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78>윤리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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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부터 탁구를 좋아했다. 첫 직장 연수 시절, 입사 동기들끼리 저녁내기 탁구시합 리그에서 선수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나의 장기는 강력한 스핀이 먹힌 서브와 수비 탁구다. 강력한 서브로 점수를 쉽게 따지만 상대방이 서브를 받아 넘기면 그때부터는 안전한 수비 탁구를 한다. 확실한 기회가 아니면 공격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공격 성공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성질 급한 상대가 연거푸 공격을 시도하며 실수한다. 결국 수비탁구가 승리한다.

사업을 수동적으로 하거나 방어적인 투자만 하라는 비유는 아니다. 경영윤리에 수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비유다. 창업가는 직장인과 다르게 넘지 않을 선을 넘을 권한까지 가진다. 선을 넘어갈 때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고 신나기까지 하고 사업이 더 잘되는 때도 많다. 주변 사람 다수도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관행이었다’며 억울해 한다. 윤리의식은 후각과 같아서 잠깐만 취해도 감각이 마비되는 경향이 있다. 친한 변호사가 “사업하는 사람은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사람 같다. 담장의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교도소 안이고 왼쪽은 그 밖”이라고 말했다.

5개의 회사를 창업했고 10여년 동안 경영하면서 하나도 망하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본다. 열심히 그리고 잘한 것보다 단지 회사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운영한 것이 주된 근거였던 것을 발견했다. 정상적으로만 경영해도 회사는 경쟁력이 있다. 수비탁구와 같다.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말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다. 그것은 비즈니스의 목적 그 자체다.”

사장이 하는 짓을 임원이 따라하고 임원이 하는 짓은 똑똑한 팀장과 직원들이 따라한다. 모를 것 같지만 사장이 게으른 것, 딴짓 하는 것, 개인적인 일에 회사 돈과 시간을 사용하는 것, 친인척이나 개인회사에 사업권을 빼돌리는 것을 훤히 안다. 또 흉내내며 자기 이익을 우선해서 챙긴다. 반대로 사장이 투명하고 성실하며 공과 사를 구분하며 개인을 희생하고 회사를 위해 솔선 수범하면 그것 역시 따라한다. 어느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까? 기업 윤리는 전염성이 강한 이타적 정신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