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33)

예를 들어 필립 로마노라는 사람이 식당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신생 기업에 투자하여 천사가되려고 했을 때 그는 "그것은 내가 거는 모험이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할 것"이라며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설계자 스스로가 모든것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페로는 넥스트에 서 권한을 행사하려하지 않았다.

페로가 넥스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두번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억만장자 에게는 넥스트에 투자한 2천만달러가 하루 아침에 날라가든, 몇 배의 이윤을 남기든 그의 자산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로는 넥스트에 투자한 금액의 10배의 이득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는말라 고 말했다.

페로는 넥스트사가 안전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넥스트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잡스와 함께 과거 매킨토시를 개발했고 다시 넥스트에 모인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들의 업적을 생각한다면 "컴퓨터 업계의 과거 25년 을 돌이켜 봐도 신생 기업치고 이들 처럼 위험 부담이 적은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때는 텍사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넥스트에 투자하는 것은 마치 유전 바로 옆을 파고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분석가들은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테크놀로지 스톡워처스사의 대표 인 리처드 셰퍼는 넥스트가 책정한 1억2천6백만달러라는 자산 가치를페로가묵인했다는 사실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셰퍼는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진 회사라면 완제품을 개발한 단계가 아니라 제품을 출하하여 연 2천만내지 3천 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페로는 정상적인 산업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돈보다 활기가 넘치는 젊고 똑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넥스트에 투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30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넥스트에 젊음의활기가 넘친다는 것을 인정했다. 30대의 젊은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오래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고 그는 말했다. 페로는 잡스가 자주하는 것처럼 의학 및신경 생리학 학위 2개를 소지한 버드 트리블을 예로 들어가며 넥스트에는 특별히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있다고 자랑했다. 게다가 그는 교육 발전에 많은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작은 인문계 대학까지도 기증의 형태든 아니든, 넥스트 컴퓨터를 이용하여 특수 소프트웨어에 수록되어 있는유명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잡스의 설명에 매료되었다. 일년전 EDS를 GM에 넘겨주고 아직 페로 시스템스라는 컴퓨터 서비스회사를 설립하기 전 단계에 있던 페로는 어려운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잡스의 구상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퍼스널컴퓨터 혁명을 주도하는 선봉자였고, 페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잡스는 그를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넥스트에 투자하는 것은 마치 혁명을 제일 잘 지켜 볼 수 있도록 맨앞좌석을 차지하는 것과 같았다.

넥스트는 또 페로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잡스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리의것을 지킬 수 있다고 하면서 컴퓨터를 꼭 미국에서 제조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이러한 의지는 일본의 위협을 안이하게만 생각하는 미국 산업계를 일깨우려는 페로의 이상과 맞아 떨어졌다. 그는 뉴욕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은 고철과 폐지라고 곧잘 말하곤 했다. 이런 고철과 폐지는 자동차 와 전자 제품을 담은 상자가 되어 돌아온다. 미국은 보잘것 없는 세일즈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그는 통탄했다.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 를 가졌다. 미국이 자기가 개발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일본을 배우는 것이 낫기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도 일본만큼 우수한 제품을 생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국 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페 로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예술가인 노먼 록웰과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혼합하여 놓은 이미지로 잡스를 묘사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위협을 응시하고 있는 익명의 프로레타리아 영웅을 묘사한 혁명 포스터를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손과 작업복은 기름과 때로 얼룩져있고 얼굴에는 강철같은 굳은 결의를 나타내며 근육질인 몸은 육체미 선수를 연상케한다. 페로는지극히 미국적인 동기를 상상했던 것이다. 프로레타리아식 강철인간 대신에 전자 시대에 막노동으로 귀감이 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인물로, 펩시 세대 의 산업지도자로, 기강이 해이해진 동료들에게 모범이될 수 있는 인물로 그리고 돈을 빨리 벌려고 월가를 찾아가는 똑똑하고 최고중의 최고 인물로 백만장자인 잡스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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