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총탄이 오가고 화염이 치솟는 전쟁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전 쟁에 참여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운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기업 그리고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세계는기술전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각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그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정보산업분야에서의 기술전쟁은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 가 된다. 이 때문에 기술개발부문에 쏟고 있는 투자액이나 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세계기업들간의기술전쟁은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생산공장, 일선 마키팅현장 최고경영자, 소비자 등 기업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부문이 대상이 되며 그것은 주로 기업의 싱크탱크라 할 연구소에서부터 시동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연구개발분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도 모두 연구소 를 통해 미래의 시장을 강타할 제품개발의 기초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첨단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AT&T사의 벨 연구소는 수많은 기술개발로 사실상 세계 첨단산업의 오늘을 이끌어 온 주역 으로 손꼽을 만 하다.

1925년설립돼 7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 자만도 7명을 배출해 낸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 머리 힐이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이 연구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한적해 보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반공장의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곳이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 해 가는 첨단기술개발의 산실이요 하이테크의 보고인 것이다.

AT&T의주력부문인 통신관련기술의 연구개발 뿐아니라 트랜지스터. 레이저.

태양건전지등 정보통신산업분야의 근간이 되는 기술들을 개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벨연구소는 AT&T라는 특정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첨단하이테 크산업의 발전과 진보의 원동력이 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내8개주와 해외 9개국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벨연구소에는 2만5천 명의두뇌들이 각기 맡은 분야에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4천명 이상이 박사학위소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출신뿐아니라 전세계에서 몰려 온 석학들로 "인류의 미래를 연다"는 사명아래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연구.개발"분야에서빼놓을 수 없는 기업, 미국IBM도 첨단컴퓨터 기술은 물론 기초과학에 대한 폭 넓은 연구를 진척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술 개발 경쟁 역시 상상를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2차세계대전이끝난 40년대후반부터 연구개발부문에 대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기 때문에 현재 IBM이 세계컴퓨터기술의 오늘과 미래를 이끌어 가는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매출액의 대략 10%정도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지난 40년 대까지만 해도 순익의 15%수준을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이어 50년대에는 35 %, 그리고 60~70년 대에는 50%수준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계속해왔다. 지난60년대에는 IBM의 컴퓨터부문 연구개발비가 연방정부예산보다도 많았다고 하니 IBM의 연구개발에 대한 의욕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IBM이 세계의 첨단기술을 이끌어가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 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IBM은세계시장에서 "빅 블루(Big Blue)" 제품의 우수성을 보장해 주고 타제품과의 차별성을 가져다주는 기술개발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4곳의 기초 과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주요크타운 하이츠에 위치한 그 유명한 "聖슨연구소"를 비롯해 캘리 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알마덴연구소 그리고 스위스의 취리히연구소와 일본의 도쿄연구소 등 기초과학연구소에는 전세계적인 두뇌의 연구진이 미래의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가운데서 聖슨연구소는 IBM의 4군데 기초과학연구를 주도해 나가며 IBM기 초기술의 총본산의 역할을 맡고 있다.

IBM창업자인토머스 聖슨의 이름을 딴 이 연구소는 지난 60년대 컴퓨터 기술 개발이 미미했던 시절에 최첨단기업 IBM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초과학 및 기술을 연구, 공급하는 젖줄이 된다는 취지아래 설립 됐다이 연구소에서는 대형 시스팀, 지능형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개발환경 등을 비롯한 컴퓨터공학분야는 물론 입출력 공학, 제조기술연구, 수리과학, 자연과학 반도체공학 및 기술 등 모두 6개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진척시키고 있다. 새너 제이에 위치한 알마덴연구소는 IBM의 전체이익에 부합되는 영역 에서의기초과학연구 기존제품에 포함된 기술의 극대화 및 선별적인 대체기술의 개발 등 3대 연구과제를 가지고 정진하고 있다.

