD가주요 4개부문을 매각해 자금의 유동성을 원활하게는 했으나 새로운 사업매수등에 착수하지 못하는 이유도 방위.우주이상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을 찾지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업을 매각한 만큼 매출이 줄어든 GD는 그라만다음의 매수표적으로까지 꼽히고 있다.

사업매각을추진해 수익률을 올리는데 성공한 GD의 앤더스 회장이 GD의 장래 를 확정짓지못한채 5월 퇴임을 결단한 것도 방위기업의 어려운 앞날을 암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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