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신임원장 인터뷰.

이공계 정부 출연연구소가 대거 위치한 대덕연구단지내에 최근 신선한 바람 이 불고 있다. 기관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장 선출방식이 과거 임명방식에서 선출방식으로 바뀐 이래 처음으로 스스로의 손으로 뽑은 기관장이 등장했으며 이에따라 연구원 및 직원들의 관심 또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23년 KAIST 역사상 첫 선출원장으로 선임돼 교수와 학생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심상철원장(58)을 만나 향후 구상을 들어본다.

-취임을축하드립니다. 첫 선출원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르실텐데 먼저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려주십시오.

*영광스러 우면서도 책임이 무겁습니다. 특히 교수와 학생들의 기대와 관심이 지대해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원장취임직후 출연연 개편설등 근거없는 뜬소문이 계속 나돌아 당혹스럽기조차 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교수나 학생들이 차분하게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동요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때만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2000년대 세계 초일류의 교육.연구기관" 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3년동안 KAIST를 이끌고 나갈 기본적인 정책구상은.

*가장 먼저 역점을 둘 것은 원내의 화합을 다지는 것입니다. KAIST가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KAIST를 구성하는 모두가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지금까지 중앙집권적으로 추진됐던 학사업무를 가능하면 하부구조에 위임해 자율과 책임경영체제로 전환시켜 나가겠습니다. KAIST를 민주적이고 개방 적인 조직으로 변모시켜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발휘된 능력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이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면외에 하드웨어적으로는 현재 구성돼 있는 장기발전 계획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장.단기발전계획에 맞춰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 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 및 연구계의 가장 큰 고질병은 각 전공별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KAIST의 구성원 개개인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 들입니다.그렇지만 서로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타 교육 및 연구기관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또 분야별로도 그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전자 관련 분야는 공동연구가 활발히 이루어 지고있지만 타 분야는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렇지만모든 과학과 기술이 점차 복합화돼가는 만큼 학제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율과 책임경영 체제 는 이같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KAIST가서울대 포항공대 등으로부터 우수한 인역을 많이 뺐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더 나은 우수인력 확보와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 이 있다면.

*현재 일부 과학고가 일반대학반과 KAIST반으로 구분해 입시지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고가 "영재교육"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못하고 입시교육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나KAIST 학부과정의 현재 정원은 전체 과학고의 30%에도 못미쳐 나머지 70%는 어차피 일반대학으로 가야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것은 입학시험 한두개 더맞고 덜맞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학부과정부터 연구와 실험중심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교수로부터 일방 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 사이에는 틀림없이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는 입학생들의 시험점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학부 및 석박사과정을 마친후의 결과를 가지고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국제학술지에 실리는 논문과 연구결과물, 대학이든 기업체든 졸업생들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일을 하고 있는가를 보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KAIST는과학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무시험입학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 영재교육의 산실"역할을 계속 밀고 나가는 한편 입학한 학생들에겐 뼈를 깎는고통이 뒤따르더라도 항상 탁월성을 유지시켜 나가도록 하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 나갈 작정입니다.

-현재까지국내 과학기술발전에 큰 힘을 발휘해온 KAIST가 당장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KAIST의 사명은 "우수 과학기술인재 배출과 훌륭한 연구업적 성취" 라 할수 있는데 이같은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확보와 연구비 연구시설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KAIST의 교수 및 학생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반해 연구비와 연구시설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아 상당히 취약한 분야입니다. 정부지원이나 수탁연구비만으로는 세계 초일류의 연구중심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들어서는 정부지원마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어려움은 산학협력의 강화를 통해 타개해 나갈 방침입니다.

정보도세계적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발전하는 커다란 요인이라 할 수 있는데정보화시대에 맞게 도서관에 많은 양의 도서를 구입토록하는 한편 소장된 서적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할 계획입니다.

-최근들어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실한 대안으로 산학연협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KAIST가 추진할 산학협동 방안은.

*KAIST는 "낙후된 국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자" 란 설립목적이 말해주듯이 운영초기부터 산학협동이 크게 강조돼왔습니다.

23년을지내오는 동안 현재의 산학협동 이상으로 KAIST의 신기술과 산업체현 장을 연계시키는 작업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특히 KAIST졸업생의 42%가 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향후 KAIST가 추진할 산학협동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습니다. 산업체와의 연결이 그만큼 잘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산학협동은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주로 이루어져 왔는데 앞으로는 산업체로부터 기금 적립등을 통해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도모하고 산학협동의 효율성을 꾀할 생각입니다.

이를위해 TBI(기술창업지원센터)와 우수연구센터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최근 들어 산학협동의 좋은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는 스마베연구실이나 이노테크연 구실을 센터규모로 육성해나갈 방침입니다. 또 산학장학생 및 교수의 산업체 연구연가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KAIST의국제화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KAIST는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없는 인재양성과 연구결과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부터 국제여름학교를 개설해오고 있습니다. 외국의 교포학생들이 KAIST를 방문, 한달간 합숙하며 국내 과학기술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또 KAIST학생들도 외국의 대학과 자매 결연을 통해 상호교류의 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최근 미국 버클리 대학의 4주정 도의 랭귀지코스를 마련, 외국인 교수를 초청, 강의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사업의 일환입니다.

특히올해부터 영어강의를 도입하는 한편 기숙사에서 영어만 사용토록 하는등 다양한 국제화프로그램을 발굴,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KAIST의명칭변경에 대한 기사가 여러 언론매체에 게재됐습니다. 이것은 KAIST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KAIST가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도약키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라는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가 맡은 분야에 충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일이지만 일반국민들에 대한 과학기술의 이해를 높이고 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과학기술인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저의경우도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언론에 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물론 기자를 만나는 것조차 기피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장취임 이후 연구개발 만큼 이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좁았던 시야가 원장 취임후 조금 넓어졌다고나 할까요.어차피 과학기술은 과학자가 발벗고 나서야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식 시킬수 있습니다.

앞으로학보는 물론 KAIST에서 발행하는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KAIST 알리기와 과학기술 대중화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특히 최근들어 "KAIST 금요문화행사 가 대전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처럼 예술성이 있는 각종문화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노벨상을 가슴에 품고" "과학원 아이들" 등처럼KAIST의 본질적인 모습을 일반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적 발간도 적극 후원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총 2백26편의 각종 학술논문을 발표, 가장 연구활동이 왕성한 화학 자로 꼽히고 있는 심원장은 이번에 보직을 맡음으로써 학문적으로는 많은 손실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KAIST가 당초의 목표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손실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원장이라는 자리를 맡은 만큼KAIST 구성원들의 공통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각오를 맺음말로 대신했다.

심원장은 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미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지난 71년 KAIST 교수로 부임,학생처장 교무처장 서울분원장 대학원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KAIST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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