알마덴연구소는또한 "상호이익의 증진"이라는 기본전제 아래 산.학협동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통상 60명 이상의 대학소속 과학자들이 객원연구원으로 알마덴연구소의 연구진과 함께 1~2년 정도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기술세미 나를 비롯 대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하계특별과정등의 학술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의취리히연구소는 스위스가 중립국인 점과 유럽대륙중앙에 위치해 있다는 점, 또한 취리히소재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와도 긴밀한 협력을 취할 수있다는 점등 유럽지역 최적의 입지조건을 제공한다는 측면 에서 1957년 설립 했다. 취리히연구소는 이처럼 유리한 입지조건을 활용하여 여타 IBM개발. 생산조직 과 전세계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타연구소 및 대학과 도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 자리잡고 있는 도쿄연구소는 "기초과학의 메카" 로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70년대에 설립돼 일본의 기초 및 첨단과학을 이끌어 온 도쿄 연구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은 소형로봇개발과 문서인식시스팀.자동환자 처방시스팀 등이다.

모터와 센서의 크기가 0.1mm에 불과한 초소형 로봇의 개발이나 일반 문서를 손으로 키보드를 조작해 입력시키지 않고 센서를 통해 직접 입력하는 문서인 식시스팀 등이 실용화될 경우 폭넓은 분야에 파급돼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T&T와 IBM의 남다른 연구개발현황을 짚어봤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는많은 기업들의 뒤에는 언제나 신기술 개발이라는 외로운 명제와 씨름하는 연 구진이 든든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첨단부문의 기술개발에 있어서는 그 경쟁이 더욱 엄청나며 이에대한 투자 역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또기초과학연구 역시 불꽃을 튄다. 직접적인 제품개발과 상관없이 독립적 으로 연구를 진척시켜 가면서도 어떤 기술의 시장가능성과 상용화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것은이제까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상대적으로 상용화노력을 게을리해서실제시장에서 뒤떨어지고마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종종 겪어왔기 때문이다일례로 오늘날 사무환경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부분인 팩시밀리기술은 AT& T의 벨연구소 작품이다. 그러나 이기술의 상품화는 일본에서 진척돼 일본의 기업들이 오늘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팩시밀리기술은벨연구소설립초기에 개발됐으나 당시 미국에서는 "상용 화비 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상품화를 포기했던 것.

그러나벨연구소창고에서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던 팩시밀리기술에 대한 연구 내용은 우연히 그곳을 방문한 일본기업인의 눈에 들어 연구개발을 지속케 됐고 그 결과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사무기기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또한 IBM聖슨연구소의 결실인 RISC(축소명령어세트컴퓨팅) 기술이 IBM 에서상용화되지 못했던 예도 IBM의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80년대후반부터컴퓨팅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부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RISC기 술은 聖슨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었던 존 코크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60년대말부터 보다 처리속도가 빠른 프로세서의 연구개발작업에 전념해왔다. 그러다가 그는 명령어세트가 점점 복잡해져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자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명령어세트를 단순화시켜 프로세서의 처리력을 월등히 향상시킨 제품개발프로젝트를 진척시켰으나 당시 IBM내부에서는 코크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RISC기술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사, MIPS컴퓨터사(현재 실리콘 그래픽스 에 합병) 등 신생기업에 의해 상용화돼 80년대 상용워크스테이션시장이 뿌리 를 내리는 기반이 됐다.

이처럼많은 기업들은 경쟁사를 의식, 자체적으로 차세대를 이끌어갈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경쟁업체들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시장에서는 경쟁에 있어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업들간에도 서로가 가지고있는 노하우를 살려 보다 빠른 시간에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공통인식아래 협력관계를 굳게 맺고 있는 것이다.

이들기업간 업무제휴는 멀티미디어나 2백56MD램등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 으 로 이용되는 부문이나 시설 및 설비투자 규모가 큰 부문을 중심으로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간의 제휴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유럽 등 지역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진척되고 있다.

기업들간의기술제휴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멀티미디어부문을 예로 들면 미국의 IBM과 애플 등 PC업계의 오랜 숙적간에도 미래의 기술을 위한 공동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IBM과 소니, 애플과 소니, 애플과 샤프, IBM과 히타치,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소니, 필립스와 독일의 지멘스 등이 모두 손을 잡고 있어 거미줄과 같이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제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강화 외에 달리 지름길이 없다. 이런점에서 선진각국의 연구개발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며 기업 들의 대응 역시 불꽃을 튈 전망이다.<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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