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게 있어서 지난해는 그야말로 변화와 개혁의 한 해였다연구활성화를 위한 조직개편 및 체질개선작업이 24개 전출연기관에서 쉴사이 없이 이어졌으며 인센티브제도강화, 고용계약제활성화, 정년제 포기 등 그동안 누려 왔던 각종 혜택들을 반납하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각종 혁신적인 조치들이 잇따라 단행됐다.
지난해정부 출연기관들이 이처럼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하며 연구 활성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변여건의 변화로 이제 국내 최고 연구기관으로 서의 입지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연구원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출연연구기관들의이같은 개혁과 변혁을 앞장서 이끌어온 김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원장은 "지난해가 도약을 위한 준비의 해였다면 올해는 KIS T가 세계적인 종합연구소로 비약키 위한 본격적인 실천의 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한해를 정리한다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조된 한해였다는 생각입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것은 그만큼 과학기술계가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과 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KIST개혁을 위한 여러가지 혁신조치가 취해진 것도 이같은 맥락 에서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혁신적인 조치가 연구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져 연구분위기가 쇄신되고 이와 관련해 정부출연연구소로서는 처음 독자적 인 프로젝트인 "KIST 2000"을 추진케 된 것에 대해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있습니다. 지난해가 오는 2000년대에 KIST가 세계최고수준의 종합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작업 에 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각종개혁조치를 진두지휘하면서 연구원은 물론 타출연연구기관으로 부터도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뒤따랐는데.
*연구원들의 이직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출연연구소가 존립해야할 기반을 상실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혁신조치없이는 저하된 연구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처음개혁조치가 발표된 이후 일부연구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던게 사실이나 이제는 모두 이같은 개혁에 동참, 연구원 스스로가 연구활성화에 노력 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말부터 저녁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연 구원의 절반정도인 4백~5백명이 매일 원내에서 식사를 해가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 스스로에 의해 불꺼지지 않는 KIST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죠. 지난해 마련된 각종 개혁조치를 올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연구원들로 부터많은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이를 감수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KIST2000은 KIST 뿐만 아니라 출연연구기관으로서는 첫 독자적인 연구개발 계획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KIST 2000의 의미와 추진계획은. *KIST 2000은 첫번째 독자적인 연구프로그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앞으로 KIST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KIST 2000을 수행키 위해서는 바로 원천기술과 첨단기술을 확보해 이를 복합 화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KIST 2000의 추진은 바로 원천기술, 미래기술 중심으로 KIST의 연구방향이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현재 단기성 프로젝트중심의 산업기술은 단계적으로 민간기업 등으로 이전 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올해부터 본격 착수되는 KIST 2000은 KIST가 세계적인 종합연구소로 도약하는데 있어서 첫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종합연구소이기때문에 연구의 전문성이 타 출연기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느냐하는 지적이 연구의 중복문제와 함께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앞서 지적했듯이 이같은 문제는 KIST의 독자적인 연구영역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이것은 그동안 KIST의 연구방향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방향이 있어도이를 지원할만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못한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그동안 KIST가 주력해온 모방기술.개량기술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원천기술.미래기술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 예년에는 원장이 자율적 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8억원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올해는 1백30억원이 확보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만큼이 재원 모두를 KIST의 전문성확보 및 특성화를 위한 연구에 투입할 계획 입니다. KIST의 연구방향이 정립될 경우 산업기술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타 전문연구 소와 차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원들의연구전문성을 심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KIST의 장래는 연구의 전문성을 얼마나 심화시켰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센티브강화등 지난해 단행한 각종 혁신조치들도 결과적으로는 연구 원들의 전문성을 심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올해에는 1백50명에게 자신들의 연구분야에서 연구의 전문성을 심화시 킬 수 있도록 2천만원씩의 연구비를 별도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연구원들은 이 연구비를 활용해 자신만의 고유 연구를 수행하고 이 결과를해외유수의 학술지에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인 전문가로서의 명예를 확보할 수있을 것입니다.
-KIST가종합연구소로 도약키 위해서는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강화가 무엇 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만.
*KIST가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나 독일의 막스프랑크연구소 등 세계적인 종합연구소들은 주로 기초과학(Science)분야의 성과로 지금의영예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에반해 KIST는 지금까지 기술(Technology)분야에만 전념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KIST가 미래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성장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이고 창의적인 분야에 도전하지 않으면 않됩니다.
따라서올해 기초과학연구부를 신설하고 해외 유수의 과학자들을 스카우트해 첨단 과학분야의 기초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이것은 또모방.개량기술에서 탈피해 원천기술에 주력하겠다는 KIST의 목표와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연구인력의충원을 위한 계획은.
*연구의 질은 우수한 연구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올해에는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30~40명의 박사급 인력을 공개채용해 연구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박사학위 유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 연구와 동시에 학위취득을 위한 공부를 함으로써 오는 손실을 최대한 방지할생각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지금까지 시행해온 학.연 석박사과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일반대학 석박사과정에 진학을 희망하는 우수한 인력을 필분야별로 선발해 1인당 연간 8백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 KIST의 연구 과제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학생연구원제도"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올해는그 첫해로 오는 5월말 1백명을 우선 선발할 계획이며 앞으로는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연구소인 와이츠만연구소와 같은 수준인 6백명 선으로까지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올들어국제화에 대한 관심이 전사회적으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KIST의 국제화전략은. *연구 개발의 국제화는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만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없고 환경. 에너지등 국제적으로 협력해 추진되지 않으면 않되는 연구분야가 급증하고 있으며 연구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현재 KIST 뿐만 아니라 전출연연구기관의 국제화수준은 단순한 인력교류 등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KIST는이같은 연구개발의 국제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키 위해 탁월성집단 (Ce nterOf E.cellency) 과 같은 국제적인 연구거점을 원내에 설치, 연구 개발의 국제화와 개방화에 적극 대응해 갈 것입니다.
이를위해 올해 에는 선진국의 저명한 과학자를 연구책임자로 초빙하고 이를위한 연구실을 따로 마련하는 한편 이 연구실에 초빙과학자를 중심으로 학.
연과정학생,포스트 닥 등 5~10명의 국내외 연구자를 배치해 기초적. 창의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토록 할 것입니다.
또해외과학자들의 영구유치가 어려울 경우에는 방학기간이나 연가를 이용하는 방안도 강구해나갈 생각입니다.
이들해외초빙과학자들의 수준높은 과학기술지식이 KIST가 세게적인 연구소 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KIST가세계적인 연구소로 도약키 위해서는 KIST 스스로의 체질개선 노력과 함께 정책등 KIST를 둘러싼 주변환경 또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선은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상연구원들이 행정의 경직성으로 연구에 쏟을 시간을 잡무처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부가 하고 있는 감사제도를 연구기관 스스로 수행토록 개선해 정부 는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내려 기관장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연구지원비를 대폭 확충해 연구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조성해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의 전문화와 특성 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정책을 실제적으로 총괄하는 과기처의 위상을 강화시키는 것도 국내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동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저는KIST가 자체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종합연구소로 도약하는데 약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주변여건이 개선 된다면 적어도 5년정도는 그 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가경쟁력강화가올해 우리정부의 국정목표로 설정되면서 일반국민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과학기술계 및 KIST구 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최근만큼 강조된 적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
이같은호기를 상실할 경우 과학기술계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은 자명 한 사실입니다. 출연기관은 물론 학계 및 기업연구소 등에 종사하는 모든 과학 기술인들이 "지금 이대로는 않된다"는 근본적인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할것입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KIST도 예외는 아닙니다. 후배들에게 KIST를 떳떳이 물려줄 수 있도록 연구원 모두가 일하는 연구소로서의 KIST를 만드는데 최선의노력을 다해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양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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